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 지폐'가 나온다면 다음 인물 중 누구를 모델로 만들어질까

2020-09-1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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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원권 빛 못본 이유, 김구 모델·독도 그림 '태클'
안중근·정약용·장영실 등 후보…의외 인물 가능성도

김구 유관순 장영실(왼쪽부터) / 연합뉴스
김구 유관순 장영실(왼쪽부터) / 연합뉴스
화폐 도안에 인물이 등장하는 건 전 세계의 공통된 특징이다. 나라의 상징성을 압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물의 위엄과 업적이 화폐의 품위와 신뢰를 지지하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그 인물을 선정하는 건 만만치 않다. 절대 다수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아야하며, 충분한 역사적 검증을 거치는 과정에서 논란의 소지가 없어야 한다. 시각·예술적인 면에서 화폐 도안으로서 손색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도 붙는다.

10만원권이 빛 못 본 이유

2008년 정부는 5만원권과 함께 10만원권 지폐를 도입할 계획이었다. 국민 공모를 거쳐 5만원권에는 신사임당, 10만원권에는 김구 선생 초상을 넣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일부 보수 단체가 김구 초상을 최고액권에 박는 걸 반대하고 나섰다. 나라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최고액권은 좌우 진영 모두에서 합의하는 인물이 등장해야 하기에 민감하게 작용했던 거다. 박정희 전 대통령 등이 대안으로 나오면서 이념 다툼으로 번지기도 했다.

뒷면의 독도 그림도 문제였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를 넣기로 했는데 이 지도 원본에 독도가 그려져 있지 않았다. 원본에도 없는 독도를 넣는 것은 오히려 진위 논란을 일으킬 수도 있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이 생기고, 뇌물로 인한 부정부패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결국 10만원권은 발행 계획은 취소됐다.

신사임당 역시 순탄하게 5만원권의 주인공이 된 것은 아니었다.

'가부장제에 순응한 인물이었다’, '일국의 경제를 대표하는 최고액권에 여성이 등장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등 반대 의견이 일었다.

김구 선생마저 안 된다면 누가?

이렇게 난코스를 밟고 우리나라 지폐에 채택된 인물 초상에는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조선조의 대학자인 율곡, 퇴계 등이 있다.

세종대왕은 제2공화국 탄생으로 1960년 8월 15일에 발행된 개천환권에 출연한 이후 개오백환권(1961.4.19), 다백원권(1965.8.14), 가만원권(1973.6.12), 나만원권(1979.6.15), 다만원권(1983.10.8), 라만원권(1994.1.20)에 이르기까지 60여 년에 걸친 한국 지폐의 단골 모델이다.

하지만 현재의 만원권에 세종대왕 모습이 자리잡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예전에는 전해 내려오는 초상화가 없어 덕수궁 조각상을 근거로 그려진 것을 사용하다 보니 그야말로 작가 마음대로였다. 그러다 1979년부터 운보 김기창 화백이 그린 표준영정으로 통일하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세종대왕이 두루 쓰이게 됐다.

5000원권 지폐의 율곡 이이 모습도 처음과 많이 달라졌다. 당시 우리나라 화폐 기술이 뒤떨어져 영국에 부탁했는데 영국 기술자가 율곡을 서양인을 닮게 그려 콧날이 오똑하고 눈매가 날카로웠다. 그 후 5년 만에 우리의 기술로 화폐를 만들면서 지금의 모습을 찾게 됐다.

향후 10만원권이 나온다면 어떤 인물을 새겨야 할까. 국민여론을 수렴하겠지만, 한 번 선정된 김구 선생을 비롯해 안중근, 유관순, 정약용, 장영실 등이 후보군에 포함될 수 있다.

정책 결정은 시대적 흐름을 타는 만큼 그때쯤 가령 동북공정 이슈가 재확산되면 광개토대왕 등 의외의 인물이 지지를 얻을 수도 있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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