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 AI, 코웨이 정수기에 탑재… 엔씨소프트 AI, 은행까지 탐낼 정도

2020-08-28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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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생활로도 진출한 게임회사의 AI기술
넷마블· 넥슨·엔씨소프트 AI 연구 활발

이해를 돕기 위한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언스플래시
이해를 돕기 위한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언스플래시

2016년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맞붙은 ‘알파고 쇼크’ 이후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은 기술 업계 전반의 화두가 됐다. 게임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수년 전부터 국내 게임 업체들은 AI를 적극 연구해왔고, 최근에는 실생활에 AI 기술을 적용하는 연구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게임 기술에 AI를 접목한 업계의 근황과 앞으로의 미래는 어떨지 함께 살펴보자.

◆게임서 얻은 노하우 바탕… 코웨이 정수기에 AI 탑재하는 넷마블

넷마블
넷마블

넷마블은 2014년부터 AI 연구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4년 뒤인 2018년에는 전담 조직인 ‘넷마블 AI 센터’를 신설하고 적극적인 연구 개발에 들어갔다. 넷마블 AI 센터는 크게 ‘마젤란실’과 ‘콜럼버스실’ 두 파트로 나뉜다.

마젤란실은 보다 완벽한 지능형 게임을 만드는 곳이다. 이를테면 AI가 먼저 유저의 플레이 패턴을 파악해 어떤 포인트에서 재미를 느끼는지 학습한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 만드는 게임에 AI가 직접 재미 포인트를 적용한다. 게임 시스템 개발에서 인공지능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날수록 개발 속도가 빨라진다. 실제로 게임을 계속하게끔 플레이어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지능형 NPC’, 유저의 실력에 따라 난이도를 맞춰주는 ‘인공지능 대전 상대’ 등이 마젤란실의 개발 성과 중 일부다.

매월 6800만명에 이르는 넷마블 유저가 게임하면 방대한 데이터가 발생한다. 콜럼버스실은 이 데이터를 분석해 상용기술로 바꾸는 작업을 한다.

예를 들어 불법 프로그램의 패턴 데이터를 미리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불법 프로그램 사용 유저를 알아서 찾아낼 수 있다. 이를 적용해 만든 것이 게임에서 발생하는 에러 등을 빠르게 감지해 관리자에게 보고하는 ‘게임이상탐지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리니지2 레볼루션’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 ‘마블 퓨처파이트’ 등 넷마블 게임에 적용됐다.

이외에도 원래 사람이 해야 하는 게임 테스트를 AI가 처리하도록 만든 ‘게임 테스트 자동화 시스템’, 유저의 평소 패턴을 파악해 다음에는 어떤 선택을 할지 추천하는 ‘프로필 서비스 시스템’ 등이 콜럼버스실 연구에서 나왔다.

코웨이 사옥 전경 / 이하 뉴스1
코웨이 사옥 전경 / 이하 뉴스1

넷마블은 이렇게 확보한 AI기술을 계열사인 코웨이 제품에 적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정수기 등 여러 제품에 AI를 탑재해 이용자들의 스마트한 생활을 돕고 서비스 품질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국내 게임 AI 연구 중 최대 규모… 인원 300명으로 늘리겠다는 넥슨

넥슨
넥슨

넥슨이 AI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연구 시설 ‘인텔리전스랩스’를 출범한 2017년이다. 다른 회사보다 조금 늦은 편이지만 조직 내 구성원이 현재 200명 안팎으로 국내 게임 업계 중 가장 많다. 넥슨은 조만간 인텔리전스랩스 구성원을 300명으로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워낙 규모가 큰 기업이기에 매일 방대한 AI 연구 데이터가 쌓인다. 하루 데이터양이 약 100테라바이트에 이를 정도다. 지금까지 보유한 총 데이터양은 자그마치 10페타바이트(1경바이트)가 넘는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한다.

넥슨의 불법 프로그램 탐지 시스템 ‘라이브 봇 디텍션’은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탄생했다. 수많은 유저의 행동을 학습한 AI가 사람의 행동과 다른 불법 프로그램 봇의 패턴을 파악해 탐지한다. 선별 적중률이 사람보다 훨씬 뛰어나다.

텍스트 탐지 시스템 ‘초코’ 역시 마찬가지다. 욕설, 도박, 광고 등 사용하면 안 되는 언어를 정확히 파악해 차단하는 AI 적용 시스템이다. 교묘하게 글씨를 바꾼 변형 욕설, 지금까지 없던 신조어 욕설 등도 귀신처럼 잡는다. 3초 만에 100만 건 정도의 욕설을 탐지할 수 있으며 영어, 중국어 등 외국어 욕설도 무리 없이 걸러낸다.

실제로 ‘초코’를 적용한 모바일 게임 ‘메이플스토리M’은 현재 100여개국에서 영문 욕설이나 광고성 채팅을 매일 1만개 이상 필터링하고 있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M’에 인텔리전스랩스의 AI 상품 추천 기능을 최초로 시범 도입했다. 유저가 게임 속 상품 구매 시 비슷한 레벨대 유저들이 구매한 패턴에 기반해 상품을 추천하는 시스템이다. 넥슨은 해당 시스템을 점차 다른 게임에도 도입할 예정이다.

넥슨 사옥 전경 / 연합뉴스
넥슨 사옥 전경 / 연합뉴스

이외에도 AI는 넥슨 게임 곳곳에서 활약 중이다. 유저끼리 실력을 겨룰 때 각자 수준에 맞는 상대를 매칭하거나 게임 내 콘텐츠의 이용률이 떨어질 때 그 이유가 무엇인지 분석하거나, 유저들 특성을 파악해 최적의 광고를 노출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게임 적용 기술, 그 이상의 AI를 보유한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는 국내 게임 업계에서 가장 먼저 AI 연구를 시작한 편이다. 2011년 업계 최초로 AI 연구조직을 독립적으로 구성했다. 이 조직은 2012년엔 ‘AI랩’으로, 2016년엔 ‘AI센터’로 규모가 커졌다. 게임과 비전을 주로 연구하는 AI센터 외에도 언어와 지식을 연구하는 ‘NLP센터’를 운영 중이다. 현재 엔씨소프트의 AI 연구개발 인력은 150여명에 이른다.

엔씨소프트의 AI 기술은 서비스하는 게임들 속에 잘 녹아 있다. 유저 실력에 따라 난이도를 조절하는 ‘리니지2M’의 보스 몬스터 ‘여왕개미’, 프로 게이머를 상대로 대전을 펼칠 수 있는 ‘블레이드&소울’의 e스포츠 경기용 AI, 음성으로 게임 속 캐릭터의 표정을 자동으로 생성하는 ‘보이스 투 애니메이션’이 그렇다.

엔씨소프트의 AI 기술은 게임에만 적용되진 않는다. AI를 게임에만 사용하진 않겠다는 회사 방침 때문이다. 이런 방침에서 태어난 결실 중 하나가 바로 ‘AI 기자’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4월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AI가 작성하는 날씨 기사를 세상에 공개했다. 연합뉴스 사이트에 새벽, 아침, 오후 매일 세 번 올라가는 이 기사는 AI가 일기예보 데이터와 미세먼지 자료를 파악한 뒤 스스로 작성한다.

이는 2018년부터 연합뉴스와 협력해 3년치 날씨 기사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얻은 기술이다. 물론 증시 현황이나 스포츠 경기 결과 등을 사람 대신 작성하는 ‘로봇 기사’는 이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정해진 수치를 미리 만든 기사 틀에 넣어서 내보내는 수준에 그쳤다. 반면 엔씨소프트의 AI 기자는 기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필요한 문장을 스스로 만들 수 있다.

엔씨소프트는 이처럼 기사를 작성하는 기술에서 더 나아가, 기사에 적합한 사진도 알아서 추천하고 특정 이슈 흐름에 따라 연도별 도표를 자동으로 만드는 AI도 개발하고 있다.

기사뿐만 아니라 영상도 자유자재로 편집한다. 엔씨소프트가 운영하는 야구 정보 서비스 ‘페이지(PAIGE)’는 경기가 끝난 후 AI가 편집한 전체 경기 요약 영상(Condensed Game), 3분 하이라이트, 홈런 모아보기, 선발투수 모아보기 등을 제공한다. 사람이 편집할 때보다 속도가 훨씬 빠르기에 경기 종료 5분 뒤면 완성 영상을 볼 수 있다.

AI를 통한 금융 기관과의 협업도 가시권에 있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KB금융그룹과 AI 기반 투자자문 합작사 설립을 놓고 논의하고 있다. AI가 이용자에게 맞춤형 투자상품을 추천하는 방식의 사업이 될 듯하다.

엔씨소프트 사옥 / 엔씨소프트 공식 블로그
엔씨소프트 사옥 / 엔씨소프트 공식 블로그

여러 금융사가 IT 기업과 손잡고 업무를 진행하고 있지만 게임 기업과 금융그룹의 협업은 이례적이다. 엔씨소프트의 AI 잠재력이 일개 게임 회사 수준이 아니라는 방증인 셈이다.

home 황찬익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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