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급식 메뉴 찾아보기 귀찮아서 고등학생들이 학교에 준 선물

2020-02-0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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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 털어 교내 인트라넷 서비스 직접 제작한 한세사이버보안고등학교 학생들
'한빛', 다양한 기능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인기

고등학생들이 교내 인트라넷 서비스를 직접 제작·운영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세사이버보안고등학교가 주인공이다. 학교 홈페이지가 불편하다고 느낀 이 학교 학생들은 지난해 '한빛'이라는 서비스를 제작, 학교에 기증했다.

한빛은 학사일정, 학교와 학생회 공지, 시간표, 급식 메뉴 등 학교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나 한빛의 진짜 매력은 학교나 외주업체가 제작했다면 생각도 하지 못했을 참신한 기능에 있다.

이하 한세사이버보안고등학교 제공
이하 한세사이버보안고등학교 제공

학생들은 한빛에서 하교까지 남은 시간, 급식까지 남은 시간, 우리 반 급식 순서(학년·반마다 매주 급식 순서가 달라진다)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학생들의 '에브리타임', 페이스북 '대나무숲'과 같은 익명 커뮤니티도 즐길 수 있다. 재학생 혹은 졸업생이라면 누구나 글을 쓰고 댓글을 달 수 있다.

축제 기간에는 자체 전자 화폐인 '한빛페이'로 축제 부스에서 결제도 할 수 있다. 축제 프로그램 투표, 축제 짝찾기, E-Sports 승부 예측 등도 가능하다. 다양한 기능뿐만 아니라 세련된 디자인도 돋보인다. 분홍색과 보라색 포인트, 적절하게 배치한 픽토그램, 아기자기한 폰트에서 한빛의 완성도를 엿볼 수 있다.

한빛은 놀랍게도 학교 예산 지원 없이 학생들이 사비를 털어 제작했다. 재학생 8명(김우혁, 이예준, 강민우, 오유원, 김태민, 최민규, 김경백, 김현성)과 인근 고등학교 학생 1명(이민혁)이 지난해 1월부터 서비스를 구상했다. 5월부터 프론트엔드, 서버, 디자인 등 역할을 나눠 개발에 착수했다. 7월에는 한빛을 완성, 학교에 공개했다. 다행히 학교는 한빛을 도입하는데 호의적이었다.

한빛 개발 회의 중인 한세사이버보안고등학교 학생들
한빛 개발 회의 중인 한세사이버보안고등학교 학생들

한빛 개발을 주도한 3학년 김우혁 군은 "원래 카카오톡 챗봇 기반 서비스를 만들려고 했는데 학생들이 원하는 기능이 많길래 자체 인트라넷 서비스를 구축했다"며 "지난해는 팀원들 사비로 개발 비용을 충당했지만 올해부터는 학교 예산도 편성 받았다"고 밝혔다.

한빛을 개발한 학생들은 신입생들이 입학하는 오는 3월에 맞춰 '한빛 2.0'도 공개할 예정이다. 새로운 한빛은 점심시간 방송곡 신청, 선생님과의 다이렉트 메시지, 분실물 찾기, 중고거래 게시판 기능도 지원한다.

한세사이버보안고등학교 천현철 교감은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개발과 운영을 맡아 놀랐다"며 "한빛이 교사와 학생들의 소통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home 권상민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