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가 고등학생들 보복 장난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2020-03-0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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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서 담배 피우는 학생들 훈계했더니 보복”
“아내가 불안장애 등 호소하며 정신과치료 받아”

가해 학생들 모습이 담긴 CCTV영상 중 한 장면(왼쪽)과 가해 학생들이 던진 담배 꽁초. / 보배드림
가해 학생들 모습이 담긴 CCTV영상 중 한 장면(왼쪽)과 가해 학생들이 던진 담배 꽁초. / 보배드림
자신을 전북 전주시에 거주하는 37세 남성으로 소개한 보배드림 회원은 지난해 자유게시판에 ‘고1 남학생 무리들이 주거침입, 재물손괴 사건’이라는 글을 올렸다.

글쓴이는 “아이 엄마가 둘째 수유를 하던 중 담배 냄새가 나서 거실 창문을 내려다 봤을 때 학생 남녀 4명이 담배를 피우고 있기에 담배 피우지 말고 가라고 한마디 했다”라면서 “남녀 학생 4명이 인상을 쓰며 담배를 바닥에 던지고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학생들에게 훈계하고 끝났다고 생각한 사건이 이렇게 저희 가족을 힘들게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글쓴이 가족이 힘들어진 이유는 훈계를 당한 학생들이 글쓴이 가족에게 보복을 가하기 시작한 때문이다.

▶가해 학생들이 저지른 짓 담은 CCTV와 사진 보러 가기

학생들은 1층 주차장 화단에 있는 돌멩이를 주워 글쓴이 집 창문에 던지거나 현관문 벨을 누른 뒤 달아나는 등의 범행을 저질렀다. 화가 치솟은 글쓴이는 현관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벨이 울리자 고등학생들을 쫓았다. 100m가량 다급하게 도망가던 학생들은 글쓴이가 따라오지 않는 걸 확인하고 자기들끼리 하하호호 웃기까지 했다. 글쓴이는 112에 신고했다.

이후 출동한 경찰이 가해 학생들 중 한 명을 검거했다. 아들이 붙잡혔다는 소식을 들은 가해 학생 어머니는 지구대를 방문해 "우리 아이가 그랬다는 증거 있어요?" "왜 죄 없는 아이를 잡아 온 거예요?" "경찰이 이래도 되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가해 학생도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 잡혀왔다”고 말했다.

그냥 넘어가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든 글쓴이는 집으로 돌아가 1층 주차장 CCTV를 확인했다. CCTV를 확인한 글쓴이는 너무나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학생들이 1층 주차장 화단에 있는 돌멩이를 주워 집 창문에 던지는 모습, 불씨가 꺼지지도 않은 담배꽁초를 거실 창문 쪽에 던지는 모습, 벨을 누르고 도망가는 모습 등이 CCTV에 담겨 있었다. 글쓴이는 담당 경찰관들에게 CCTV 영상을 보여줬다. 학생들은 주거침입, 재물손괴 혐의로 검찰로 송치됐다. 하지만 글쓴이 부인은 사건 충격으로 인해 불안장애와 우울증 등의 증세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학생들에 대한 처벌 수준은 실망스러웠다. 한 달 전쯤 주거침입, 재물손괴 혐의로 학생 5명에게 청소년범죄예방프로그램 이수 조건 기소유예 판결이 내려졌다.

더 큰 문제는 가해 학생들이 반성하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글쓴이는 “해당 학생들이 집앞 어린이공원에 모여 똑같이 담배를 피우고 떠들고 아무 일 없듯이 잘 지낸다”고 했다.

그는 “해당 학생들이 집 근처에 거주 중이라 오다가다 자주 보게 된다. 그래서 와이프는 제가 없으면 집밖에 나가지도 못한다. 그리고 택배든, 우체국 기사님이든 그 누구에게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와이프의 불안감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고 제가 집에 없으면 어린 두 딸을 데리고 모든 문을 걸어 잠근 후 안방에 들어가 나오지도 않는다”고 했다.

글쓴이는 “지금은 (부인이) 정신과 치료를 꾸준히 받고 상담도 하고 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저는 철없는 학생들이 본인들이 한 행동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알게 해주고 싶다”라면서 “민사소송이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민사소송도 하려고 준비 중이고 살고 있는 집도 내년 초 살던 곳에서 멀리 이사를 가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댓글을 통해 “전라북도교육청에 해당 학생들 처벌을 요구했지만 학교 측에서 학폭위를 열어 자체적으로 처벌을 할지 말지를 결정하고 처벌을 한다고 했다”라면서 “해당 학교 교장이랑 통화했는데 검찰 수사 중이라 판결이 나오면 처벌을 할지 결정하겠다고 해놓고 판결이 났는데도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글을 읽은 누리꾼들은 “저런 애들 전문으로 조지는 업체 없나” 등의 반응을 보이며 공분하고 있다.

home 채석원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