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테슬라 ‘배터리데이’… 중국산 물결에 국내 배터리 업계 ‘긴장’
2020-08-1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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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22일 신기술 발표할 테슬라와 중국 배터리 업체
한국 배터리 점유율 세계 1위… “핵심 경쟁력 선점이 중요”

“테슬라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날이 될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다음달 22일 열리는 테슬라 ‘배터리데이’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배터리데이’를 수차례 언급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에 전세계 자동차 제조업체와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배터리데이’가 무엇이기에 이렇게 화제가 되는 걸까.
‘배터리데이’는 일론 머스크가 직접 회사의 배터리 신기술을 공개하는 테슬라의 기술 및 투자 설명회다. 이 날을 앞두고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테슬라가 중국 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CATL과 손잡고 혁신적인 수준의 배터리를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CATL은 지난 15일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자동차제조협회 산업회의에서 니켈과 코발트가 필요 없는 새로운 배터리를 개발 중이라고 발표했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니켈, 코발트, 망간을 쓰는 NCM 배터리와 리튬, 인산, 철을 쓰는 LFP 배터리로 나뉜다. CATL이 새로 개발하는 배터리는 이 두 가지와 전혀 다른 형태가 될 것이다.
CATL은 고가의 재료인 니켈과 코발트를 빼서 배터리 원가를 낮추려 하는 중이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니켈 함량을 늘려 배터리 성능을 향상시키려 하고 있는데, 이와 정반대 전략으로 나가는 셈이다.
또 배터리 셸을 전기차 섀시와 결합할 수 있는 기술도 연구 중이다. 2030년에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개발에 성공하면 전기차에 더 많은 배터리를 장착할 수 있고 주행거리도 대폭 늘어난다. CATL은 10년 안에 이 기술로 1회 충전당 주행거리를 800㎞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업계가 CATL을 지켜보는 이유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테슬라와 손잡은 CATL이 ‘배터리데이’에 속칭 ‘100만마일(160만㎞) 배터리’를 공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올해 초 투자자들에게 ‘100만마일 배터리’ 도입 계획을 언급한 바 있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의 셀 수명 평균은 10만(16만㎞)~20만(32만㎞) 마일 수준이다. ‘100만마일 배터리’가 실제로 나온다면 전기차 배터리의 수명이 지금보다 5~10배 정도 늘어나게 된다.
일각에서는 CATL이 과대평가 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CATL의 현재 주력인 LFP 배터리는 무겁고 출력이 낮아 고효율을 추구하기 어렵다. 새로 개발 중이라는 배터리 역시 아직 효과가 검증된 바 없다. 무엇보다 당초 올해 상반기로 예정됐던 테슬라의 ‘배터리데이’가 세 번이나 밀렸다. 발표가 자꾸 미뤄지는 이유가 아직 제대로 된 결과물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CATL의 약진이 국내 업체들에 위협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지난 13일 테슬라의 ‘배터리데이’ 발표가 시장을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국내 2차전지 기업들의 주가를 지적했다. 현재 주가는 테슬라 신기술의 영향이 반영되지 않아 고평가된 상태라는 것. 모건스탠리의 매도의견으로 지난 14일 국내 전기차 배터리 3사의 주가는 일제히 5%대 하락하며 마감했다.

국내 업계도 이를 알고 있기에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 손창우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지난 14일 발행한 ‘한·중·일 배터리 삼국지와 우리의 과제’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2~3년이 배터리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중대 고비가 될 것”이라며 “핵심 경쟁력을 선점하지 못하면 시장 점유율이 후퇴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에 국내 업체들도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양극재에 니켈 비중을 90% 이상 올린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개발중이다. 한 번 충전으로 500㎞ 이상을 달릴 수 있는 이 배터리는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F-150’에 탑재돼 2023년 세상에 공개될 예정이다.
LG화학은 양극재에 알루미늄을 더한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배터리를 2022년까지 상용화할 계획이다. 니켈 비중을 높여 주행거리는 늘리면서 알루미늄으로 안정성을 신경 썼다.

한국의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은 아직 높은 수준이다. 지난 5년간 한·중·일 3국의 글로벌 배터리 시장점유율(글로벌 10대 제조사, 출하량 기준)을 살펴보면 한국이 올해 34.5%를 기록해 1위에 올랐다. 중국은 올해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32.9%로, 일본은 2018년 이후 계속 감소하여 올해 26.4%로 각각 줄어들었다.
현재 점유율이 세계 1위라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과거 LCD 분야에서 중국이 우리보다 많은 특허를 취득한 뒤 시장 점유율 1위를 빼앗아 간 사례가 있다. 손창우 수석연구원은 “최근 우리 배터리 산업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며 “향후 2~3년 내 급격한 시장 재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노력뿐만 아니라 산·관·학의 집중적인 협력체계 구축도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