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이상' '대머리 NO' '키 165㎝ 이상'만 지원할 수 있다는 OO은행

2021-04-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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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증가로 정자기증 호소하는 중국 정자은행
“정자파세요, 85만원 드립니다”…SNS 광고 나서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아들을 출산한 방송인 사유리 씨 / 인스타그램 캡처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아들을 출산한 방송인 사유리 씨 /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해 방송인 사유리가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아들을 출산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정자은행'이 이슈가 됐다. 사유리는 정자은행에 보관된 서양 남성의 정자를 기증받아 자발적 미혼모의 삶을 선택했다.

국내 정자은행은 전국에 5곳이 있지만, 일본처럼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공여받아 IVF(시험관아기 시술)을 하는 건 불법이다. 법적으로 혼인 관계에 있는 부부에게만 비배우자의 인공수정을 허가하고 있다. 난임 시술에서 IVF는 인공수정을 여러 번 실패한 뒤에 시도하는 단계다.

국내 정자은행은 또 기증자가 없어 기증된 정자 수는 턱없이 적다고 한다. 그런데 정자은행에서 정자 품귀 현상을 빚는 것은 우리나라만이 아닌 듯하다.

수년 전부터 정자를 구하지 못한 중국 정자은행들이 소셜미디어(SNS) 광고까지 동원해 정자 기증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들이 최근 보도했다.

중국 정자은행이 SNS에 낸 광고. 글은 '나는 정자 기부를 신청합니다'라는 뜻 / 웨이보 캡쳐
중국 정자은행이 SNS에 낸 광고. 글은 "나는 정자 기부를 신청합니다"라는 뜻 / 웨이보 캡쳐

보도에 따르면 저장성 항저우의 정자은행은 정자 기증자가 적어 정자가 부족해지자 중국 대표 SNS 웨이보 등에 5000위안(약 85만원)의 수고비를 걸고 자원자를 모으고 있다.

이 정자은행은 대신 정자 제공자가 20~40세에 고교 이상 학력이어야 하며, 키도 165㎝이상 이어야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앞서 정자 기증자를 공개 모집한 상하이푸단대 소속 정자은행의 정자 기증가 조건은 좀 더 까다로웠다. 유전병, 색약, B형간염, 눈에 띄는 탈모 등이 없어야 하고 신장 165㎝ 이상, 정상 체중 등의 조건이 붙었다.

탈모가 유전병이나 전염병과 함께 지원 불가능 대상에 포함되면서 네티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중국 네티즌들은 “윌리엄 왕세손도 탈모를 막지 못한다. 영국 왕실은 가슴 아프겠네”, “대머리와 뚱보는 인류 진화에서 명백하게 도태되겠네” 등 반응을 보였다.

중국 정자은행은 불임부부 또는 유전성 질환이 있는 부부를 위해 정자 기증을 받아왔다. 또 정자 기증이 헌혈과 비슷하다며 기증 캠페인을 벌여 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정자 기증자가 급속하게 줄어들자 SNS 광고는 물론 돈까지 제공한다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1차 신체적 관문을 통과한 모든 남성의 정자가 정자은행에 받아들여지는 건 아니다. 정자 품질 검사를 위해 적정 기준을 통과한 양질의 정자만 최종 문턱을 넘을 수 있다.

현대인들의 생활이 불규칙해지면서 기준을 통과하는 정자들의 양도 줄어 정자 부족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2015년 중국의 ‘한 자녀 정책’이 폐지된 후, 아이들을 원하는 부부의 인공수정 신청이 늘어났지만, 적합한 기증자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일부는 1년 이상 기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역 차병원 난임센터의 차바이오뱅크 / 뉴스1
서울역 차병원 난임센터의 차바이오뱅크 / 뉴스1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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