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해요”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한국 미세먼지' 문제 물어봤다

2019-06-22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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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유학생들 “다 중국 탓은 아니다”
“두 나라가 함께 미세먼지 문제 해결하길 바란다”

지난 16일 오전 동작대교에서 본 서울 남산 / 뉴스1

최근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려 온 세상이 잿빛으로 변했다. 미세먼지로 인한 각종 질병을 예방하는 보건용 마스크는 필수품이 됐다.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은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한국에서 유학 중인 중국인 대학원생 세 명과 얘기를 나눴다.

인터뷰에 응한 중국인 유학생들은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주제임에도 성심성의껏 답해줬다. 이들은 한국 미세먼지 원인으로 중국만 지적하는 분위기를 안타까워했고, 두 나라가 함께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전했다.

윤희정 기자
Q. 한국에 거주한 지 얼마나 됐나? 한국에서 미세먼지로 인한 불편함을 느끼는가? 

A: 2009년 한국에 처음 왔어요. 한국에서만 지낸 기간은 3년 반 정도 됩니다. 서울에서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불편해서 마스크를 써요. 일단 미세먼지가 시야를 가려 앞이 잘 안 보이고, 목이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특별한 일이 없으면 밖에 잘 안 나가려고 해요. 전에는 전북 전주에서 지냈는데, 그때는 미세먼지 때문에 불편한 게 없었어요. 

B: 6~7년 정도 됐어요. 요즘 날씨가 너무 추워서 (미세먼지 마스크가 아닌) 일반 마스크를 하고 다녀요.

C: 한국에 온 지는 2년 반 됐어요. 미세먼지로 마스크를 하진 않아요. 불편함은 잘 모르겠어요.

Q. 한국에서 미세먼지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으로서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한국의 미세먼지는 중국 때문”이라는 뉴스를 많이 봤어요. 제 생각에는 ‘중국 때문에 한국 미세먼지가 이 정도로 심각해진 것이다’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어요. 중국이든, 한국이든 미세먼지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자국에서 배출되는 자동차 배기가스 등으로 인한 대기 오염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과 한국이) 서로를 탓하고 비난하고 비판하는 것이 아닌 미래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거죠. 

B: 저도 한국에서 보도된 뉴스를 많이 봤어요. 어제는 “태국도 미세먼지가 심하다”고 하던데… 중국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모두가 심각한 상태에 놓여있어요. 그리고 계절도 관련이 있을 것 같아요. 바람의 방향에 따라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줘서, 오늘은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미세먼지 농도가 높지 않더라고요.

C: 항상 뉴스를 보면 한국은 “중국에서 또 미세먼지가 왔다”고 해요. 그래서 마음이 안 좋아요. 다 중국 탓은 아닌 것 같은데, 중국인으로서 굉장히 억울해요. 

아시아 국가들 미세먼지 문제는 날로 심해지고 있다. 지난 2016년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아시아 거의 모든 도시가 WHO 미세먼지 기준을 초과했으며 동남아시아 도시 빈민 중 70% 이상이 미세먼지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태국 정부는 방콕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역대 최고치인 102㎍/㎥를 기록하자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인공강우를 실시했다. 

Q. 최근 중국에 간 적 있나? 중국과 한국을 비교했을 때 체감상 어디가 더 심한가? 

A: 고향은 항저우에요. 항저우는 다른 지역보다는 환경이 좋은 편이라 미세먼지로 인한 불편함이 심하지는 않았어요. 서울이 더 심한 편인 것 같아요.

B: 고향은 산둥이고, 저는 상하이에서 왔어요. 작년 10월쯤 상하이에 한 달 정도 다녀왔는데, 상하이가 서울보다는 쾌적했어요. 

C: 고향은 산시성이에요. 한 달 전에 산시성에 갔었는데 미세먼지가 서울보다 더 심했던 것 같아요. 저는 2013년에서 2017년까지 무한 지방에 살았는데, 거기도 심한 편이었어요.

국토가 넓은 중국은 미세먼지 발생 원인과 분포가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인천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중국발 미세먼지는 주로 베이징, 상하이 주변 공장 밀집 지역에서 발생한다. 

Q. 중국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A: 중국은 다양한 정책과 규제로 ‘미세먼지’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 중이에요.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오염 물질 줄이기, 경유차가 아닌 전기차 사용 확대, 생활폐기물 분리수거 등으로 국민들의 의식이 점점 변화하고 있어요.

B: 사실 중국 사람들은 미세먼지에 대해 한국인들처럼 관심을 가지고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지 않아요. 그래서 저도 특별한 관심이 있지 않아서 잘은 모르지만, 몇 가지 말씀드릴게요.

중국은 최근 전기자동차가 많이 생겼어요. 전기 자동차는 번호판이 초록색인데, 저도 상하이에 갔을 때 길에서 초록 번호판을 많이 봤어요. 전기 오토바이 보급률도 꽤 높아요. 상하이에서는 전기 오토바이를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가까운 곳을 다닐 때는 전기 오토바이를 타고 다녀요.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알리페이’ 애플리케이션으로 나무를 키우기도 해요. 실제로 나무를 키우며 앱으로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건데, 저는 총 3개 키우고 있어요. 앱에서 제가 하루에 얼마나 걸었는지 측정하고 포인트를 줘요. 그 포인트로 식당에서 결제도 하고, 나무에 물도 주고, 새로운 나무를 키울 수도 있어요. 이 앱은 사기업 것이지만,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나무 심기’ 정책도 있어요. 

'알리바바'의 나무 심기 모바일 게임 마이썬린(蚂蚁森林)

C: 산시성은 2년 전까지 모든 택시를 다 전기차로 바꿨어요. 그래서 몇 년 전보다 대기 상태가 많이 개선됐어요. 그리고 산시성은 대중교통이 엄청 저렴해요. 한국 돈으로 100원이에요. 상하이는 300원 정도로 알고 있어요.

중국 정부는 지난 2013년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오염 지역 화력 발전소 폐쇄, 노후 경유차 시내 주행 금지, 공장 이전 등 강력한 미세먼지 저감 정책을 추진했다. 심지어 도시 미세먼지 발생 요인으로 꼽히던 석탄 난방을 금지해 일부 빈민층은 난방 없이 겨울을 보내야 하기도 했다.   

Q. 그렇다면 앞으로 한국은?

A: 2017년에 한•중 환경협력센터가 출범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양국이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여러 환경 문제를 함께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협력해 개선 방법을 논의하고 공유하면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로 탓하고 공격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에요. 

지난 2017년 6월 베이징에 한•중 환경협력센터가 설립돼 미세먼지를 포함한 환경 분야 연구 협력과 정책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오는 23일에는 한•중 환경협력 공동위원회도 서울에서 개최된다. 

* 권상민, 윤희정 기자가 함께 쓴 기사입니다.
home 윤희정 기자 needjung@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