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판문점회동 문 대통령 동행 세 차례 거절…김정은도 원하지 않았다”

2020-06-2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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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에서 폭로
문재인 대통령-김정은 위원장 간 핫라인도 가동 안 되는 현실 전해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을 나서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이하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을 나서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이하 연합뉴스

지난해 6월 30일 열린 판문점 남북미 회동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참석을 원치 않았다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회고록에서 폭로했다.

22일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에 따르면 판문점 회동 당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은 문 대통령의 참석 요청을 세 차례나 거절했다.

미국 백악관을 배경으로 18일(현지시각) 촬영된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의 표지.
미국 백악관을 배경으로 18일(현지시각) 촬영된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의 표지.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참석을 강력히 원했던 문 대통령에게 먼저 “같이 가서 만나면 보기 좋을 것”이라고 사실상 마음에는 없는 돌발 발언을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속마음을 잘 아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문 대통령의 생각을 전날 밤에 타진했지만 북측이 거절했다”고 끼어들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한국 땅에 들어섰을 때 내가 없으면 적절하지 않게 보일 것”이라며 “김 위원장에게 인사하고 그를 트럼프 대통령에 넘겨준 뒤 떠나겠다”고 재차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러길 바라지만 북한 요청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에둘러 거절했다.

문 대통령은 다시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이 함께 비무장지대(DMZ)에 방문하는 건 처음”이라며 재차 설득했지만, 트럼프는 “이 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며 또 한번 거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를 서울에서 DMZ로 배웅하고 회담 후 오산공군기지에서 다시 만나도 된다”고 문 대통령에게 역제안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DMZ 내 관측 초소까지 동행한 다음 결정하자”고 답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판문점 자유의집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안내했고, 결국 4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남북미 정상 간 3자 회동이 성사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 책에서 남북 간 핫라인이 가동된 바 없다는 점도 밝혔다.

그는 문 대통령이 판문점 회동 전 오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이 김정은 위원장과 핫라인을 개설했지만 그것은 조선노동당 본부에 있고 김 위원장은 거기(남북 정상 핫라인)에 간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남북 정상 핫라인은 2018년 3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특사단이 북한에 가서 합의했으며, 그해 4월 20일 개설됐지만 1년 2개월 넘게 무용지물이었다는 것이다.

한편, 볼턴 전 보좌관은 문 대통령이 지난해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방안을 제안했다고도 주장했다.

문 대통령이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판문점이나 미 해군 함정에서 3차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두 달 전인그해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빈손으로 협상을 종료했다.

볼턴 보좌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아이디어를 높게 평가한다면서도 다음 정상회담은 실제 협정을 만들어 내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끼를 물지 않고, ‘북한 핵무기를 제거하는 협정이 있은 후에 또 다른 정상회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회담 말미에 “내가 서울로 돌아가면 북측에 6월 12일과 7월 27일 사이에 3차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북측에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든 괜찮지만 사전에 협정이 있어야만 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3차 북미 정상회담을 견인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다소 부정적 입장을 취했던 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해 6월 한국 방문 당시 트위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판문점 회동을 깜짝 제안해 성사시킨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30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함께 북측으로 넘어갔다가 남측으로 돌아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30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함께 북측으로 넘어갔다가 남측으로 돌아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당시 악화되던 한일 관계도 물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책에서 전했다. 한일 양국은 2018년 10월 대법원이 일본 기업에 강제징용 배상을 판결한 이후 갈등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따금 일본이 역사를 쟁점화한다”고 발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일 안보 협력을 의식하며 문 대통령에게 북한과 전쟁 시 일본의 참전을 허용할 것인지 두 차례나 물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명확히 답하지 않은 채 “그 이슈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한국과 일본은 하나가 돼 싸우겠지만 일본 자위대가 한국 영토에 들어오지 않는 한에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home 김민수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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