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블폰 초박막강화유리’ 놓고…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미묘한 신경전'
2020-09-0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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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가 비싸다’ 폴더블 핵심기술 내재화하려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화웨이에 UTG 납품하면서 신경전 확대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폴드2’가 공개된다. 삼성전자는 1일 밤 11시 ‘삼성 갤럭시 언팩 2020 파트2’ 행사에서 세부 사양과 출시 일정 등을 밝힐 예정이다. 전작이 스마트폰 폼팩터 혁신을 이룬 ‘명작’인 만큼 얼리어답터와 업계 관계자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갤럭시Z폴드2는 7.6인치 대화면 디스플레이가 반으로 접히는 폴더블 스마트폰이다. 지난해 9월 출시한 1세대와 달리 내부 디스플레이에 초박막강화유리(UTG: Ultra Thin Glass)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갤럭시폴드에 사용하던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CPI: Colorless Polyimide)은 스크래치에 약한 데다 힌지 부분에 선명한 주름이 생긴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극복하려고 도입한 UTG는 두께 0.01㎜ 이하의 초박형 유리를 가공한 특수소재다. 유리지만 접었다 펴도 깨지지 않는다. 접는 부분에 자국이 선명하지 않으며 외부 충격에도 강하다.
UTG를 도입한 덕분에 삼성전자는 폴더블 스마트폰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했다. 화웨이나 모토로라 등 경쟁업체가 폴더블 스마트폰에 도전하고 있지만 UTG 활용도 면에서 삼성전자를 따라올 업체는 아직 없다.
삼성전자로선 앞선 기술을 과시하는 신제품을 발표하며 승승장구하는 셈이다. 그러나 삼성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갈등이 존재한다. UTG 기술을 둘러싼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사이의 신경전이 바로 그것이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삼성디스플레이가 가공한 UTG 제품을 공급받아 사용해왔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유리 원재료를 가공해 폴더블 스마트폰 패널로 만들면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식이다. 상반기에 나온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플립’과 갤럭시Z폴드2도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삼성디스플레이의 UTG 기술은 상당한 수준이다. 특히 3년 독점계약을 맺고 원재료를 공급하는 독일 쇼트의 유리는 강도와 내구성에서 경쟁사를 크게 앞선 것으로 유명하다.
문제는 UTG의 높은 단가다.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에 UTG 가격에 대한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UTG 단가가 높아 폴더블 스마트폰 대중화를 실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가격을 내리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유리 원재료 가공에 쓰는 기술이 까다로워 가격이 자연스레 올라간다는 주장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 경쟁사인 화웨이에 납품을 시작한 것도 갈등을 키웠다. 올해 초 화웨이는 삼성디스플레이에 UTG 납품을 요청했다. 그동안 화웨이는 중국 BOE 등의 기업에서 폴더블 스마트폰 패널을 공급받았지만 품질이 낮아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지 못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화웨이 거래를 받아들인 까닭에 곧 있으면 화웨이는 삼성디스플레이 UTG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삼성전자로선 달갑지 않은 거래다. 폴더블 스마트폰은 삼성전자가 현재 두각을 드러내는 핵심 사업 중 하나다. 뒤쫓아오는 화웨이와 격차를 벌리려고 노력하는 중인데, 화웨이가 삼성디스플레이 UTG를 사용하면 완제품 경쟁력이 단숨에 좁혀진다. 삼성전자로서는 계열사가 경쟁사를 도와주는 형국이 된 것이다. 이렇게 삼성디스플레이와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기자 삼성전자는 자체적으로 UTG를 개발하기로 했다.

디스플레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최근 미국 유리 전문업체 코닝(Corning)과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폴더블 스마트폰 화면의 핵심 소재인 UTG 기술을 삼성전자에 내재화하기 위해서다. 코닝은 그동안 ‘벤더블글라스’로 불리는 자체 UTG를 개발해왔다. 현재는 삼성전자와 함께 이 기술을 연구개발 중이다. 코닝의 기술이 아직 개발 상태인 데다 조금 늦게 출발한 감이 있지만 삼성전자라는 굵직한 파트너와 함께한다면 조만간 상용화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와 코닝의 UTG 개발이 성공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강력한 경쟁자를 상대해야 한다. 제품 시장에서 가격비교가 불가피해지고 삼성전자가 이를 빌미로 가격 인하를 요구할 수도 있다. 다만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이 현재 급성장세인 데다 기술 진입 장벽이 높은 분야인 만큼, 당분간은 삼성디스플레이가 UTG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