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AV 업계에서도 'n번방'과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2020-03-24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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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민단체가 전한 AV 강제 촬영 실태
교묘한 속임수로 피해자가 거절할 수 없게 만들어

이른바 'n번방' 사건으로 불리는 성착취 범죄가 화제가 된 가운데, 일본 AV 업계에도 이와 유사한 성착취가 횡행하고 있다는 증언이 전해졌다.
젠더미디어 '슬랩'은 24일 공식 트위터에 "'합법'처럼 보이는 일본 AV 역시 n번방과 유사한 여성 착취 구조 속에 제작되고 있다"면서 영상을 게재했다.
슬랩은 영상에서 PAPS라는 한 일본 비영리단(NPO) 활동가들과 인터뷰하며 AV 제작 실태를 전했다. PAPS는 성착취, 성폭력 피해자 상담 및 실태조사를 목표로 하는 NPO 법인이다.
PAPS는 강제 촬영 피해자들과 상담하며 알게 된 AV 업계의 교묘한 성착취 사례를 전했다. 이들은 "어린 여성의 심리를 교묘하게 악용해 AV에 출연하게 해 엄청난 이익을 보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이 전한 AV 업계 실태는 이렇다. AV 업자들은 고액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어린 여성들을 끌어모은다. 부분 모델이나 성인용품 모니터 아르바이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지원하면 AV 촬영을 알선한다.
AV 업자들은 이들이 촬영 요구를 쉽사리 거절하지 못하도록 면접 단계에서 '촬영을 거절할 시 위약금을 문다'는 조항을 넣는다. 이처럼 작은 속임수는 출연자 섭외부터 촬영까지 전 단계에서 걸쳐 교묘하게 이뤄진다.
연예계 스카우터로 가장하는 수법도 있다. 마치 AV가 연예계의 일부인 것처럼 속인다. '배우나 모델이나 아이돌이 되고 싶으면 AV를 거쳐야 된다'는 말로 출연을 구슬린다.

PAPS는 촬영 단계에서도 '촬영'이라는 방식으로 성희롱이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촬영 시 눈물을 흘리면 그대로 강간물로 촬영되기도 하며, "그만해", "아파"라고 말하며 촬영 중단을 요구해도 모두 AV 대사가 되어버린다.
촬영 시 분한 마음에 눈물을 흘리는 출연자에게는 '중요한 역할을 맡으면 긴장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는 말을 하며 감정을 '바꿔치기'하기도 한다. 일종의 가스라이팅이 이뤄지는 셈이다.
출연자들이 용기를 내 출연 거부 의사를 밝히더라도 AV 업자들은 온갖 구실을 대면서 거절하기 힘든 상황을 만든다. 결국 출연자들은 저항을 포기하게 된다.
이처럼 교묘한 속임수가 쌓이고 쌓이면 마치 출연자들이 원해서 출연하는 것과 같은 모양새가 만들어진다. AV 업자들은 이를 이용해 대외적으로는 AV의 합법성을 강조한다.
PAPS는 "사업자들이 그렇다고 하니깐 소비하는 쪽도 '아, 그렇구나'라고 생각해서 AV를 보는 것에 대한 저항감도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생각이) 순전히 소비하는 쪽의 환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이같은 AV 강제 촬영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APS와 일본 인신매매피해지원센터 '라이트하우스'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이뤄진 성폭력 상담건수 556건 중 376건이 AV 피해 상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