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바람의나라: 연’ 출시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

2020-07-1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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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넥슨·엔씨소프트(3N), 최근 기존 IP 재탕한 모바일 게임 출시
전문가 “IP 재활용, 장기적 관점에선 ‘자멸의 길’”… 중국 움직임 주목

넥슨은 1996년 출시한 '바람의 나라' 지식재산권(IP) 기반의 모바일 게임 '바람의나라: 연'을 지난 15일 출시했다. 출시 하루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넥슨은 1996년 출시한 '바람의 나라' 지식재산권(IP) 기반의 모바일 게임 '바람의나라: 연'을 지난 15일 출시했다. 출시 하루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지난 16일 퇴근길 지하철에서 옆 승객이 스마트폰을 힘껏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슬쩍 보니 ‘바람의나라: 연’을 플레이 중이었다. 전날 지하철에선 유튜브로 ‘리니지2M’ 방송을 시청 중인 승객을 봤다. 추억과 걱정이 공존하면서 뇌리를 스쳤다.

20년 전 PC방엔 RPG 양대 산맥 ‘바람의나라’ ‘리니지’가 있었다. 당시 대세였던 ‘스타크래프트’ 다음으로 눈에 띄는 게임들이었다. 15일 출시한 ‘바람의나라’ 모바일 버전 ‘바람의나라: 연’이 출시 하루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고 한다. ‘리니지M’ ‘리니지2M’ 명성은 두말하면 입 아프다.

구관이 명관은 맞는다. 하지만 20년 전 ‘리니지’ ‘바람의나라’가 강세인 오늘날의 기류가 썩 반갑지만은 않다. 혹자는 과거 게임이 여태 사랑받는 것이 무슨 문제냐고 할 수도 있겠다. 다만 반대 의견도 있다. '과거에 갇힌 채 기존 지식재산권(IP)만 고집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일까?'

엔씨소프트는 연내 ‘리니지2M’을 글로벌 시장에, ‘블레이드&소울2’과 ‘아이온2’를 국내 시장에 선보인다. 넷마블은 최근 ‘마구마구 2020’ ‘스톤에이지 월드’를 출시했다. 넥슨은 ‘카트라이더’ ‘피파 모바일’에 이어 ‘바람의나라’까지 합세해 헤트트릭을 달성할 방침이다. 공통점이 있다면 모바일이라는 것과 기존 IP의 재탕이라는 것이다.

3N뿐만이 아니다. 웹젠은 ‘뮤’ IP를 기반으로 한 게임을 반복해서 찍어낸다. 하반기엔 2006년 출시한 PC 게임 ‘R2’의 모바일 버전을 출시한다고 한다. 그라비티는 또다시 ‘라그나로크’다. 업계가 IP 창출보다는 안정적인 수익 창출에 힘을 싣는 듯하다.

게임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흐름을 장기적 관점에서 ‘자멸의 길’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19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8년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는 2017년보다 10% 증가한 638억8400만달러(약 78조원)다. 다만 2018년 성장률은 10%로 2017년(22.3%)보다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모바일 시장의 내년 성장률은 6.7%로 주춤할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언택트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상승세인 모바일 게임 시장이 숱한 전망대로 하루아침에 부침을 겪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하강 곡선이 중국 게임의 잠식, PC·콘솔 플랫폼 상승세 등 외부 요인보다 내부 오류에서 기인한다면 얘기는 다르다. IP 재활용과 양산형 게임이 곧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순위 추이를 보면 중국 게임이 여전히 견고한 위치를 자랑한다. 특히 ‘AFK아레나’ ‘라이즈 오브 킹덤즈’은 장기간 국내 게임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두 게임은 유저들에게 웰메이드 게임으로 평가받고 있다. 공통분모는 유명 IP를 재탕하지 않는 최신작이라는 것. 이외에도 다수 중국 게임사들의 자체 IP 개발 움직임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넥슨이 2005년 개발한 ‘던전앤파이터’ IP 기반의 모바일 게임을 내달 중국 시장에 출시한다고 한다. 엔씨소프트의 신작 ‘프로젝트 TL’이 그 어느 때보다 기다려진다. 덩달아 중국 지하철 승객들의 스마트폰에서 어떤 게임이 기승을 부리는지도 궁금하다.

home 김성현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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