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때문에 전 여친에게 연락 온 적도 있었죠” '이별 장인' 양다일 인터뷰

2019-04-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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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만에 새 미니앨범 발매하며 팬들 곁으로 돌아온 양다일
지난 3일 위키트리와 만나 진솔한 얘기 나눠

"감정 자체가 전반적으로 좀 무뎌진 것 같아요"

지난해 '고백'이란 곡으로 음원 차트를 강타한 가수 양다일 씨가 6개월 만에 새 미니앨범 '스켑티시즘(Skepticism)'으로 오는 오후 6시 팬들 곁으로 돌아온다.

'스켑티시즘'은 회의주의를 뜻하는 말로, 수록곡 대다수가 '회의감'에 대해 말하고 있다. 양다일 씨는 그동안 '사랑', 특히 '이별'에 대해 주로 얘기해왔다. 경험담을 녹여 쓴 특유의 가사들로 그는 '이별 장인'이라는 별명까지 얻기도 했다.

사랑에 대해서만 가사를 쓰고 싶다던 그가 갑자기 회의감을 노래하게 된 이유는 뭘까. 위키트리는 지난 3일 새 앨범 발매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양다일 씨를 만나 직접 인터뷰 나눴다.

이하 브랜뉴뮤직 제공
이하 브랜뉴뮤직 제공

6개월 만에 새 미니앨범이 나왔다. '사랑' 얘기만 노래할 거라던 과거 인터뷰와 달리 이번 앨범 주제는 '회의감'이던데 색다른 행보를 보인 이유가 있나.

과거에 그렇게 인터뷰했던 것은 과거였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는 정말로 그랬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나도 조금씩 성장해 나가지 않나. 그만큼 다룰 수 있는 주제가 더 넓어진 것 같다.

또 사랑에 대해 더 많이 서술하고 나열하는 것에 좀 지치는 면도 있었다. 현재로썬 사랑에 대해서 크게 더 할 얘기도 없고. 그래서 현재의 내가 하고자 하는 얘기에 초점을 맞춰 곡을 썼다.

사랑에 대한 '회의감'이라고 생각해도 되겠나.

아니다. 물론 연애하고 이별하는 과정들을 통해 계속해서 곡을 쓸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앨범에서 다룬 '회의감'은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3번 트랙에서는 인간관계에서 겪은 감정들을, 4번 트랙에서는 어릴 적 생각했던 꿈과 지금 내가 헤쳐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오는 괴리감이나 회의감에 대해 썼다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앨범 수록곡 중 타이틀곡만 유일하게 '회의감'에 대한 내용이 아니다. 이 곡을 타이틀로 정한 이유가 있나.

사실 타이틀곡을 제외한 다른 세 곡을 먼저 완성했었다. 근데 완성된 곡들을 쭉 들어보니 뭔가 너무 우울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아 물론 곡이 우울하다고 해서 그냥 우울함으로 끝나는 건 아니다. 그 곡으로 위로받는 분도 있을 수 있고, 더 좋은 영향을 받는 분도 계실 수 있으니까.

그렇지만 앞선 세 곡은 내가 들어봐도 다소 어두웠기에 타이틀곡으로 정하기엔 좀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어쨌든 나는 대중가수이지 않나. 내가 하고 싶은 노래를 하는 것도 맞지만, 대중분들이 좋게 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조금 더 대중들이 접근하기 쉬운 곡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서 탄생한 게 이번 타이틀곡 '이 밤'이다. '이 밤'은 헤어진 연인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혼자 위로받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별 장인'으로 불린다. 연애가 행복했던 순간도 있기 마련인데 왜 그런 순간에 대해서는 노래하지 않나.

물론 행복할 때도 있다. 근데 나는 사실 내가 어느 정도 여유를 갖기 전까지 연애가 그렇게 행복했던 적이 없었다. 물론 중간중간 소소한 행복들이야 당연히 있었겠지만, 나는 원래 작은 거에 행복을 잘 못 느끼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뭔가 삶에 전반적인 여유를 찾기 전까지만 해도 내 기억 속의 연애는 행복하질 않았다. 그래서 항상 그런 노래를 써온 것 같다.

연애 중에도 슬픈 이별 가사가 써지나.

힘들다. 연애할 때, 특히 여자친구와 한창 좋은 시기에는 정말로 곡이 잘 안 나온다. 그래서 실제로 스트레스도 엄청 받는다. 당연히 그러면 안 되는 거지만 '내가 곡을 쓰기 위해 여자친구랑 싸워야 하나' 생각한 적도 있다.

근데 실제로 다툼이 생기면 신기할 만큼 무조건 곡이 나오더라. 싸운 뒤 혼자 베란다에 나갔던 그 짧은 순간에 가사가 써진 적도 있다.

여자친구 입장에선 서운할 것도 같다.

행복할 때 얘기를 아예 안 썼던 건 아니다. 근데 행복한 기분을 글로 나열하다 보면 뭔가 오글거려서 죽을 것만 같더라. 나는 사랑하는 상대에게도 표현을 잘 못 하는 사람이다. 주변 사람에게도 마찬가지고. 그런 걸 하기 싫은 게 아니라 정말로 못 하는 사람이라 그렇다.

작년 정규앨범에 '또라이'라는 곡이 있는데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의 표현이라고 보면 된다. 사랑하는 감정을 그렇게 장난식으로 돌려 표현해야만 그나마 참을 수 있지, 그런 장치도 없이 로맨틱하기만 한 가사는 죽어도 못 쓰겠다.

경험담을 바탕으로 가사를 쓰다 보면 가사 주인공이 '이거 내 얘기다' 하고 알아챌 것 같은데 어떤가.

헤어진 연인들에게 3번 정도 연락이 왔었다. 근데 조금 웃긴 점은 그들이 '내 얘기다'라고 생각한 가사가 다 그들 얘기가 아니더라. 물론 그들이 다른 곡의 주인공일 수는 있지만, 적어도 그들이 생각했던 곡에서는 아니었다. 하하.

근데 거기다가 대고 "그거 너 아니야"라고 할 수 없지 않나. 사실대로 말해줄 수는 없으니 그냥 웃으며 고맙다고만 했다.

과거 발매된 곡 중 '섣부르지 않니'라는 곡 가사가 굉장히 현실감 있고 재밌더라. 이것도 다 경험담에서 비롯됐나.

아 그 기억은 사실 굉장히 안 좋은 기억이다. 하하. 그 곡은 멜로디를 써놓고 가사가 떠오르지 않아 한참을 생각했다. 그러다 우연히 카톡을 켰는데 전 여자친구 프로필 사진에 현재의 남자친구가 선물해준 듯한 선물 사진이 올라와 있더라.

거기서 바로 가사가 나왔다. 근데 그런 경우는 굉장히 드물고 랜덤하기 때문에 그런 순간이 왔을 때 엄청 집중을 해야 한다.

사랑하고 이별하는 일이 두렵진 않나.

예전에는 많이 두려웠다. 근데 이제 20대 후반이 돼서 그런지 안 두렵더라. 감정 자체가 전반적으로 좀 무뎌진 것 같다. 그게 곡에서도 드러날지는 잘 모르겠다. 곡을 들어주시는 분들이 판단해주시면 좋겠다.

내년이면 어느덧 서른이다.

가장 친한 형들이 다 올해 서른이다. 근데 전부 다 조울증을 겪고 있다. 옆에서 보면 조울증이 정말 굉장히 심하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를 정도로 들떠있다가도 갑자기 또 표정이 안 좋아지더라. 내가 뭔가를 잘못했나 싶어서 이유를 물으면 '그냥 서른 돼서 그래'라고 한다.

나는 내가 그런 감정까지는 안 느낄 거라고 생각하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그런 고민을 하긴 한다. '가수로서의 내 수명이 얼마나 남았을까'라는.

감사하게도 작년을 기점으로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주목을 받게 됐다. 이 주목에서 온 가수의 수명이 얼마나 더 남았을지, 내가 어느 정도의 인기를 더 얻을 수 있을지 많이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감이 크긴 하다.

그렇다면 29살의 양다일, 현재의 양다일은 어떤가.

과거에는 곡을 만들 때 나를 위해 곡을 만든다기보다는 내 커리어, 내 미래를 위한 곡을 만든 경향이 컸다. 어떻게든 더 잘 되고 싶었고, 더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무엇보다 성공에 대한 욕심도 굉장히 컸고. 그래서 가사의 초점도 내가 아닌 대중이었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그게 너무 싫더라. 그래서 이젠 초점을 완전히 나에게 맞췄다. 지금부터 들려주는 얘기가 좀 더 나와 가깝다. 이제야 내 음악이 진짜 나 같다.

그렇다면 이번 앨범은 어떻게 평가됐으면 좋겠나.

사실 나는 단 한 순간도 내 앨범에 만족스러웠던 적이 없다. 한두 곡을 제외하고는 내 노래를 거의 듣지 않을 정도로 좋아하는 곡도 없는 편이다. 발매 이후 후회하고 부끄러웠던 앨범도 많았고. 옛날 앨범을 듣고 있으면 나조차도 귀가 아프고 듣기 힘든 부분도 있더라.

그래서 이제는 힘을 많이 빼고 있다. 이번 앨범은 들어주시는 분들이 '들으면 들을수록 편안해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다. 그냥 내 음악이 그들에게 좀 더 쉽고 편안하게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럼 본인 곡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이 뭔가.

작년 정규앨범에 수록된 곡 '잘 지내고 있는 거니'다. 그냥 그 곡을 가장 좋아한다. 뭔가 그때 기억이 가장 커서 그런 것 같다.

이번 앨범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 같은 건 없나.

작년 한 해가 내게 있어, 그리고 내 가수 인생에 있어 도약할 수 있는 시발점의 해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 엄청난 성공을 거둔 사람이 아니다. 올해는 도약을 해야 하는 해고, 이 앨범을 기점으로 도약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작년을 기점으로 정말 많은 게 달라졌다. 생활엔 어떤 변화가 있나.

경제적으로는 과거에 비해 너무나 여유로워진 상태다. 그래서 지금은 앞서 말했던 것처럼 가수로서의 수명에 대한 고민 말고는 내게 압박감을 주는 건 아무것도 없다.

작년엔 부모님 집을 옮겨 드렸고, 내 카드를 쓰게 했다. 지금도 매달 굉장히 큰 금액으로 쓰고 계신데 요즘은 너무 많이 쓰시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조금 들긴 한다. 하하.

이젠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도 많은가.

작년에는 양다일이란 가수의 존재를 어느 정도 알아주는 듯했으나 얼굴까지 알아보는 느낌은 없었다. 근데 올해 들어서는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많더라.

'유희열의 스케치북' 같은 프로그램에는 꾸준히 나와서 그런가. 아, 아니면 내 뮤직비디오 주인공이 계속 나여서 그런 걸 수도 있다. 하하.

비활동기에는 보통 뭘 하나.

일단 음악과 관련된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는다. 많은 분이 내가 비활동기에도 열심히 음악 작업을 할 거라고 생각하더라. 근데 나는 정말 아예 안 한다.

음악 작업을 하는 것 자체가 내게는 일이다. 그래서 딱 작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기 전까지는 온전히 놀기만 한다. 물론 여기서 논다는 건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는 거다. 집 밖을 나가기보다는 집에서 게임을 하는 정도랄까.

기다려준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많은 곡을 들려드리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적은 곡을 들려드리게 돼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 준비를 많이 했음에도 더 많은 곡을 내지 못한 것에 대해 나 역시 정말 아쉽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지금 현재로써는 내가 들려주고 싶은 곡이 정말 이 네 곡 밖에 없더라. 적게 느껴지시면 적게 느껴지시고, 아니라면 아니겠지만 그냥 양다일이라는 가수가 지금 하고 싶은 얘기는 이 정도구나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대신 이번 곡들만큼은 여태까지 냈던 앨범 전체를 통틀어 가장 만족스럽고, 가장 내고 싶은 곡들이기 때문에 나는 자신 있다. 그러니 많이 사랑해주시면 좋겠다.

home 김보라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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