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질은 이렇게 해야지” 간섭하는 사람들의 뺨을 때리는 조선시대 그림

2020-11-27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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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풍속화로 알 수 있는 조상들의 젓가락질 방법
음식인류학자가 말하는 한국의 젓가락 예절… “전통문화와 관련 없다”

젓가락질 방법 중의 하나 /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
젓가락질 방법 중의 하나 /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을 먹나요? 이히!”

DJ DOC의 유명한 노래 'DOC와 춤을'의 가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 사회에는 젓가락질에 대한 일종의 강박이 있다. 사회적 통념상 젓가락질을 잘해야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았다고 여기는 것이다. 남이 젓가락질에 간섭하는 사람이 많은 건 이 때문이다. 예전보다 이런 분위기가 많이 옅어졌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같은 ‘올바른 젓가락질’에 대한 밥상머리 논란을 종결할 수 있는 그림이 알려져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웃긴대학, 에펨코리아 등 국내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젓가락질 논란 종결’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에는 조선 시대 풍속화 ‘고기 굽기(성협풍속화첩)’의 이미지가 첨부돼 있었다.

고기 굽기(성협) / 이하 한국콘텐츠진흥원 문화콘텐츠닷컴
고기 굽기(성협) / 이하 한국콘텐츠진흥원 문화콘텐츠닷컴

이 그림은 19세기 조선의 풍속화가 성협이 그린 작품이다. 그림 속 등장인물들은 화로 주변에 둘러 앉아 소고기를 구워먹고 있다. 그림에 적힌 글귀에 의하면 이 장면은 ‘관례’를 마친 뒤 ‘어른들’을 모시고 술과 소고기를 대접하는 축하의 자리를 그린 것이다.

화가는 그림을 통해 술 마시는 사람, 손으로 음식을 집어 먹는 사람,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 먹는 사람 등을 다양하게 표현했다. 이 중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림 왼쪽에 있는 두 사람이 젓가락질하는 모습이다.

확대한 사진을 보면 두 사람 모두 소위 말하는 ‘X자 젓가락질’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엄지와 검지로 젓가락을 잡은 ‘올바른 젓가락질’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다.

지금보다 예법과 전통에 엄격했을 조선시대 분위기를 생각해보자. 어른들과 함께 하는 식사 자리를 그린 이 그림 하나만 봐도 우리 조상들이 젓가락질을 지금처럼 따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음식 문화를 연구하는 학자들 역시 젓가락질 방법을 따지는 것이 우리 전통문화가 아니라고 말한다. 음식인류학자인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소위 ‘올바른 젓가락질’이라고 하는 문화가 일제강점기 이후에 형성됐다고 말한다. 일본에서 엄격하게 따지는 젓가락질 예절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쳐 지금의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해당 정보를 접한 누리꾼들은 댓글을 통해 “젓가락질에 정답은 없다” “다른 사람 젓가락질에 참견하는 건 꼰대 같다” “반찬만 잘 집으면 아무래도 상관 없다” “그래도 남이 보고 흉볼까 봐 걱정되기는 한다” “나는 그래도 젓가락질 똑바로 하는 것이 보기 좋다” 등 다양한 의견을 남겼다.

home 황찬익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