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외모 순위 매기다 징계받은 남학생…법원이 구해줬다

2020-06-1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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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예방법에 명시된 위법 행위에 준할 정도로 보긴 어렵다는 판단
“대화방에 3명 있었고, 피해자에 직접 전달한 거 아냐”

여학생 외모 순위를 매기고 성적인 대화를 주고받은 남학생에게 학교가 내린 징계는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건은 지난해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천 한 고등학교 2학년 A군은 친구 2명과 페이스북 메신저 대화방에서 여학생들 외모 순위를 매겼다. 이 과정에서 여학생 여러 명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기사와 관계없는 사진 / 이하 셔터스톡
기사와 관계없는 사진 / 이하 셔터스톡

대화방에서는 성적인 표현이 적힌 사진도 공유됐다. A군은 이를 보고 "(성적으로) 그런 취향을 ○○○가 받아주면 결혼해"라며 여학생 이름을 언급했다.

A군은 다른 여학생 이름을 언급하며 "진지하게 고백할까"라는 말을 했고, 이에 다른 친구가 "넌 차이고 돌아온다. 고백 장면을 생중계하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들 대화가 문제가 된 건 대화방에서 언급된 여학생 중 한 명이 알게 되면서였다. 이 여학생은 학교 선배에게 빌린 태블릿PC에 A군 페이스북 계정 정보가 저장된 걸 발견했다.

A군도 이전에 해당 태블릿 PC를 빌린 적 있는데, 그 때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저장된 것이다.

기사와 관계없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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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학생은 이를 이용해 A군 페이스북 계정에 로그인했다가 대화 내용을 보게 됐다. 내용을 보고 놀란 여학생은 이름이 언급된 다른 친구에게도 이를 알렸고, 학교에도 신고했다. 성적 수치심을 느꼈기 때문이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A군 등이 나눈 대화가 사이버 성폭력 등 학교 폭력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A군은 출석정지 5일, 학급 교체, 특별교육 5시간 이수, 여학생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 등 징계를 받았다.

A군은 학교 측 처분에 즉각 반발했다. 대화 내용은 학교 폭력에 해당하지 않으며, 학교 폭력이라 하더라도 징계는 재량권을 벗어나 위법하다는 주장이었다.

A군은 학교법인을 상대로 징계 조치 처분 무효 확인 청구 소송을 냈고, 법원은 A군 손을 들어줬다. 학교 폭력 관련 조치는 학교 생활기록부에 기재되는 만큼 향후 당사자가 진학하거나 직업을 선택할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재판부는 A군이 외모 순위를 매기고, '성적 취향을 받아주면 여학생과 결혼하라'는 말을 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이러한 행위가 학교폭력예방법에 명시된 위법 행위에 준할 정도로 보긴 어렵다고 봤다.

또 문제의 대화가 오간 메신저 대화방에는 3명만 있었고, 직접 피해 학생들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은 아라면서 "전후 대화 내용을 전체적으로 보면 서로 놀리고 장난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표현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그런 표현이 명예훼손·성폭력에 해당하거나 음란정보와 같은 심각한 내용으로도 보기 어렵다"며 "학교 폭력이 아니어서 원고에 대한 징계는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home 권택경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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