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을 못 알아듣네”… 잘난 척이 도를 넘은 당근마켓의 대기업 아빠 (대화 사진)
2020-11-27 15:10
add remove print link
이삿짐 일손 찾는 사람에게 일어난 뜻밖의 시비
누리꾼들 “비꼬는 줄도 모르네” “판매자가 더 이상하다”
“연배가 어떻게 되나요? 어처구니가 좀 없네요.”
“대기업이면 혹시 삼성? 아이고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몰라봤습니다.”
자칭 ‘대기업 직원'이라는 어느 남자의 도를 넘은 잘난 척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더쿠, 인스티즈, 인벤, 뽐뿌 등 국내 여러 커뮤니티에 ‘당근마켓으로 아이 교육시킨다는 어느 부모님’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에는 당근마켓 모바일 판매 화면과 메신저 화면을 캡처한 이미지 여러 장이 첨부돼 있다.

사진을 올린 누리꾼은 가장 처음에 당근마켓에 ‘일손’을 구하는 글을 올렸다. 3만원 시급으로 이삿짐을 함께 옮길 사람을 구했다. 그는 “20, 30대 남성이었으면 좋겠다”며 “마스크와 장갑을 준비해 와달라”고 했다.
문제는 이 구인공고를 본 어느 중학생의 ‘아빠’가 메세지를 보내면서 발생했다.

문제의 아빠는 대뜸 “중학생 아들 데리고 가도 될까요? 힘은 저보다 세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누리꾼은 “미성년자는 안 된다”고 했다.
안 된다고 했지만 아빠는 고집을 피웠다. 그는 “제가 교육 차원에서 옆에서 지켜보려고 한다. 제 차로 데려다주고 지켜본 뒤 데려오려고 한다”고 했다.
누리꾼은 “안 된다. 상식적으로 진짜 애를 그렇게 하면 안 된다”라고 응대했다.
그러나 이 아빠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상식적으로 뭐가? 아들에게 육체노동을 시켜보고 돈 벌기가 쉽지 않다는 걸 몸으로 느껴보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배가 어떻게 되나요? 제가 이상한 건가요? 아니면 이해를 못 하는 건가요?”라고 누리꾼에게 물었다.
누리꾼은 “혹시라도 다치면 법적인 책임은 어쩌려고 그러나. 민식이법처럼 애를 이용해 돈 벌려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교육이 필요하면 집안에서 직접 시켜달라”고 덧붙였다.

아빠는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허”라고 한숨을 내쉬더니 “혹시 통화 가능하나”라고 물었다. 그는 “어처구니가 없다”며 “얼마나 저에 대해서 안다고 이래라 저래라인지. 님이 연배가 어떻게 되고 사회적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으나 말하는 태도를 보니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고 자기 생각이 진리인 것마냥 행동하고 발언하지 말라”고 누리꾼을 꾸짖었다.
누리꾼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아빠에게 “저는 님보다 연배도 낮고 사회적 위치도 낮은 노가다 뛰는 그냥 일개 잡부인데, 이런 일개 사람인 제가 봐도 이건 좀 아닌데 싶어 고견을 드렸다. 혼자 불 타지 말고 가던 길 가라”라고 맞받아쳤다.

아빠는 “한글 내용은 좀 알고 쓰라”며 말꼬투리를 잡았다. 그는 “고견이라 함은 오랜 생각을 말하는데 전혀 그렇게 느끼지 못했다. 하던 노가다나 마저 하라. 번거롭게 해서 미안하다”라고 비꼬았다.
분위기가 과열되기 시작했다. 누리꾼 역시 “네. 애 이용해서 돈 벌어볼 저급한 생각 말고 성인이고 책임감 있는 분인 만큼 직접 스스로 저처럼 노가다라도 뛰어라. 응원하겠다. 화이팅”이라는 멘트를 날렸다.

아빠는 “돈이 아쉬운 건 맞지만 부업을 하면서 일해야 할 정도로 없이 살진 않는다. 참 전 대기업 다니고 있고 힘쓰는 일은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누리꾼은 짐짓 놀란 척하며 비아냥댔다. “헐 정말요? 대기업이면 혹시 삼성이요? 아이고,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몰라봤습니다.”
그러나 아빠는 누리꾼의 말이 비아냥이라는 점을 알아채지 못했는지 자기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현재 한 회사에서 20년 넘게 일하고 있는데 무엇이 아쉽겠나”라며 “(대기업이) 삼성만 있나?”라고 말했다.
누리꾼은 계속 놀란 듯이 그를 비꼬았다. “헉, 그럼 과장님이세요? 제가 실례했네요.”
그러자 아빠는 “ㅎ” 한마디를 채팅창에 치더니 뜬금없는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갑자기 자기 집의 전자제품과 차량, 운동기구, 오토바이 등을 촬영한 사진을 채팅창으로 전송했다. ‘내가 이만큼 잘 살고 있다’라고 자랑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행동이었다. 두 사람의 대화는 거기에서 끝이 났다.





해당 사진을 접한 일부 누리꾼은 중학생의 아빠라는 사람을 비판했다. 이들은 댓글을 통해 “비꼬는 줄도 모르고 자랑하네” “진짜 한심하다” “우리 부모님이면 쪽팔릴 듯” “비꼬는 건데 저걸 못 알아듣네” “저렇게 눈치가 없는데 어떻게 20년이나 회사를 다닌 거지” “마지막에 재산 자랑하고 훗. 어디서 까불어' 이럴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일부 누리꾼은 판매자, 즉 누리꾼의 행동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들은 “판매자가 더 이상하다” “남의 일에 훈수를 왜 두는 거냐” “판매자가 먼저 시작하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애 아빠가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등의 의견을 보였다.
해당 사진이 포함된 게시물들은 각종 커뮤니티에서 15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