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리지 말아주세요, 아픈 거예요”...소뇌위축증 앓고 있는 20대 여성의 간절한 부탁

2021-04-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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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뇌위축증으로 시한부 삶 통보받은 20대 여성의 소망
“아름답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떠나고 싶어요”

"남달라 보여도 놀리지 말아주세요. 저는 아픈 사람입니다"

소뇌위축증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한 20대 여성의 간절한 부탁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KBS 뉴스는 '비틀이'라는 이름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박지은(가명, 20) 씨 사연을 22일 보도했다.

“놀리지 말아주세요, 아픈 거예요”…20대 소뇌위축증 환자의 부탁 박지은(가명) 씨는 올해 20대 후반인 20대 여성입니다. 그녀의 걸음걸이는 다소 남다르게 보일 수 있고, 때...
KBS 뉴스

박 씨는 소뇌위축증을 앓고 있는 20대 후반 여성이다. '소뇌위축증'은 근육을 통제하는 힘을 서서히 잃어 말기에는 사망에 이르게 되는 무서운 병이다. 박 씨에게 남은 삶은 약 5년 정도다.

유튜브 '비틀이'
유튜브 '비틀이'

박 씨가 자신의 몸이 이상하다고 느끼게 된 것은 5년 전 내리막길에서 넘어졌을 때다. 그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으나 어지럽고 넘어지는 경우가 잦아지며 점점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병원을 찾아도 "몸에 별 문제가 없다. 스트레스성 질환 같다"는 답변만 받았다. 박 씨는 "몸에 문제가 없는데 그럼 나는 왜 이런 거냐"고 수없이 물었지만, 의사들은 지켜보자는 답만 되풀이했다.

이하 'KBS 뉴스'
이하 'KBS 뉴스'

그러던 중 그는 증상에 대한 인터넷 검색을 하다 '1리터의 눈물'이라는 일본 드라마를 보게 됐다. 해당 드라마는 소뇌위축증을 앓고 숨진 일본인 여성 키토 아야의 수필집을 원작으로 한 실화 드라마다.

일드 주인공의 증상은 박 씨 증상과 똑같았고 그의 공포심은 점점 커져갔다.

두려움에 대형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받아본 결과 우려대로 박 씨는 '소뇌위축증'이 발병했다는 진단을 받았다.

정확한 발병 원인과 치료제조차 알 수 없는 데다 평균 7년에서 10년 사이에 숨을 거두게 될 수 있고, 숨을 거두기까지 서서히 움직이지도 말을 할 수도 없게 된다는 설명을 들었다.

박 씨가 시한부 삶을 통보받은 지도 벌써 6년이 흘렀다.

지난 겨울을 보내며 급속도로 나빠진 몸은 유모차를 잡고서야 겨우 걸어 다닐 수 있다. 작은 계단조차 오를 수 없어 휘청거린다는 박 씨는 "대낮부터 술 취했냐", "걷는 게 왜 그러냐" 등 놀림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하 유튜브 '비틀이'
이하 유튜브 '비틀이'

그는 "처음에는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놀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미웠다. 하지만 그 사람들도 내가 그 병에 걸렸다는 걸 몰랐기 때문에 그런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많은 사람이 이 병을 알아야 놀림을 덜 받게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후 그는 많은 사람에게 이 병에 대해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그는 '비틀이'라는 이름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게 됐다. 그는 3개월 전부터 운영해 총 36개의 투병일기 영상을 게재했다.

박 씨에게 유튜브 운영은 '삶이 끝나간다는 정신적인 고통을 이겨내는 또 다른 방법'이다.

을지대학교 의정부병원 박계원 신경과 교수는 "소뇌위축증 환자들은 사회적으로도 위축돼 바깥 활동을 안 하려고 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인지 기능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병"이라며 "절망감을 극복하고 유튜브 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용기 있는 결단"이라고 칭찬했다.

박 씨는 5년 동안 정말 많은 눈물을 흘렸다. 그는 언젠가는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조차 담담하게 말할 정도로 많은 것을 내려놓았다.

아름답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떠나고 싶다는 박 씨.

서서히 근육을 못 쓰게 되고 말을 못하게 되겠지만 남은 기간을 절망 속에서만 살고 싶지 않다는 바람이 박 씨에게 남은 간절한 소망이다.

home 안지현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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