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못 잡는다던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직접 추적해보니 '중고교 동창'

2020-01-2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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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한겨레 신문 단독 보도
피해자가 SNS 통해 가해자 특정해

유튜브 'SBS 뉴스'
유튜브 'SBS 뉴스'

"텔레그램이요? 거긴 너무 보안이 세서 아마 (범인을) 잡기 힘들 거예요."

반인륜적 여성 착취 음란물 유통채널인 텔레그램 방 피해자인 20대 여성 박 씨가 충남 경찰서에게서 들은 말이다. 이에 박 씨는 직접 가해자 추적에 나섰다.

21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충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는 박 씨는 지난해 10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전화를 건 여성은 "선생님의 사진이 텔레그램 방에서 합성돼 유출되고 있으니 어서 경찰에 신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텔레그램 방 링크를 들어간 박 씨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700여명이 모인 방에 박 씨의 얼굴과 나체가 합성된 사진이 올라와 있었고 사진 아래에는 박 씨의 이름, 나이, 직업과 주소까지 적혀 있었다.

박 씨는 곧바로 충남의 한 경찰서 사이버수사대로 향했다. 경찰은 "잡기 어렵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혹시 모르니 전화번호를 적어두고 가라"는 말을 하고선 박 씨를 돌려보냈다.

박 씨는 직접 가해자 추적에 나섰다. 박 씨는 자신의 SNS 비공개 계정에 사진을 새로 올리고 그것이 텔레그램 방에 유출되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기로 했다. 자신의 중고교 졸업사진이 유출된 상태였기 때문에 동창이거나 동창과 가까운 남성 지인을 용의 선상에 올렸다. 새 사진을 1명씩에만 공개해 해당 사진이 텔레그램 방에 유출되는지를 확인했다. 그렇게 유추한지 나흘 만에 박 씨는 한 남성에게 공개한 사진이 그날 저녁 텔레그램 방에 유출된 것을 확인했다. 그 남성은 박 씨와 중고교를 같이 나온 동창 A 씨였다. 강원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A 씨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유튜브 'MBCNEWS'
유튜브 'MBCNEWS'

이렇게 경찰의 단속을 피하려는 사건에 대해 범죄를 막으려는 운동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활발히 이루어진 것은 이번뿐이 아니다.

8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SNS에 '텔레그램 성착취 신고 프로젝트' 계정이 생겼다. 계정에서 활동하는 여성 지원자들이 성 착취물 유포자를 직접 신고한다. 피해자에게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2018년부터 이어져 온 'SNS 아동, 청소년 성매수 근절' 계정에서는 미성년자 성 매수, 유사 성행위 계정 정지와 성 구매자 처벌을 위한 활동을 했다. 해시태그 운동, 청와대 국민청원을 진행했다.

지난해 10월 연예인 설리가 세상을 떠난 후에는 '여성 연예인 연관검색어 정화봇(연검정화봇)' 계정이 생기기도 했다. 같은 취지에서 '국내 여자래퍼 연검정화봇'도 생겼다.

기사와 관련없는 자료 사진 / 셔터스톡
기사와 관련없는 자료 사진 / 셔터스톡
home 김은경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