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테슬라보다 30년이나 빠른 '자율주행차' 있었다… 벤츠도 배우려고 찾아왔다"
2021-02-18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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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홍 고려대 교수 주도로 1990년부터 활발히 개발
선진국도 배우려는 기술이었지만 지원 중단으로 무산

상용화가 되면 전체 교통사고의 95% 가량을 줄일 수 있다고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
이 같은 안정성과 효율성 등으로 최근 테슬라와 애플 등 초일류 글로벌 기업들도 앞다퉈 개발 경쟁에 나서고 있다.
한국에서도 현대자동차를 중심으로 개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사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30년 전 고도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한 이가 있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한민홍 전 고려대 산업공학과 교수다.
17일 개드립, 고급유머, 보배드림 등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테슬라보다 무려 30년이나 빨랐던 한국의 자율주행 자동차'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게시물엔 KBS 유튜브 채널인 크랩이 1992~1995년 KBS 뉴스의 방송 장면을 재가공해 편집한 영상의 캡처 사진이 담겼다.

이에 따르면 1992년 11월 KBS 뉴스는 국내에서 무인 자동차를 개발했다며 한 교수가 2년의 연구 끝에 만든 카브이 1호를 소개했다.

한 교수가 군용 K111 지프를 개조한 만든 카브이 1호는 2대의 카메라가 차선, 가드레일, 앞 차량을 판독했으며 초음파·적외선 센서가 앞차와의 거리, 보행자 등을 감지해 속도를 자동제어했다.
특히 영상 인식과 처리 기술은 주행 중 보행자 발견 시 바로 제동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이어 1993년엔 아시아자동차의 '록스타'를 개조해 만든 자율주행차를 공개, 국내 최초 도심 주행을 선보였다.
차량은 정해진 도로를 벗어나 청계고가에서 한남대교를 거쳐 여의도 63빌딩까지 약 17㎞를 최고 속도 60~70km/h로 달렸다.
단, 차선 변경 기술은 적용되지 않아 앞 차량이 끼어들 경우에는 속도를 감속하는 것만 가능했다.

이 차량을 지속적으로 연구한 한 교수는 2년 뒤인 1995년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최고 속도 100km/h로 주행하는 데 성공했다. 심지어 야간 운전도 가능했다.

방송 화면을 보면 한 교수가 운전대와 페달에서 손·발을 뗀 것은 물론, 운전석 등받이를 뒤로 젖히고 팔베개를 한 채 옆으로 눕기까지 했다. 차량은 이 상태로 안정적으로 커브길을 주행하며 속도를 제어했다.

한 교수는 "항상 운전에 신경을 쓰지 않고도 웬만한 것은 자동차가 알아서 운전해준다"고 설명했다.
동승한 기자 또한 "운전하다 피곤하면 누워서 자도 되는, 꿈의 자동차가 출현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예언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기자의 예언은 처참히 빗나갔다.

당시 한 교수의 연구 성과는 세계 최고 자동차 업체였던 독일 벤츠와 폴크스바겐에서 찾아올 정도로 획기적인 기술이었지만, 정부는 2000년대에 들어 지원을 중단했다.
국토교통부의 관련 법 규제와 당장 상용화될 수 없다는 기업들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이 무인자동차에 대한 연구개발을 통해 상용화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한국은 후발주자로 물러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해당 게시물을 접한 이들 역시 자율주행 자동차 연구 중단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했다.
한 누리꾼은 "단기간 안에 성과 없다고 정책 폐지 아니면 지원 중단. 최소 10년은 바라보고 연구해야 되는 거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과학은 정치와 별개로 꾸준히 지원돼야 한다" "이걸 버리는 나라는 대체" "기술 퇴보의 적절한 예시" "이래서 연구원들이 다 미국으로 가는 듯" "우리는 이상하게 좋은 건 다 개발 중지하고 쓰레기 같은 건 지원하더라" 등 많은 이들이 아쉬움과 실망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