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액 업계 1위’ 교촌치킨, 치킨만 잘 튀기는 것이 문제라고?
2019-10-2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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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점 평균매출 1위’ 불구 영업이익은 초라
생존 위해 외식사업 이어 가정간편식에 도전
주목할 만한 성과 없고 경쟁력에도 의문부호

치킨업계 매출액 1위인 교촌F&B가 외식 사업에 이어 가정가편식(HMR)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치킨 가맹점 시장이 사실상 포화 상태에 이른 까닭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하지만 외식 사업은 물론 가정간편식 시장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 데다 교촌F&B 경쟁력에도 의문부호가 생기면서 시장 선점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전국의 치킨 브랜드는 BBQ, bhc치킨, 교촌치킨, 네네치킨 등을 포함해 400개를 웃돌고 치킨 체인점은 총 2만5000개를 헤아린다. 치킨 가맹점은 전체 외식업에서 그 수가 가장 많다. 한식·분식·중식·일식·커피 등을 모두 포함한 전체 외식업 가맹점에서 치킨 가맹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20%가 넘는다. 치킨 가맹점 시장이 사실상 포화 상태에 이른 것이다. 실제로 2015년 이후 4년 연속 문을 닫은 치킨집이 새로 생긴 치킨집보다 많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촌F&B는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 가맹점 수는 BBQ, bhc치킨, 페리카나, 네네치킨에 이어 5위지만 가맹점 평균 매출이 6억원에 육박해 가장 높다. 매출액도 준수한 편이다. 잡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이 3304억9000만원으로 업계 1위다. 이처럼 가맹점 수에 비해 매출액이 높은 까닭은 가맹점의 이익을 위해 가맹점 수를 크게 늘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실속이 변변찮은 게 문제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98억원. 업계 1위치고는 너무나도 초라하다. 그나마 전년보다 영업이익이 3% 줄었다. 프랜차이즈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반대로 비용은 갈수록 증가함에 따라 생존 경쟁력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교촌F&B가 새 성장동력으로 선택한 것은 외식 사업이다. 하지만 실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2015년 선보인 외식 브랜드 ‘담김쌈’은 몸집을 키우지 못하고 직영점 1곳만이 운영 중이다. 설상가상 올해 론칭한 돼지고기 전문점 ‘숙성72’는 오픈 반년 만에 철수했다. 지난해 커피 및 음료 판매를 목표로 설립한 자회사 ‘케이씨웨이’도 이렇다 할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외식 사업에서 쓴 맛을 본 상황에서 교촌F&B는 올해 초 가정가편식(HMR)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만큼 사업다각화와 생존에 대한 절박감이 절실하다는 방증이다.
교촌F&B는 지난 3월 ‘교촌 닭갈비 볶음밥’을 출시하고 일부 매장에서 시범 판매 중이다. 일면 시작은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교촌F&B는 출시 이후 5월부터 8월까지 월평균 30% 이상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1980년대 3분요리, 즉석밥으로 출발했던 가정간편식 시장은 2013년 컵밥과 각종 반찬 등이 출시되면서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2015년부터는 가정간편식 시장이 연간 30% 이상 성장하면서 미래 먹을거리로 떠올랐다.
심은주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 가정간편식 시장 규모는 1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며 “2030년 1인가구 비중이 3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중장기 외식 대체제로서의 가정간편식의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먹을거리를 취급하는 교촌F&B로선 가정간편식 시장은 군침이 돌 만한 미끼인 셈이다.
하지만 교촌F&B가 기고 있는 동안 경쟁사들이 날고 있는 것이 문제다. 실제로 BBQ와 굽네치킨도 가정간편식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BBQ가 선보인 삼계탕은 월평균 3200개 이상이 팔리고 있고, 닭 가슴살 제품 등을 판매하는 굽네치킨의 굽네몰 매출은 전년보다 169%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촌F&B는 아직은 시범 판매에 불과한 만큼 볶음밥에 대한 매출 공개를 꺼리고 있다. 성장률이라는 외형에 실제 매출액이 가려 있는 셈이다.
유통 강자들의 텃세도 교촌F&B를 주눅 들게 하고 있다. 롯데푸드, CJ제일제당, 오뚜기 등 유통 대기업들의 기세가 워낙 거센 까닭에 특색과 경쟁력이 부족한 볶음밥 상품으론 시장 선점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식품업체들은 식품연구 및 가공기술 개발 등 연구개발(R&D)을 통해 PB 제품부터 프리미엄 제품까지 잇따라 차별화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동원F&B, 신세계푸드, CJ제일제당이 수산물 가정간편식 제품까지 출시하면서 시장 선점 다툼은 더욱 치열해졌다. 시장에 보여줄 만한 확실한 ‘한방’이 없다면 가정간편식 시장에서도 고배를 마시기 딱 좋은 상황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확장이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모든 업체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통해 수익을 꾀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면서 “교촌F&B가 외식사업을 놓지 못하고 가정간편식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까지 상황을 보면 가정간편식 후발주자로 나선 교촌F&B가 시장 내에서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교촌F&B 관계자는 “아직은 가정간편식 시장에 대한 초기 침투 단계”라면서 “우선적으로 기존 출시한 제품을 통해 시장에 안착한 뒤 소비자 니즈에 맞춘 제품군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