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게임 없다’ 매출 순위 점령한 국산 모바일게임…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2020-08-18 17:57
add remove print link
매출 순위 상위권 게임사 대부분에 중국 자본이 침투
국내 게임사에 대규모 투자 감행한 텐센트, 상장지분 다수 보유

모바일게임 최고 매출 순위에서 중국산 게임이 사라졌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구글 플레이 스토어 최고 매출 순위 1~13위까지를 살펴보면 ‘AFK 아레나’ ‘라이즈 오브 킹덤즈’ ‘기적의 검’ ‘명일방주’ ‘랑그릿사’ 등 절반 이상이 중국산 게임이었다.
18일 기준 같은 순위권 내 중국산 게임은 6위 ‘기적의 검’과 10위 ‘라이즈 오브 킹덤즈’ 2개뿐이다. 지난 2월과 비교하면 국내 게임사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산 모바일게임이 시장 매출을 장악했다’며 반색을 표했다.
하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겉보기에는 국내 매출 순위가 중국과 관련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상위권 게임사를 하나씩 살펴보면 아직 중국 자본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고 매출 4위를 차지한 ‘라그나로크 오리진’의 지적재산권(IP)은 국산 게임 ‘라그나로크’에서 나왔지만, 게임은 중국 게임사 환러후위와 공동으로 개발했다. 게임의 중국 서비스명은 ‘선경전설 RO: 애여초견’으로, 현지 퍼블리싱은 텐센트가 맡았다. ‘라그나로크 오리진’의 매출이 국내에서 잘 나올수록, 수익 일부는 중국의 개발사가 가져간다.
‘가디언 테일즈’를 매출 5위에 올려놓은 카카오게임즈도 마찬가지다. 카카오게임즈의 모회사 카카오는 지분 6.49%를 보유한 텐센트 자회사 막시모(MAXIMO PTE. LTD)를 3대 주주로 두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자체도 텐센트로부터 500억원의 투자를 받았고, 텐센트는 현재 상장을 추진 중인 카카오게임즈의 지분 5.63%도 보유하고 있다.
매출 7위 ‘뮤 아크엔젤’을 서비스 중인 웹젠 역시 중국 회사를 2대 주주로 두고 있다. 중국 게임사인 아워팜은 자회사 펀게임 인터내셔널 리미티드(FunGame International Limited)를 통해 19.24%, 또 다른 자회사 펀게임 HK 리미티드를 통해 1%의 웹젠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둘을 합치면 총 20.24%의 지분을 보유해 2대 주주로 올라있는 상황이다. 아워팜은 웹젠의 대표 게임 ‘뮤 오리진’을 개발한 중국 개발사를 인수하는 등 웹젠과 개발 측면에서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 ‘리니지2레볼루션’ ‘페이트/그랜드 오더’로 매출 11~13위를 차지한 넷마블의 3대 주주 역시 중국 기업이다. 넷마블 지분의 17.55%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한 리버 인베스트먼트(HAN RIVER INVESTMENT LTD)는 텐센트가 2014년에 설립한 자회사다. 2014년 당시 CJ 게임즈라는 이름이었던 넷마블은 텐센트로부터 5300억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매출 2위의 ‘바람의나라: 연’ 매출 8위의 ‘V4’ 매출 9위의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를 기록한 넥슨도 중국 자본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지난해 넥슨 매각설이 돌 때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는 텐센트였다. PC게임 ‘던전앤파이터’의 중국 매출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10년간 넥슨이 텐센트와 함께 중국에서 ‘던전앤파이터’로 벌어들인 돈은 12조원에 달한다. PC ‘던전앤파이터’의 매출이 잠깐 꺾인 지금, 텐센트가 다시 서비스하는 또 다른 캐시카우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중국 매출에 따라 넥슨의 사업 방향이 달라질 것이다.
이외에도 언급한 매출 순위에는 없지만 아예 중국 셩취게임즈를 모회사로 두고 있는 액토즈게임즈, 비상장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2대 주주(13.2%) 텐센트로부터 6000억원을 투자받은 크래프톤 등 많은 국내 회사들이 중국 자본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18일 국내 모바일게임 최고 매출 순위를 보고 누군가는 국내 게임사들의 약진을 칭찬하겠지만, 해당 순위의 실상은 아직도 한국 게임계에 건재한 중국의 자본력을 보여줄 뿐이다.
한편 국내 게임사에 끼치는 중국 자본의 영향력에 대해 평가를 얻고자 업체 두 곳에 연락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해당 안건에 대해서는 말하기가 어렵다’는 말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