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려서 딸네 집 못 찾겠네”…전국에서 이름이 제일 긴 아파트는
2020-08-10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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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명, 1990년대 4.2자 → 2019년 9.8자
소비자는 '어리둥절'…“줄여야 차별화돼”
아파트 단지 이름이 길고 복잡해진 지는 오래다. 아파트 값을 띄울 수 있다는 판단에 건설업체들이 지역, 브랜드, 특징 등을 모두 집어넣은 결과다.
단지명이 마냥 늘어지면서 구분에 혼선을 불러온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분양단지를 중심으로 아파트 작명공식을 짚어보자.

1990년대 4.2자 → 2019년 9.8자
10일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분양한 아파트 단지명의 평균 글자수는 9.84자다. 1990년대 4.2자임을 감안하면 2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2019년 전국 분양단지 중 가장 이름표가 긴 단지는 '이천증포3지구대원칸타빌2차더테라스'다. 총 18자에 달한다. 지역명에 택지지구, 브랜드, 차수, 설계특징까지 담다보니 생겨난 결과다.
지난해 전국에서 분양한 400개 단지 중 이름이 10자가 넘는 곳은 총 204곳으로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단지 명 왜 이렇게 길어졌을까
시작점은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아파트 브랜드 전쟁이다. 같은 건설사가 같은 서울 녹번동에 짓는 아파트도 '녹번현대'가 아닌 '힐스테이트녹번'으로 작명하니 벌써 3자가 늘었다.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합작품을 만들어 낸 점도 단지명을 늘리는 요인 중 하나다.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컨소시엄으로 건립한 아파트다. 지역명과 브랜드명만 넣었음에도 10자에 육박한다.
이같은 흐름에 더해 아파트 이름만으로 특징을 바로 알 수 있는 펫네임(Pet name) 마케팅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공세권을 강조하기 위한 '파크'나 '힐즈', 도심이나 중심을 부각한 '센트럴', 강이나 수변을 나타내는 '레이크', '오션' 등이 그러하다.
여기에 더해 신도시나 뉴타운에는 최소 다섯자 이상이 추가된다.
지난해 분양한 예로는 '검단신도시2차노블랜드에듀포레힐', '화성송산그린시티대방노블랜드6차' 등을 들 수 있다. 지역명에 브랜드를 붙이고 약간의 펫네임만 첨가했는데 가볍게 15자를 넘긴다.

이젠 줄여야 차별화된다
시장에서는 아파트 작명 브랜드가 도를 넘으면서 차별화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단지와의 구별을 위해 만든 화려한 이름이 타박을 받고 있는 거다.
몇몇 건설업체들은 이름을 간략하게 짓는 군살빼기에 나서기도 한다
지난해 청약 최고 경쟁률 212대1을 찍은 '르엘대치'가 대표적이다. 서울 학군의 상징적 지명인 '대치'와, 롯데건설의 프리미엄 브랜드 '르엘'을 결합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분양한 위례포레자이, 래미안라클래시 등 경쟁률 100 대 1을 넘는 단지들은 모두 11자 이하로 단지명을 조절했다. 지난해 전국에서 10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보인 단지는 총 17곳으로 평균 글자수는 8.52개였다.
부동산인포 관계자는 "지역적 가치가 높다면 지역명에 브랜드명만 붙이거나, 브랜드 가치를 강조하려 한다면 고정관념을 탈피해 지역명을 빼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