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1000원’ KT 서비스의 출장 요금이 뭔가 수상하다

2020-02-2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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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받아도 되는 출장비, KT의 수익사업으로 변질
고객 전화번호 등 민감 정보 업무 채팅방에 노출

KT 고객들의 녹취 파일과 문자 내역이 단체 채팅방에 공유되고 있다. / 김성현 기자

“고객들 목소리가 담긴 녹음 파일이나 문자 내용을 업무가 끝나고 지점장들에게 보고해야 합니다.” “보고하지 않으면 기사들에게 불이익이 따라옵니다.”

24일 경기 남양주시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난 홍성수 KT서비스노동조합위원장은 기자에게 이 같이 말했다. 이날 홍 위원장은 KT 방문 기사들이 받는 부당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KT서비스는 KT 자회사다. 이 회사의 주요 업무는 각 가정에 IPTV, 일반 전화 등을 설치하는 것이다. 그런데 KT서비스가 서비스를 마친 뒤 고객들을 상대로 꼭 시행하는 절차가 있다. ‘케어콜’이다.

‘케어콜’은 일종의 서비스 만족도 조사다. KT서비스 기사들은 사무실로 복귀한 뒤 방문 고객에게 ‘5점 만점에 5점을 꼭 달라’고 전화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장에서 ‘서비스에 만족했는지’ 고객에게 묻고 그 대답을 녹음해야 한다. 5점 만점을 받아야 기사들은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고 홍 위원장은 말했다.

퇴근 시간이 지났음에도 KT 방문 기사들은 고객 녹취 내용, 문자 내역을 업무 채팅방에 올려야 한다 / 김성현 기자

문제는 녹취 파일과 문자 내역 등 고객 정보를 지점장이나 팀장 등이 속한 단체 채팅방에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도 모르는 불법행위가 저질러지고 있는 셈이다.

홍 위원장은 ‘케어콜’을 공유하지 않으면 지점장에게 욕을 먹거나 인사평가에서 부당한 처우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 목소리나 전화번호가 담긴 ‘케어콜’ 내역을 공유하는 것 자체는 엄연히 개인보호법에 위반되는 행위”라면서 “매우 부당한 일이 이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케어콜’은 KT서비스 기사들에게 숙제검사와 같다. ‘케어콜’ 내역을 공유하지 않으면 퇴근하고서도 제출 압박에 시달린다. 근무시간에 ‘케어콜’ 업무를 완료하기 힘든 까닭에 퇴근 시간을 훌쩍 넘겨서까지 일해야 하지만 초과근무수당은 지급되지 않는다.

'유료화 지표'는 본연의 취지와 달리 KT 방문 기사들의 실적 평가 기준이 돼버렸다. / 김성현 기자

홍 위원장은 ‘유료화 지표’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료화 지표’란 정확한 진단을 통해 고객들에게 현장 출장비 1만1000원을 부과할지 말지 판단하는 지표다.

홍 위원장에 따르면 고객의 무분별한 고장접수를 줄이고자 하는 취지로 만들어진 ‘유료화 지표’가 KT의 수익사업으로 변질하고 있다. ‘유료화 지표’가 기사들의 실적평가 기준으로 자리를 잡은 까닭에 인사평가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기사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홍 위원장은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고 출장비를 부과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임에도 부과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료화 지표’를 충족하지 못해 퇴사한 기사도 있다고 했다.

홍 위원장은 “이 같은 회사의 관행 때문에 고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우리 본연의 업무를 망각할 때가 많다”면서 “많은 것을 바라진 않는다.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본연의 업무에만 충실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기업 KT가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부당한 처우에 대해 사과하고 잘못된 관행이 바뀌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home 김성현 기자 shkim@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