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실에 쓰레기만 2300톤… 벌레 들끓는 아파트가 왜 20억원이 넘을까
2021-02-15 11:14
add remove print link
이불, 부서진 가구 등 쓰레기산더미
교통·학군 장점에 매매가는 상승세

서울 강남 대단지 아파트의 상징인 은마아파트가 다시 논쟁의 중심에 섰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은 최근 은마아파트를 찾아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녹물과 곳곳에 금이 간 벽 등을 언급하며 재건축 추진을 돕겠다고 했다.
그러자 잠재적 경쟁상대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억(32평 기준) 아파트의 녹물은 안타까우면서 23만 반지하 서민의 눈물은 눈에 들어오지 않느냐"라고 비판한 것이다.
두 후보 주장의 설득력은 차지하고라도 은마아파트는 재건축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치동의 상징 은마아파트는 1979년 완공된 40년 넘은 아파트다. 28개동에 4424가구가 거주하는 대단지다. 공급면적 102㎡와 116㎡로 구성된 이 아파트의 평균 실거래가는 각각 20억원과 23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연식이 꽤 된만큼 아파트는 낡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빈번한 누수와 단전으로 생활이 불편한 것은 물론 고층의 경우 수압이 약해 물이 잘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지하실에 40년 묵은 쓰레기더미
2년 전에는 다른 생활민원이 불거졌다.
주민들은 아파트 주변에 하천이나 대형 쓰레기장 같은 시설이 없는데도 여름만 되면 모기 등 벌레가 많은 이유를 알지 못했다. 원인 파악에 나선 일부 주민들은 아파트 각 동 지하실을 보고 놀랐다.
전체 28개 동 각 지하실엔 냉장고와 책상, 의자, 이불, 가방 등 총 2300t의 쓰레기가 방치돼 있었다. 1979년 아파트 준공 이후 입주민들이 조금씩 버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민들은 강남구에 민원을 넣었지만 달라진게 없었다. 강남구는 "사유지라 법적 관여가 힘들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일부 집주인들은 재건축이 확정돼 철거를 하면 쓰레기 문제가 해결된다는 입장이어서, 아파트 주민들과 지하실 쓰레기의 동거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럼에도 은마아파트 선택하는 이유
재건축 기대감 외에 노후한 시설임에도 은마아파트가 높은 매매가를 경신하고 있는 것은 입지 조건 때문이다.
도보 2분 거리에 지하철 3호선 대치역과 학여울역이 있으며, 단지 근처에 다양한 노선의 버스들이 다녀 대중교통이 편리하다. 차량 이용시 영동대로가 근처에 있어 올림픽대로와 영동대교를 타고 강북과 서울 여러 지역으로 이동이 수월하다.
무엇보다 큰 장점은 학군이다.
명문 학군인 대곡초, 대현초, 단대부중·고, 휘문중·고, 숙명여중·고, 경기고, 경기여고, 중대부속고 등 다양한 학교가 분포해 있다. 게다가 유명 학원가가 은마아파트를 둘러싸고 있어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높다.
한편 은마아파트는 2003년 재건축 추진위를 구성한 이후 초고층 재건축 계획안이 거듭 서울시로부터 보류돼 사업이 답보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