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무례” vs “남자가 예민”… 인터넷 달군 여교사 소개팅 (실제 문자)
2020-11-24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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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 사이서 엄청난 반향 일으킨 소개팅 문자 내역
“여자가 너무 무례” “물어볼 수도 있지” 찬반 논란
“그쪽도 40대 중반 되면 불확실하군요? 전 이상형이 미래계획 있는 사람이라….”
“네, 꼭 공무원 만나시길 바라고 30년 장기 계획 있는 분 꼭 찾길 빌겠습니다.”

소개팅을 앞두고 문자를 주고받은 어느 남녀의 대화 내용이 네이트판을 비롯한 각종 커뮤니티에서 누리꾼들의 관심을 받았다.
한 누리꾼은 지난해 네이트판에 ‘논란의 여교사 소개팅’이라는 글을 올렸다. 해당 게시물에는 교사인 여성과 반도체 관련 대기업에 다니는 남성이 나눈 것으로 보이는 대화 내역을 캡처한 사진 여러 장이 첨부돼 있었다.

처음에는 무난하게 시작한 두 사람의 대화. 서로의 거주 지역을 묻는 등 평범하던 대화 흐름은 여성 쪽이 어떤 질문을 던지면서 기묘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회사) OO은 보통 몇 살까지 다녀요?”
여성이 지금 남성이 다니는 직장의 정년이 몇 살인지 물은 것. 남성은 “보통 40대 중반까지는 다닌다. 개인 나름이지만”이라고 대답했다. 여성이 그때 퇴직하면 뭘 하냐고 묻자 남성은 아직 10년 넘게 남은 일이라 생각 안 해봤다고 답했다.

그러자 여성은 “내가 적은 나이도 아니고 결혼을 염두에 둬야 해서 가장이 될 사람의 생각을 물어보게 되는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대기업은 (퇴직 이후라던가) 그런 것이 걱정일 것 같다. 중소기업이라던지 살길이 있다면 자녀들 키울 때 걱정 안 되겠지만”이라고 말했다.
남성은 “교사라고 했는데 실례지만 정규직인가”라고 물었다. 왜냐고 묻는 여성에게 남성은 “너무 미래에 대해 불안해 해서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여성은 “남편 직장이 탄탄했으면 좋겠는 마음이 있어서다”라고 대답했다.

여성은 이어서 “내가 애 낳다가 문제 생길 수도 있고 교사 평생 못하면 남편이라도 돈 잘 벌길 바라는 건 어느 여자나 똑같다. 가정도 그래야 행복할 테고”라고 말했다. 그러자 남자는 “그런 식이면 누가 미래를 보장해주나. 공무원이면 정년까지 간다는 보장이 있나. 교통사고라도 당할 수 있는데”라고 날선 반응을 보였다.
여성 역시 “대기업이라 위험성 있다고 어느 여자나 생각한다”라며 “가정주부 친구도 대기업은 잘리는 것 아니냐고 생각한다”라고 단정해 말했다.

여성은 계속해서 자신의 결혼관을 이야기했다. 그녀는 “말년을 살 방도가 있는 것인지 생각 안 하는 여자는 없다” “공무원이면 명퇴하라 강요는 안 하니까 조금 덜하다” “대기업도 나중에 중소기업에 갈 수 있다고 들었다. 반도체 같은 경우는 모르지만” “현장이 무슨 일 하는지 모르니까 이런 소리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남성은 “너무 세상을 좁게 생각한다”며 “반도체든 삼성전자든 40 중반 되면 자리보전 불확실한 것은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그러자 여성은 “제가 모르면 그쪽이 가르쳐주면 되지 않나”라며 “아 그렇구나 그쪽도 40대 중반 되면 불확실하군요”라는 말을 했다. 슬슬 예민해진 남성은 “(대기업을) 나가서도 어떻게든 삽니다. 세상에 공무원 부부만 있는 것도 아니고”라고 맞받아쳤다.

여성의 태도는 일관적이었다. 그녀는 “(제가) 궁금해서 여쭤보는 것이다”라며 “제가 현장에서 일하는 여자도 아니고 다른 환경에서 살았으니 모를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남성이 10년도 뒤 상황을 어떻게 아느냐고 답변하자, “저는 이상형이 미래계획 있는 사람이라 좀 다른 것 같다”라며 “결혼 생각이 드는 남자일 때 만남이 시작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남성은 여성의 말에 황당하다는 기색을 비쳤다. 그는 “제가 오늘내일하는 직장을 다니는 것도 아닌데 이런 질문을 받는 것 자체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여성은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남성은 “꼭 공무원 만나시길 바란다”고 가시 돋친 말을 건넸다.

여성 역시 가만있지 않았다. 그녀는 “공무원 만나려는 것은 아니지만, 대기업이어도 미래계획을 가진 남자가 멋져 보인다”라고 했다. 남성도 “네 20년 장기 계획 있으신 분 꼭 찾기를 바란다”라고 비꼬았고, 여성은 “네 10년 뒤에도 건승하길 바라겠다”라고 맞불을 놓았다.
몇 분 뒤 여성은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한데 이건 어찌 보면 당연한 거라 생각한다”라며 “대기업이 나쁘단 건 아니고 난 이런 생각을 한다고 알리려고 했다”는 말을 남겼다. 그러면서 “전 진지한 남자를 만나고 싶었다. 안정적인 삶을 원하는 사람과 대화의 성향 차이라고 생각한다. 아무쪼록 좋은 분 만나길 바란다”라고 대화를 좋게 끝내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미 남성은 기분이 상한 것처럼 보였다. 그는 “기분 나쁜 게 당연한 얘기라 더 드릴 말씀이 없지만 하나 충고를 하자면, 여자한테 첫 대화부터 그런 말 듣고 호감 가질 남자는 아무도 없다”라며 “결혼할 진지한 남자를 원하신다면 좀 더 분별력을 갖는 게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공무원분 만나서도 교통사고를 당해 반신불구되면 어떻게 돈 벌어올 건지 꼭 물어보라”고 마지막으로 쏘아붙였다.

해당 대화 내역을 접한 누리꾼들은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본문이 올라온 네이트판을 비롯해서, 각종 커뮤니티로 퍼지고 나서도 누리꾼들은 두 사람의 의견에 동조하고 반대하는 의견으로 댓글창을 뜨겁게 달궜다.

먼저 네이트판 댓글은 대체로 여성 쪽이 무례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누리꾼들은 댓글을 통해 “남자 여자를 떠나 저 여자 미친 거냐” “저런 사고방식으로 어디서 누굴 가르친다는 거냐” “무례하게 대했을 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전혀 잘못이 아니다” “나라면 10년 뒤에 뭐하냐고 할 때부터 대화를 그만뒀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여성을 질타했다.



다른 커뮤니티 누리꾼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댓글을 통해 “우리 애가 저런 교사한테 배울까 겁난다” “저럴 거면 소개팅이 아니라 등급 나눠서 선보는 업체에 갔어야지” “논란의 여지도 없이 그냥 여자가 무례하다” “교사라는 사람의 사회성이 결여됐다” 등 여성이 너무했다는 쪽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여성을 옹호하는 의견도 있었다. 일부 누리꾼은 댓글을 통해 “여자 쪽이 이해가 된다” “단순 소개팅도 아니고 결혼 이야기하는 선자리면 미래 얘기도 해볼 만하다고 본다” “결혼을 생각했다면, 남자의 준비가 안 됐다고 볼 수 있다” 등 여성이 물어볼 만한 질문을 했으며 남성의 대처가 적절치 않았다는 의견을 표하기도 했다.
해당 게시물은 네이트판에서만 25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