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대찌개의 시작은 콘돔까지 섞여 있었던 그때 그 '슬픈 음식'이었다
2021-02-18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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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을 통해 만들어지고 발전한 각국 음식들
포리지·모빌덴뿌라·힌덴부르크빵·꿀꿀이죽

오늘날 우리는 비만이 만병의 근원이 된 시대를 살고 있다. 음식으로 학대를 하는 듯한 먹방과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맛집 프로그램은 어느새 일상이 됐다.
하지만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인류는 식량 부족으로 인한 아사의 위기를 겪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살기 위해 먹었던 음식은 애환과 스토리가 담기기 마련이고, 이를 통해 그 나라의 고유 음식으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빈곤으로 인해 만들어지고 발전한 각 나라의 음식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포리지(영국)
곡물과 귀리, 오트밀 등을 잘게 빻은 뒤 물과 우유를 넣어 끓인 죽 요리로, 주로 가난한 소작농이 먹었다. 요즘은 건강식으로 우대를 받으면서 부자들이 즐겨 먹기도 한다.

◆모빌 덴뿌라(오키나와)
2차 대전 종전 직후 오키나와에서 먹은 튀김 요리다. 귤 껍질에서 나온 기름이나, 소나무 뿌리에서 나오는 송근유 같은 잡기름을 섞어서 연료용으로 배급한 것에 각종 재료를 튀겨 먹었던 것. 심하게는 자동차 윤활유를 사용, 사망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힌덴부르크 빵(독일)
제1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이 보급받은 빵을 뜻한다. 당시 참모총장이자 전쟁 영웅인 파울 폰 힌덴부르크의 이름을 붙였다. 순무를 바짝 말린 후 밀가루처럼 갈아서 반죽한 것으로 빵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하다. 영국이 독일 해안을 철저하게 봉쇄하면서 물자 반입이 중단돼 심각한 식량난을 겪을 때 만들어졌다.


◆꿀꿀이죽(한국)
한국 전쟁 당시 미군 부대에서 먹고 남은 잔반 가운데 먹을 만한 부분을 건진 다음 죽처럼 끓여서 만든 것으로, 현대 역사에서 가장 슬픈 음식으로 전해진다. 후식으로 보급된 껌과 담배는 물론 콘돔까지 그대로 섞여 있는 일이 잦았지만, 이조차 귀해서 서로 가져가려고 실랑이를 벌였다고 한다. 지금은 부대찌개의 기원으로 많이 거론되고 있다.

◆부야베스(프랑스)
어부들이 잡은 물고기를 내다 판 뒤 상태가 영 좋지 않거나 잡어를 몽땅 냄비에 넣고서 끓인 음식이다. 어차피 팔지 못한 물고기니 먹는 거라도 배터지게 먹어보자는 의도에서 만들어졌다. 지금은 부르주아 계층들에 의해 비싼 재료를 넣고 호화롭게 즐기는 방식으로 변형됐다.

◆미트로프(미국)
원래는 독일·스칸디나비아·벨기에 지역의 전통 요리지만, 1920년 미국 대공황 시절 당시 식량 부족에 의해 스테이크를 먹을 수 없게 되자 만들어진 요리다. 고기를 갈아서 달걀, 야채, 밀가루, 우유 등을 섞은 후 오븐에 구워 만든 것. 지금도 미국 가정에서는 만들어 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