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레바논 국민들”... 폭발사고로 내각 총사퇴했지만 사그라들지 않는 민심

2020-08-27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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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4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항구서 대형 폭발사고 발생
시민들의 반정부 시위로 레바논 내각 총사퇴 발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항구에서 발생한 대형 폭발사고로 인해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며 레바논 내각이 총사퇴를 발표했다.

지난 4일 베이루트 부두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발사고로 레바논 시민들은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사고로 약 200명이 사망했고, 60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이하 셔터스톡
이하 셔터스톡

구호단체 월드 비전에 따르면 약 30만 명이 폭발사고로 인해 갈 곳을 잃었으며, 의식주와 관련된 지원이 요구되는 이들은 약 50만 명에 달한다.

막대한 인명 피해를 낳은 베이루트의 재난은 정치적 혼란으로도 이어졌다. 하산 디아브(Hassan Diab) 총리가 이끄는 현 정권에 비난이 쏟아졌다. 그는 1년 전, 정부의 부정부패를 비난하는 전국적인 시위로 물러난 사드 알 하리리(Saad al-Hariri) 총리의 뒤를 이어 올해 총리가 됐다.

그러나 하산 디아브 내각에서도 무능과 부패는 해결되지 않았고, 경제 상황 또한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 4일 항구에 6년 동안 무방비 상태로 보관되어 있던 질산암모늄 2750톤으로 인해 베이루트 항구에서 대규모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비롯해 부정부패가 이번 사고를 낳았다는 여론이 확산됐다. 지난 6일부터는 “사퇴하거나 죽어버려라(Resign or Hang)”라는 구호를 외치며 정부의 책임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등장했다.

시위대는 “보안군과 사복 경찰들이 시위대에 최루탄, 고무탄, 산탄, 실탄을 발사했다”고 증언했다.

세계 최대 인권 운동 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Amnesty International)은 대규모 충돌이 있었던 8월 8일 하루 동안에만 23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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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악화되자 총리와 내각을 포함한 정치인들이 줄줄이 사퇴를 선언하며 민심 수습에 나섰다. 마날 압델-사마드(Manal Abdel-Samad) 정보부 장관을 포함한 일부 장관들이 먼저 사의를 표명했으며, 8월 10일에는 하산 디아브 총리가 자신을 포함해 내각이 총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미셸 아운(Michel Aoun) 대통령은 사의를 받아들이면서도 새 내각이 구성될 때까지만이라도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파울라 야코비안(Paula Yacoubian) 의원을 포함한 레바논 의회 의원 8명 또한 폭발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내각 총사퇴에도 불구하고 베이루트 항구와 함께 폭발해버린 민심은 쉽게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레바논의 시위대는 이제 단순한 정권 교체 이상의 근본적인 정치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사단법인 아디의 이동화 팀장은 “베이루트 폭발사고와 코로나19, 민생고까지 겹친 상황에서 레바논 사람들은 가장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레바논 정부와 내각이 근본적인 해결안을 제시하기 전까지 시위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고 지적했다.

home 김정윤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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