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14년 전에 '단타 아줌마'로 소개한 주식고수 여성의 놀라운 근황

2021-02-20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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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재야의 고수'로 TV 소개된 감은숙
생계형 전업투자자에서 주식전문가로 변신

2007년 SBS스페셜 '쩐의 전쟁'에는 초등학생 아들을 둔 한 주부가 등장했다. 주부는 방학 중인 아이들을 위해 아침 일찍 밥상을 차려주고는 자신은 끼니도 거른 채 컴퓨터 앞에 앉았다. 컴퓨터에는 관심 주식종목이 적힌 메모가 붙어있었다. 오전 시간 동안 단타로 9만5000원을 벌었다고 말하는 주부는 해당 방송에서 주식을 전업으로 삼는 '재야의 고수'로 소개됐다.

14년이 흐른 지금 그녀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14년 전 생계형 주부 전업투자자

SBS 화면 캡쳐
SBS 화면 캡쳐

2007년 SBS는 서울 하계동의 한 가정집을 담았다. 영상 속 주인공은 두 아이를 둔 36살의 감은숙 씨였다.

오전 8시부터 자녀 아침을 준비한 그녀는 본인의 식사는 건너뛴 채 곧장 방에 틀어박혔다. 그녀가 자리한 곳은 컴퓨터 앞이었다.

그녀의 눈은 주식 차트에 꽂혀있었다. 그날의 관심종목을 적어놓고 장이 시작할때부터 끝날때까지 차트를 뚫어져라 지켜보고 있었다.

감은숙 씨는 오후 2시반에서야 첫 식사를 라면으로 때웠다. 폐장할 때까지 일상생활을 팽개치고 주식만 바라본 그녀가 그날 얻은 수익은 9만5000원 가량이었다.

프로그램의 성격은 주식 중독의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한 것이었다. 영상을 본 시청자들은 감은숙 씨가 아이도 내버려둔 채 주식에 빠져 산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성악전공자가 주식하게 된 이유

일부 매체에 소개된 그녀의 인터뷰를 보면 감 씨가 처음부터 주식을 했던 건 아니었다. 되려 과거 가까운 친인척이 주식으로 패가망신 한 것을 봤기에 주식을 무서워했다.

그녀는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뒤 건설회사 다니던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대출받아 반지하 빌라에서 가정을 꾸렸다. 하지만 생계를 위해 각종 아르바이트를 섭렵해야만 했다.

그런 감 씨가 주식시장에 발을 들인 건 방송으로부터 5년 전이었다.

월 80만원을 받고 일할 수 있다는 말에 찾아간 오피스텔에는 남자 다섯 명이 컴퓨터 여러 대를 놓고 열심히 차트를 보고 있었다. 소위 주식시장에서 '세력'이라고 부르는 이들에게서 어깨너머로 주식을 배웠다.

사무실에서 1년여 동안 매매를 하면서 서러운 일이 많았다고 한다. "그따위로 할 거면 보따리 싸 들고 나가라"란 소리를 듣고 화장실에 가서 운 적도 많았다.

하루는 소위 '잡매매'를 했다며 심한 소리를 듣고는 "그런 소리 좀 그만하라"며 대들었는데, 무슨 배짱이었는지 사과하는 대신 '혼자서 해보자'라는 마음이 들었다. 주부 전업투자자로 돌아선 계기다.

7년 후 TV에 다시 등장한 그녀

MTN 화면 캡쳐
MTN 화면 캡쳐

방송으로부터 7년 뒤인 2014년 감 씨는 한 증권방송에서 전문가로 등장했다. 집에서 주식 차트를 보던 아줌마가 전문가로 변모한 것이다.

직업 변신 이유에 대해 그녀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월 1000만원을 버는 전업투자자보다 300만원을 버는 전문가가 되고 싶었다. 아이들에게 엄마의 직업을 자랑스럽게 말하고 싶고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싶은 욕구가 컸다"고 토로했다.

"기본적으로 내 돈으로 하는 매매를 잘 못한다. 혼자 매매를 하면 급등주, 뇌동매매, 추격매수를 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고객들에게 주는 정보는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최대한 원칙을 지키고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한다. 무엇보다 돈보다 명예를 원했던 내 선택이 가장 큰 이유다"고도 했다.

2018년 한 프로그램은 감 씨와 내로라하는 증권사 팀장들 간 수익률 싸움을 붙였다. 감 씨는 당시 증권방송 서비스 '엑스원'의 전문가로 활동 중이었다.

그녀는 대결 25일차에 20.97%의 누적 수익률로 경쟁자를 쓰러뜨렸다. 2위의 수익률은 7.74%에 불과했다. 3,4위는 수익은 커녕 손해를 보고 있었다.

2021년 감 씨는 어떤 모습일까. '위베스트' 대표 타이틀을 달고 한국경제TV 증권방송인 '와우넷'에서 파트너로 일하고 있다.

와우넷 홈페이지 캡쳐
와우넷 홈페이지 캡쳐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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