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공연예술고 교장이 학생들에게 강요한 일

2019-01-2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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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해당 사실을 알리기 위해 SNS에 올리면 직접 연락해 협박한 교장
지난 27일 서울시교육청 조사 결과 드러난 서울공연예술학교 비위

서울공연예술학교 학생들이 학교장 개인 행사에 불려갔다는 보도가 나온 데 이어 재학생이 직접 당시 상황을 설명해 관심을 끌고 있다.

2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는 서울공연예술학교 학생이 나와 부당한 공연을 했다고 밝혔다.

김현정 PD는 "'아이돌 사관학교'라 불리는 고등학교가 있다. 선망의 대상인 이 학교 학생들이 교장과 행정실장 사모임에 강제 동원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김 PD는 익명의 재학생과 관련 내용을 이야기했다.

재학생은 "교장 선생님과 행정실장님 사적 모임에 많이 나갔다. 교회, 손해 보험 축하 파티에서 공연도 했다. 그냥 장소와 위치를 알려주면 가서 (공연을) 했다"고 말했다. 해당 학교 교장과 행정실장은 부부로 알려졌다. 공연하는 학생들은 공연 장소와 시간만 전달받고 무조건 공연에 출연할 수밖에 없었다.

김 PD는 "장애인 시설, 노인 복지 시설 공연은 백번 양보해 동의가 없었더라도 교육적으로 가능한 공연이라고 볼 수도 있다. 문제는 군부대 행사, 남자 고등학교에 동의 없이 찬조 출연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 국회 교육위원회의 서울시교육청 국정감사 때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보험회사 만찬회에서 공연하는 서울공연예술고 학생들 / 연합뉴스
지난해 9월 국회 교육위원회의 서울시교육청 국정감사 때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보험회사 만찬회에서 공연하는 서울공연예술고 학생들 / 연합뉴스

학생은 "군부대랑 남고 같은 경우 남학생들 말고 여학생들 위주로 데려갔다. (학생들은) 군부대 공연도 다들 봉사하는 마음으로 갔다. 다만 선생님들이 '스킵십을 하라'고 요구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군부대 공연에서도 교장은 전공, 장르와 상관없이 자극적인 가요로 준비하라고 강요했다. 학생들은 가수 현아의 '립 앤 힙(Lip & Hip)', '버블팝' 등을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관객들은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학생들을 사진 촬영했다.

인터뷰에 응한 재학생은 "공연비가 있다는 것을 기사를 통해 알았다. 공연 준비를 하면서 의상비, 연습실비, 공연장까지 가는 교통비도 지급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학생들이 용기를 내 SNS에 해당 내용을 올리면 교장이 직접 연락해 협박하기도 했다.

지난 27일 서울시교육청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서울공연예술고 학생들은 2017년부터 2년간 최소 10차례 부부인 교장 A씨와 행정실장 B씨의 사모임에 동원돼 공연했다. 학생들이 동원된 '사모임'에는 술이 오가는 보험회사 설계사 만찬회나 B씨의 모교 총동문회 행사 등이 포함돼있었다.

home 변준수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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