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없으면 100% 환불” 약속 지켜도 남는 장사인 놀라운 이유를 알아봤다

2020-09-0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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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 효과' 탓에 환불 꺼리게 돼
자신만의 소비기준 세우는 게 중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소비심리가 꺾이면서 유통업체들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동원하고 있다.

‘맛이 없으면 100% 환불 보장’이라는 공격적인 마케팅도 그 중 하나다. 식품의 경우 한 번 맛을 보면 상품 가치가 사라지는 건 물론 일부러 반품, 환불을 요구하는 블랙 컨슈머들이 번식할 위험이 있다.

기업들이 이런 리스크까지 감수하면서 환불 마케팅을 시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4일 하나은행은 환불에 숨겨진 심리학적 요소들을 살펴봤다.

하나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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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없으면 환불"했더니 매출 '쑥'

2018년 말 편의점 이마트24는 업계 최초로 구매한 상품의 맛이 없으면 무조건 환불해 주는 ‘맛 보장 서비스’를 도입했다.

환불 비용은 본사가 100% 지원했지만, 고객이 단순 변심만으로도 환불받을 수 있기에 편의점에 불리한 서비스로 인식됐다.

그런데 제도를 도입한 이후 7개월간 프레시 푸드(85%), 면류(84.5%), 스낵류(58.2%) 등 각 분야의 매출이 전년 대비 급증했다.

환불 마케팅이 효과를 보이자 업계는 범위를 확대했다.

이마트는 가정간편식(HMR) 브랜드인 피코크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가 맛이나 품질에 만족하지 못하면 30일 이내에 전액 환불해 주고 있다. 홈플러스 역시 채소나 우유 등 신선식품을 월 100만 원 한도에서 조건없이 환불해 주는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100% 환불해줘도 남는 장사인 이유

구매 이력만 있으면 무조건 환불해 주는 제도는 기업에 손실을 입힐 가능성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매출 감소는 물론 반품 처리 비용도 증가할 위험도 있다. 출혈 경쟁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 환불을 요구하는 소비자 비율은 한 자릿수에 그친다고 한다. 소비자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블랙 컨슈머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환불 마케팅은 기업 입장에서 볼 때 다양한 장점을 갖고 있다.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은 덥석 제품을 집는다. 자연스레 만족도와 충성도의 증가로 이어진다.

'100% 환불’이라는 문구 자체가 고객의 이목을 끄는 마케팅 효과도 있다. 기업이 품질을 보장한다는 인식을 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서비스센터 직원들에게도 환불 마케팅은 반갑다. 블랙컨슈머를 가려내기 위해 꼼꼼하게 확인해야 했던 환불 과정이 간소화돼 피로도를 낮출 수 있다. 환불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제품의 품질이 향상되는 효과도 있다.

하나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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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판단력 마비시키는 소유효과

환불 마케팅에는 심리학적 근거가 있다. 1980년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는 ‘소유 효과’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소유 효과란, 한 번 소유한 것의 가치를 크게 매기는 심리를 말한다. 사람은 어떤 물건이든 자신이 갖게 되면 그 물건에 대해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게 된다는 거다.

하락장에서 보유한 주식의 가격이 아무리 내려가도 좀처럼 매도하지 못하는 이유 역시 소유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원이 고객에게 제품을 체험하게 하는 것도 일종의 소유 효과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제품을 사용하거나 입어보는 과정에서 소비자는 ‘내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값비싼 가전제품을 일정 기간 무료로 체험할 수 있게 제공하는 것 역시 소유 효과를 노린 마케팅 기법이다.

소유 효과는 물건에 대한 집착과는 조금 다르다.

집착이 아닌 자신의 소유물을 남에게 넘기는 것을 손실로 여기는 심리에서 발생한다. 이를 환불 마케팅에 대입해보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환불을 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라고 생각하기에 환불을 꺼리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소유 효과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흔들리지 않는 소비 기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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