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주장, 알고 보면 자기 얼굴에 침 뱉기?

2019-04-1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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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도 나경원도 김진태도… 한국당은 "반대"
악덕 친일경찰에 따귀 맞고 사흘 통곡한 김원봉

약산 김원봉
약산 김원봉

독립운동가인 약산 김원봉의 서훈을 놓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김진태·정태옥·성일종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사회주의자 서훈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를 열어 김원봉의 서훈에 반대하는 주장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서훈은 대한민국에 뚜렷한 공적을 세운 자에게 훈장과 포장을 수여하는 것을 뜻한다.

김원봉은 영화 ‘암살’에서 조승우가 맡은 역할로 잘 알려져 있다. 영화 ‘밀정’에선 이병헌이 김원봉을 모델로 한 인물인 정채산을 연기하기도 했다

경남 밀양 출신의 김원봉은 1919년에 중국으로 망명해 청년 13명과 함께 의열단을 만들어 단장으로 활약했다. 조선으로 잠입한 의열단원들은 고위 일제 관리와 친일파를 암살하거나 관청을 폭파하는 등 의거 활동을 벌였다. 나석주 김상옥 등이 대표적인 의열단원이다.

한국당이 김원봉의 서훈을 반대하는 까닭은 약산이 해방 후 월북했기 때문이다. 약산은 남북협상에 남측 대표로 참석했다가 북한에 눌러앉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등 고위직을 지냈다.

이 때문에 토론회에서 정태옥 의원은 “반일로 친북을 덮기 위한 시도”라고 주장했고, 김진태 의원은 "김원봉 서훈은 김일성과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나"고 따져 물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토론회를 주최한 의원들에게 축사를 보내 “좌파독재의 폭주 속에 헌법가치가 훼손되고 오로지 저들의 시각에서 과거 역사마저 왜곡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김원봉 서훈은) 셀프 적화(赤化)”라고 비난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당의 이 같은 주장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도 많다. 약산이 북한에서 고위직을 맡은 건 맞지만 그를 ‘공산주의자’란 틀에 가둬서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 있기 때문이다.

역사학자인 전우용씨는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에 “‘김원봉은 뼛속까지 공산주의자’라는 말을 저승의 김원봉 본인이 듣는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대한민국에서는 아직도 노덕술의 후예인 친일파 토왜(토착왜구)들이 활개를 치는구나’라고 생각하지 않을까”란 글을 올린 바 있다. 약산이 북한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역사학자는 약산이 북한으로 올라간 배경에는 친일 경력 경찰의 탄압, 독립투사들이 좌익이나 빨갱이로 몰려 암살당하는 시대적 배경이 놓여 있다고 주장한다. 전씨는 “일제가 그토록 잡으려 했으나 잡지 못했던 김원봉이었지만, 귀국 후 한국인 경찰에게 체포됐다. 그를 심문한 자는 친일 고문경찰로 악명이 높았던 노덕술”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전씨는 “노덕술에게 따귀를 맞고 돌아온 김원봉은 꼬박 사흘을 울었다”면서 “그가 남북협상에 남측 대표로 참석한 후 북한에 눌러앉은 건 친일파들이 활개 치는 현실에 환멸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이 약산을 공산주의자라며 배척하는 것은 ‘자기 얼굴에 침 뱉기’라는 주장도 있다. 2007항일운동 기념단체들이 주축이 돼 김원봉 서훈 추진 서명운동이 벌어졌을 때 서명에 참여한 사람 중 한 명이 당시 밀양시장이었던 엄용수 한국당 의원이기 때문이다. 한국당 소속 박일호 밀양시장은 2017년 2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명대사, 김종직과 김원봉은 밀양의 영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씨는 12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약산은 밀양의 영웅'이라고 했던 자한당 소속 밀양시장에게 '지조'라는 게 있다면, '김원봉은 뼛속까지 반대한민국 공산주의자'라고 한 자기 당 소속 의원들에게 쓴소리 한마디라도 했을 것”이라며 “약산을 모욕하는 자 앞에서 설설 기는 사람에게, 약산을 기념할 자격이 있을까?”라고 물었다.

김원봉은 영화 ‘암살’에서 조승우가 맡은 역할로 잘 알려져 있다. '나, 밀양 사람 김원봉이오'라는 대사가 유명하다.
김원봉은 영화 ‘암살’에서 조승우가 맡은 역할로 잘 알려져 있다. "나, 밀양 사람 김원봉이오"라는 대사가 유명하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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