토박이말 맛보기 - 눈살=눈총

2011-07-1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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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곳에는 비가 온다고 하는데 제가 있는 이곳은 어제 오늘 더위 때문에 바깥에서 움직

다른 곳에는 비가 온다고 하는데 제가 있는 이곳은 어제 오늘 더위 때문에 바깥에서 움직이기가 아주 많이 힘듭니다. 비가 와도 걱정이고 안 와도 힘들고 그렇네요. 발등에 떨어진 불은 껐다고 생각하고 한 이틀 마음 놓고 지냈는데 해야 할 일들을 챙겨 보니 여전히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없다고 해도 그럴 것이고 제가 일을 하지 않아도 이 누리는 잘도 돌아갈 것입니다. 하지만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제가 먹고 숨 쉬고 있는 값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오늘도 쉼없이 일과 씨름을 하고 있답니다.

아침에 일터로 오는 길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여느 곳에서나 비슷할 것입니다. 아침에 일터로 가는 사람들이 몰려 어느 길 하나 달리기 수월한 곳이 없지요. 때맞춰 일터로 가는 사람들 마음도 바쁘고 한데 여러 사람들의 눈살을 맞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네 거리 한 쪽에 노란 깜빡이를 켜 놓고 움직이지 않는 수레가 있었으니 오른쪽으로 돌아갈 수레들이 가지도 못하고 길을 바꾸느라 그 뒤에 수레들이 죽 늘어서서 빵빵거리고 하는데도 꿈쩍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고장이 났나 하고 생각하면서 저도 길을 바꿔 가까이 가보니 고장은 아닌 듯했고 전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무슨 급한 전화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만 더 가서 오른쪽으로 비켜 주면 다른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데 거기 서서 그러고 있는 건 얄미웠습니다.

'눈길'이라고 하면 '두 눈썹 사이에 잡히는 주름'이라는 뜻으로 많이 씁니다. 그런데 '눈에 독기를 품고 쏘아보는 눈길'이라는 뜻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바로 '눈총'과 같은 뜻이라는 걸 말입니다. 여기서 '살'은 '화살'할 때 '살'과 같은 뜻이지요. 아침에 그 수레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의 '눈살'을 맞아 되는 일이 없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비슷한 말로 '눈씨'라는 말이 있는데 '쏘아 보는 힘'을 나타내는 말이지만 '눈살'과 '눈총'에 들어 있는 독기가 없다는 게 다르다고 합니다. 이렇게 비슷하지만 맛이 다른 말을 알고 나면 뿌듯하지 않으세요? 저만 그런가?

4344. 7. 12. ㅂㄷㅁㅈ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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