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데… 오비맥주는 ‘카스 밀어주기’뿐
2020-04-1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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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시장 ‘카스 vs 테라’ 구도 예상
‘오비맥주, 카스 후속 내놔야’ 업계 지적

카스와 하이트가 25년 넘게 싸우는 상황에 소비자도 신물이 난 것일까. 신흥 강자 테라의 기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13일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의 지난해 맥주 판매량 조사에 따르면 전년과 비교해 오비맥주가 6.9% 감소한 4억1925만ℓ, 하이트진로가 8% 증가한 2억6412만ℓ를 기록했다.
오비맥주가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지만 하이트진로의 맹추격에 점유율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오비맥주 점유율은 2018년 49.5%에서 지난해 48.9%로 감소한 데 반해 하이트진로는 같은 기간 26.9%에서 30.8%로 점유율이 늘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하이트진로 테라의 무시무시한 기세다. 테라의 시장 진입 속도와 카스 브랜드의 노후화를 고려하면 머잖아 1위 순위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는 테라의 독주를 막으려면 오비맥주가 카스의 뒤를 이를 신제품을 발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산 맥주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지는 카스와 하이트 둘뿐이었다. 국내 맥주 시장점유율이 격변한 사례도 1993년과 2008년 각각 하이트와 카스가 떴을 때 두 번에 그친다. 이처럼 변화가 없었던 까닭에 맥주시장 경쟁 역시 뜨뜻미지근했다. 순위만 잘 유지해도 선두 자리를 노릴 수 있었던 만큼 리스크를 동반한 도전을 할 필요가 없었다.
맥주 시장이 들썩이기 시작한 것은 하이트진로가 9년 만에 새로운 맥주인 테라를 출시하면서부터다. 맥주 사업은 영업이익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점유율이 투자 판단에서 주요 역할을 한다. 맥주 경쟁에 불이 붙은 가운데 올 여름 시장점유율 확보가 주요 관건으로 떠오랐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테라를 중심으로 지역 확장을 이어가고 오비맥주는 카스 밀어주기 전략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오비맥주로선 카스의 점유율을 유지 및 관리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오비맥주는 지난달 카스의 새 모델로 외식사업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발탁했다. 개그맨 김준현씨와 걸그룹 에이핑크 멤버 손나은씨를 모델로 선보인 지 불과 6개월 만이다. 시장 관심을 환기하는 행보로 보인다. 하지만 스타 마케팅만으로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물론 주류 신제품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다. 출시하더라도 소비자 기호를 맞추지 못하면 계륵으로 전락하기 딱 좋다. 하이트진로도 드라이d 이후 테라로 흥행을 이끌기까지 9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테라를 연구개발하는 데만 5년이 걸렸고 그 과정에서 무려 1000억원을 투입했다. 같은 기간 오비맥주는 기존의 OB맥주와 카스를 활용한 프리미어 OB시리즈, 카스비츠 등을 선보였으나 소비자 호응을 얻는 데 실패했다.
현재 오비맥주는 코로나19 여파로 사업 전반에 타격을 입고 있다. 지난해 6월 상표권을 등록한 무알콜 음료 카스제로의 출시 일정은 연기됐고, 업소용 주류를 생산하는 청주공장도 재고 적체를 이유로 지난 6일부터 4주간 제품 생산을 중단했다.
오비맥주 측은 신제품 계획은 밝히지 않았으나 고객 니즈에 맞추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코로나로 외식업계 전체가 직격탄을 받았기 때문에 일단 상황이 진정돼야 계획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