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상도 받은 봉준호, '감독'보다 '시나리오 작가'에 더 큰 자부심

2020-02-1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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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각본도 그의 작품…감독한 영화 7편 시나리오 모두 직접 써
'역량' 질문에 “감독 50점, 시나리오 작가 90점” 스스로 점수 매겨

봉준호 감독 / 아하 연합뉴스
봉준호 감독 / 아하 연합뉴스

영화 '기생충'으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권위의 작품상을 비롯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거머쥔 봉준호 감독.

4가지의 각 부분상 하나 하나 대단한 성과지만 그 중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는 상이 각본상이다.

그런데 이번에 아카데미 상을 받은 각존도 봉 감독이 직접 썼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다.

봉 감독은 이번 시상식이 열리기 2달여 전 한 인터뷰에서 사실은' 감독'보다 '시나리오 작가'로서 더 재능이 있다고 고백했다.

봉 감독은 인터뷰어로 나선 이필재 이코노미스트 인터뷰 전문기지와 대담에서 감독으로서는 50점, 시나리오 작가로서는 90점이라고 스스로 점수를 매겼다.

'연세동문회보'(1, 2월호 연속 게재)에 실려 새삼 화제로 떠오른 봉 감독 인터뷰 중 이와 관련된 내용만 발췌해 옮긴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앞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국제영화상, 감독상, 작품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 등 영화 '기생충' 팀에게 축하 박수를 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앞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국제영화상, 감독상, 작품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 등 영화 '기생충' 팀에게 축하 박수를 치고 있다 / 연합뉴스

봉 감독은 지금까지 만든 영화 7편의 시나리오를 직접 썼다.

'남극일기' 같은 영화는 시사리오만 썼다.

단편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박태원이 그의 외할아버지다.

-감독으로서 역량이 100점이라면 그 시나리오 작가로서 역량에 스스로 몇점을 주겠습니까?

"감독으로서 역량은, 아직은 한 50점 됩니다. 시나리오 작가로서는 90점을 주겠습니다. 시나리오 작가로서 자부심이 더 크다"

-더 완성도 높은 작품이 나오러면 봉 감독의 시나리오로 100점 짜리인 다른 감독이 찍어야겠어요?

"맞아요.제가 시나리오를 쓰고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찍으면 뭔가 될겁니다."

봉 감독은 아카데미 감독상 부문에서 아이리시맨으로 후봉 오른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경쟁한다. 올해 78세인 스콜세지는 뉴욕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경쟁작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기생충을 꼽았다. 뉴욕 타임스는 '기생충'에 대해 올해의 영화라고 평했다.

봉 감독은 이번 인터뷰에서 "스콜세지처럼 일흔이 될 때까지 현역으로 영화를 찍을 수 있다면 행복하겠다"고 말했다.

-감독으로서 약점이 원가요?

"집착이 많은 하드워커지만, 한편, 감독으로서 직접 맞닥뜨리지 않고 도망치려 드는 회피 본능이 있습니다. 사랑방 주인 스타일의 감독은 못되는 거죠. 커튼 앞에 있으면 불안해 커튼 뒤에 숨어 컨트롤 하려 드는 체질이라고 할까요? 다른 단점도 많습니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뭐가 가장 힘드나요?

"시나리오 쓸 때 고독한 것도 힘들지만, 가장 힘든 건 밤샘 촬영입니다. 밤 장면 야외 촬영은 태양을 차단할 수 없어 반드시 밤에 찍어야 하는데 이때 너무 자고 싶어요. 실사 영화 작업 하는 사람만 겪는 고통이죠."

그는 언젠가 자신이 쓴 시나리오를 만화로 그려보고 싶다고 말했다.

home 윤석진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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