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vs 카카오, 다음은 ‘콘텐츠 전쟁’
2020-08-0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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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양대 산맥 네이버·카카오, 같은 듯 다른 콘텐츠 사업 방향
네이버 ‘선(先) 해외 시장 공략’ vs 카카오 ‘IP 확보·콘텐츠 개발’

오늘날 우리는 네이버로 궁굼증을 해소하고 카카오톡으로 의사소통을 합니다. 네이버·카카오 세상에 살고 있죠. 네이버·카카오가 없는 카테고리를 찾기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포털·금융·뱅킹·소셜네트워크서비스·음악…. 양사는 오늘도 이용자 확보에 여념이 없습니다.
콘텐츠 부문에서도 양사의 대립(對立)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웹툰·웹소설·드라마·영화·음악·게임 등을 말합니다. 양사의 콘텐츠 사업 방향은 어떨까요. 네이버는 해외시장 선(先) 진출을 모색해 플랫폼 영역을 확대할 방침입니다. 반면 카카오는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해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통한 유니버스(세계관) 구축에 힘을 싣습니다. 양사의 같은 듯 다른 행보가 눈길을 끕니다.

지난 5월 네이버는 계열사 지분 구조를 개편했다고 공시했습니다. 미국법인 웹툰엔터테인먼트를 엔터 사업 거점으로 선정하고, 한국·일본·중국 웹툰 법인들을 미국법인에 편입시킨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웹툰은 콘텐츠 사업의 주력 아이템입니다. 언택트 시대를 맞아 더욱 성장할 전망이죠.
네이버는 왜 웹툰 사업 본거지를 미국에 뒀을까요? 세계 최대의 콘텐츠 시장인 미국을 발판 삼아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것입니다. 네이버의 대표적인 흥행 IP로는 ‘신의 탑’ ‘갓 오브 하이스쿨’ ‘노블레스’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미국에선 흥행몰이 중이지만 유럽·남미로까진 영향력을 확대하진 못했죠. 먼저 흥행에 성공한 IP를 활용해 해외시장에서 인지도를 제고하겠다는 전략입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달 30일 진행된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시장에 역량을 집중해 한국·미국·일본 간 시너지를 강화할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더 폭넓은 기회를 포착해 한 단계 도약해 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네이버는 지난 4월 그룹 엑소, 레드벨벳 등이 소속된 SM엔터테인먼트와 글로벌 사업을 추진 하기로 했죠. 3일 SM에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습니다. 의도는 명확합니다. 네이버 방송 플랫폼인 ‘V라이브’를 활용해 K팝 스타들의 콘텐츠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거죠.

카카오는 어떨까요. IP 투자 확보 및 콘텐츠 제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IP를 활용해 다수의 영화, 드라마 등을 제작하고 마블과 같은 ‘카카오 유니버스(세계관)’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카카오의 웹툰 사업을 맡고 있는 카카오페이지는 7000개의 오리지널 IP 타이틀을 보유 중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미생’ ‘김 비서가 왜 그럴까’ ‘롱 리브 더 킹’ ‘이태원 클라쓰’ 등 다수 웹툰이 영화·드라마로 제작돼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최근 개봉한 배우 정우성 주연의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 및 내달 개봉을 앞둔 영화 ‘승리호’ 역시 카카오 IP 기반입니다.
이진수 카카오페이지 대표는 카카오 유니버스를 구축하겠다고 했습니다. ‘미생’의 장그래와 ‘이태원 클라쓰’의 박새로이가 만나는 세상 말이죠. 이 대표는 “하루 글로벌 고객수가 7000만명이라면 전 세계 인구의 1%”라며 “전 세계 7000만명 이상이 들어오는 서비스에 한국적 스토리를 담은 신작을 매일 출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합니다.
▲BH엔터테인먼트 ▲매니지먼트 숲 ▲제이와이드컴퍼니 ▲영화사 월광 ▲메가몬스터 등 연예 기획사와 영화·드라마 제작사를 장착한 카카오M도 카카오페이지와 유사한 행보를 달립니다. 김성수 카카오M 대표는 “2023년까지 총 3000억원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투자해 240개 이상의 타이틀을 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네이버도 물론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다만 콘텐츠 제작보다는 아직 손을 뻗지 못한 해외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합니다. 아시아시장에서 볼 장 다 본 네이버의 타깃은 자연스레 글로벌 시장이겠죠. 시장을 점유해 나가고 이를 콘텐츠로 뒷받침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해볼 수 있습니다.
카카오도 일본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점유율 면에선 아직 2인자 이미지가 강합니다. 이러한 약점을 굵직한 IP와 양질의 콘텐츠로 만회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사업 방향을 보이지만 양사 모두 전망은 밝습니다. 증권 업계는 네이버가 단기 수익 개선보다 플랫폼 영향력 확대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김학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네이버는 하반기 글로벌웹툰의 공격적인 마케팅, 그리고 브이라이브 콘서트를 진행할 것”이라며 “하반기 고성장이 예상된다”고 평가했습니다.
박정엽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스토리 IP를 드라마 등 콘텐츠로 활용하는 것은 카카오의 추가 성장 동력”이라며 “향후 웹툰이 타국가에 출시될 시, 웹툰 가치는 지속해서 재평가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