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같은 꼴을 보니 한심”... 수만휘에서 서울대생에게 ‘극딜’ 박은 의대생 (사진)

2021-02-19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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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생이 ‘다른 학교로 옮기겠다’ 글 올리자 일어난 일
“너 때문에 서울대 못 간 인재들한테 머리 박고 사과해”

서울대학교(이하 서울대)에 대해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는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서울대가 갖는 독보적인 위상에 대해 완전히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사회적 통념상 현재 서울대와 서울대 학생은 ‘국내 최고 대학’ ‘국내 최고 대학 재학생’이라고 널리 여겨지고 있다.

서울대 정문의 모습. / 연합뉴스
서울대 정문의 모습. / 연합뉴스

그런데 최근 온라인상에서 경북대학교에 재학 중인 어느 의대생서울대생에게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의 격한 비난, 이른바 ‘극딜’을 가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누리꾼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한,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셔터스톡
이해를 돕기 위한,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셔터스톡

온라인 커뮤니티 와이고수에 18일 ‘수만휘에서 극딜 먹는 현역 서울대생’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에는 국내 최대 수능 정보 공유 네이버 카페 ‘수만휘(수능날 만점 시험지를 휘날리자)’에 올라온 글과 댓글을 캡처한 이미지가 첨부돼 있었다.

이하 온라인 커뮤니티 와이고수
이하 온라인 커뮤니티 와이고수

첫 번째 사진에는 수만휘 카페의 ‘재+반+N수 잡담방’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 드러나 있었다. 해당 게시판은 이름 그대로 대학교 재수, 반수, N수(여러 해에 걸쳐 반복되는 재수)를 겪는 사람들이 하고 싶은 말을 적는 곳이었다. 서울대생으로 추정되는 글쓴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신을 현역 서울대생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국립 수의대 가기 빡세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자신이 서울대를 다니다가 군을 제대한 뒤, 지금 수의대 준비를 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서 “나 (서울대 입학 준비할) 때는 2개 과목 2등급이 합격 조건이었는데 1등급 2개 맞고 편하게 들어갔다”라며 “그런데 수의대는 3합 6등급(3개 과목 등급을 합해서 6이 넘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 진짜 빡세고 불안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어에서 (성적이) 말리면 답이 없다”라고 걱정하며 덧붙였다.

그러나 불안해하는 글쓴이의 사연에 댓글 반응은 싸늘했다. 첫 번째 댓글은 “서울대가 지거국(지방 거점 국립대) 최저를 못 맞추다니요?”라고 물었다. 서울대를 합격할 실력인데, 국립 수의대 합격 점수를 맞추는 것이 어렵냐는 질문이었다.

두 번째 댓글은 더욱 신랄했다. 댓글 작성자는 격분한 어조로 글쓴이한테 ‘뼈를 때리는’ 비난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어처구니가 없어 글 남긴다. 서울대 ‘지역균형 전형’으로 합격한 건지 ‘기회균형선발 전형’으로 합격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벌레 같은 전형으로 겨우 들어갔으면 조용히 다닐 것이지 주제도 모르게 날뛰는 꼴을 보니 참 한심하다.”

첫 구절은 서울대에 '벌레 같은' 특별 전형으로 들어간, 일반 전형 실력이 안되는 글쓴이를 향한 공격이었다.

“겨우 합격점도 못 맞출 거 같아 별벌 떠는 걸 보니 (당신은) 특별 전형 같은 나라 망치는 입시제도 때문에 서울대 못 간 인재들한테 머리 박고 사과해야 한다. 천운으로 거지 같은 학교에서 어찌 내신 잘 받은 다음 어찌저찌 팔랑한 최저 점수 넘겨서 합격한 뒤에는 좋아서 방방 뛰었을 것이다.”

그는 ‘나라 망치는 입시제도’ ‘거지 같은 학교’ 등 거침없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러나 막상 군대 갔다 와서 보니 학점은 불기둥 맞았고(망쳤고), 전문직 하면 좋아 보이는데 의치대는 내 실력으로 꿈도 못 꾸고, 적당히 수의대 만만해 보여서 그곳을 목표로 하신 것 같다.”

글쓴이가 수의대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그는 신랄하게 깠다.

“이제야 지금까지 본인이 얼마나 꿀을 빨며 살아왔는지 실감이 되나. 최저 점수도 못 맞출까 벌벌 떠는 거 보면 올해 11월 지나고 당신의 표정이 뻔히 떠오른다. 본인의 한계를 올해라도 깨달았으면 남은 인생 최선을 다해 살길 바란다.”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쉽게 합격한 글쓴이의 삶이 ‘꿀을 빨았던’, 다시 말해 노력 없이 쉽게 쟁취한 삶이라고 댓글 작성자는 단정 지었다.

“당신이 있는 자리는 누군가 있어야 할 자리를 빼앗아 앉아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그는 끝까지 글쓴이를 매도했다. 마땅히 서울대에 합격해야 할 사람의 자리를 글쓴이가 ‘빼앗아’ 차지했다는 말이었다.

글쓴이의 ‘뼈와 살을 바르며’ 온갖 비난을 퍼부은 댓글 작성자는 마지막으로 다니는 학교의 재학 증명서를 올려 자신이 의대생이라는 것을 ‘인증’했다. 경북대학교 재학 증명서에는 그의 아이디가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위의 사연이 알려지자,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퍼부어진 댓글 작성자의 ‘극딜’에 일부 누리꾼들은 환호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댓글을 통해 “구구절절 맞는 말 인정한다” “지방전형에 대한 말에 공감한다” “글을 읽었는데 시원해지는 효과가 있네” “저건 팩트다” 등 그를 칭찬하는 의견을 남겼다.

그러나 일부 누리꾼들은 그에게 반대하는 의견을 표시했다. 이들은 “너무 선민의식에 가득 찬 말이다” “같은 서울대 학생도 아니고 경북대생이 왜 화를 내나” “그냥 정시보다 학생부 준비를 더 노력한 사람일 수도 있다” “(댓글 작성자가) 단편적인 정보로 (글쓴이에게) 급발진해서 욕하는 것 역겹다” “인신공격하면서 어줍잖은 존댓말 쓰는 것도 별로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home 황찬익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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