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쾌거다… 한국인 과학자가 세계 최초로 '파킨슨병' 완치에 성공했다
2020-06-02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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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수영하고 신발끈 묶을 정도 됐다"
"보편적인 치료법으로 자리잡을 것" 밝혀
화제의 주인공은 KAIST 생명과학과 석·박사 과정을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 의대 맥린병원(McLean Hospital, Harvard Medical School) 분자신경생물학 실험실 소장으로 재직 중인 김광수 교수다. KAIST 대학원 석·박사 졸업생인 김 교수는 신경과학과 줄기세포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현재 모교인 KAIST에서 해외초빙 석좌교수와 총장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김 교수의 논문은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의학 분야 저널인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실렸다. 저널에 따르면 김 교수가 환자의 피부세포를 변형해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생성한 뒤 이를 파킨슨병 환자의 뇌 깊숙이 주입한 결과, 환자가 면역체계 거부반응 없이 구두끈을 다시 묶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영을 하고 자전거를 탈 정도로 운동능력을 회복했다고 지난달 14일 소개했다.
파킨슨병은 치매, 뇌졸중과 더불어 3대 만성 퇴행성 뇌 신경계 질환으로 꼽힌다. 국내에만 11만 명, 전 세계적으로는 600만~1000만명의 환자가 있다. 영화배우 마이클 제이 폭스, 전 세계 헤비급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 264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등 유명 인사이 앓은 병이다.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일본의 신야 야마나카(Shinya Yamanaka) 교수는 ‘유도만능 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 제조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을 뇌 질환 환자치료에 적용해 성공한 사례는 아직 없다. 전 세계적으로 단 한 명의 환자(황반변성증)가 자신의 유도만능 줄기세포를 이용해 세포치료를 받은 적이 있지만, 병이 호전되진 않았다. 따라서 유도만능 줄기세포를 사용해 피킨슨병 환자 맞춤형 치료를 시도한 사례도, 성공한 사례도 김 교수팀이 세계 최초라고 할 수 있다.
파킨슨병의 맞춤형 줄기세포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의 체세포를 안정적으로 줄기세포로 전환한 뒤 이를 다시 도파민 세포로 분화시킨 후 뇌에 이식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고효율로 진행돼야 하며 유해성이나 부작용이 없어야만 가능하다. 이런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김 교수는 맞춤형 줄기세포 치료를 위한 연구에 오랫동안 집중해 왔다.
김 교수 연구팀은 2009년과 2011년에 각각 바이러스를 사용하지 않고 환자의 세포로부터 유도만능 줄기세포를 제작하는 기술을 최초로 개발해 파킨슨병 동물 모델에 적용할 수 있음을 보고한 바 있다. 아울러 연구팀은 또 도파민 신경의 분화 메커니즘을 밝혀 줄기세포를 효율적으로 분화하는 원리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2017년에는 역분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사 변화의 메커니즘 규명을 통해 임상 적용이 가능한 새로운 역분화 기술을 개발했다. 또 그간 개발한 기술을 기반으로 제조된 도파민 신경세포를 파킨슨 동물 모델에 이식했을 때 암세포 등의 부작용 없이 파킨슨 증상이 현저하게 호전되는 것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김 교수는 20여 년간 연구해온 기술을 활용해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최종 승인을 받고 FDA 요청에 의해 2017년과 2018년 2차례에 걸쳐 69세 파킨슨병 환자에게 도파민 신경세포를 면역체계의 거부반응 없이 작용토록 세계 최초로 이식 수술을 진행했다. 이후 2년간 PET, MRI 영상 등 후속 테스트를 거쳐 지난달 임상 치료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는 의사이자 사업가이며 발명가 조지 로페즈다. 그는 맞춤형 줄기세포의 신속한 연구와 파킨슨병 정복을 위해 애써 달라며 김 교수팀을 꾸준히 지원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로페즈의 뇌 이식 수술을 직접 집도한 의사(매사추세츠 제너럴 병원)인 제프리 슈바이처 박사는 "매우 고무적인 임상 치료 결과ˮ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향후 안정성과 효능성 입증을 위해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이 필요하며 FDA 승인을 위해 필요한 절차를 밟고 있다ˮ고 말했다. 그는 "10여 년 정도 후속 연구를 계속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맞춤형 세포치료가 파킨슨병 치료를 위한 또 하나의 보편적인 치료 방법으로 자리 잡을 것ˮ이라고 기대했다.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에 발표된 김 교수 논문의 제목은 '파킨슨병 환자를 위한 개인화된 iPSC 유도 도파민 전구세포(Personalized iPSC-Derived Dopamine Progenitor Cells for Parkinson’s Disease- 보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