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스케이팅을 ‘여남 스케이팅’으로… SBS스포츠 표기 논란 확산
2019-04-23 09:50
add remove print link
국립국어원은 '여남'이란 표현을 어떻게 바라볼까
상당수 네티즌은 어색한 표현이란 반응을 내놨다

SBS스포츠가 ‘남녀’를 ‘여남’으로 표기한 것을 놓고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SBS스포츠는 23일 올레TV에서 편성표를 소개하며 ‘스피드 스케이팅 월드컵 파이널<여남 1500m, 여남 500m(2)' '여남 매스스타트, 미국>’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통상 ‘남녀’라고 쓰는 표현을 ‘여남’으로 바꾼 것을 놓고 네티즌들은 찬반양론을 벌이고 있다.
‘여남’이라는 표현이 어색하다는 이들은 다음과 같은 반응을 내놓았다.
“이제 부모님 말고 모부님으로 합시다.”
“모부님으로 바꾸자. 여남차별로 바꾸자, 여남갈등, 모부갈등, 여남공학, 여남평등.”
“제발 여자 경기부터 시작해서 여남이란 표현을 썼길 빈다.”
“젠틀맨 앤 레이디스.”
“발음의 편의상 받침이 있는 글자가 앞에 옴(언어의 특성). 남녀, 암수, 공수 등등. 물론 긍정적 의미가 앞에 오는 예도 많긴 하지만, 긍정과 부정을 따질 수 없는 동등한 두 가지를 이어 부를 땐 받침이 있는 글자가 먼저 옴.”
일부 네티즌은 “단어에선 여자가 앞에 와야 하지만 사고 터지면 뒤로 쏙 빠지는 그분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남녀갈등을 조장하기도 했다.
반론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여남이란 표현이) 부자연스러운 이유가 무엇일까요? 남자가 앞에 있는 게 자연스럽다는 뜻이겠죠. 이게 여성차별입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국립국어원은 ‘여남’이란 표현을 어떻게 바라볼까.
한 네티즌이 지난 2월 18일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서 “남녀를 여남이라고 쓰는 것은 틀린 표현인가요?”란 글을 올려 “남녀는 병렬합성어로서 받침이 있는 말이 앞에 오는 게 맞나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국립국어원은 다음과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남’이 받침이 있기 때문에 ‘남녀’에서 ‘남’을 먼저 쓰는 것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병렬로 연결되는 합성어에서 그 배열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밝히기는 어려우므로 문의하신 바에 대해 정확하게 답변을 드리기 어렵습니다.”
이에 대해 SBS스포츠 관계자는 “해당 편성표는 우리가 작성한 데이터가 맞다”면서도 “통상적으로 쓰이는 남녀라는 표현을 양성평등을 위해 여남으로 바꾸어 표기한 것은 아니다. 단순히 프로그램 내용 중 경기 스케줄 및 순서에 따라 작성된 것“이라고 위키트리에 밝혔다.
이 관계자는 “남자 경기 후 여자 경기가 편성돼 있으면 남녀, 여자 경기 후 남자 경기가 편성돼 있으면 여남으로 표기하고 있다”면서 “해당 날짜가 아닌 다른 날짜의 편성표를 보면 남녀로 표기된 부분도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