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해 결혼해 4일 만에 이혼한 니콜라스 케이지… 한국서도 가능할까

2021-05-07 11:42

add remove print link

당사자간 합의 없는 혼인은 무효이나
술취해 혼인신고했다고 물릴 순 없어

니콜라스 케이지 / 영화 '레프트 비하인드:휴거의 시작'의 스틸
니콜라스 케이지 / 영화 '레프트 비하인드:휴거의 시작'의 스틸
최근 할리우드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57)가 31세 연하의 일본 신인 배우와 다섯 번째 결혼식을 올려 화제가 됐다.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페이스오프' 등으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케이지는 지금까지 네 번의 결혼과 이혼의 경험이 있다. 세 번째 결혼은 2004년 한국계 앨리스 김과 했다가 12년 만인 2016년 이혼했다.

한국에서 주목받는 결혼은 세 번째였지만, 해외에서 눈길을 모은 건 네 번째 웨딩마치였다.

그는 2019년 일본계 여성 에리카 코이케와 결혼했지만 일주일도 안 돼 파경을 맞았다. 4일만에 혼인 무효 신청을 냈다. 이유는 케이지가 술에 취해 충동적으로 결혼을 했기 때문이라고 외신에 전해진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둘은 갈라설 수 있을까.

당사자간 합의 없는 혼인은 무효

네이버법률 등에 따르면 법적 부부 관계를 끊는 방법은 이혼, 혼인무효, 혼인취소 3가지가 있다.

이 중 혼인무효와 혼인취소는 혼인 자체를 부정하는 의미를 지닌다. 혼인무효가 인정되면 혼인은 없던 것이 되고 기록도 남지 않는다. 반면 혼인취소는 취소된 날로부터 혼인이 부정되고 효력은 소급되지는 않는다.

국내법상 혼인무효와 취소는 언제 가능할까.

혼인 당사자가 근친관계인 경우 그 혼인은 무효다. 하지만 무효 사유가 있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혼인이 무효가 되는 건 아니고 혼인무효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민법은 또 ‘당사자간 합의 없는 혼인’도 무효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 때 ‘혼인의 합의’란 혼인신고 자체에 관한 합의가 아니라 참다운 부부관계에 대한 합의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

A씨는 2008년 필리핀 국적의 B씨와 필리핀에서 혼인한 뒤 한국에 들어와 혼인신고를 했다. 약 한 달간 혼인생활을 유지하던 B씨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결혼했고 한국에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남겨두고 가출했다. 이에 A씨는 법원에 혼인무효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B씨는 단지 취업하기 위한 방편으로 혼인신고를 했다며, 혼인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참다운 부부관계를 설정하려는 의사가 없었다고 본 거다.

니콜라스 케이지/ 영화 '뱀파이어 키스'의 스틸
니콜라스 케이지/ 영화 '뱀파이어 키스'의 스틸
학력·연봉 위조, 혼인취소 안 될 수도

반면 미성년자가 동의 없이 혼인했거나 기혼자가 혼인한 경우에는 법원에 혼인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당사자 일방에게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등 중대사유가 있음을 상대방이 알지 못했거나, 사기 또는 강박으로 혼인한 경우에도 혼인을 취소할 수 있다.

그런데 취소 요건이 까다롭다. 법원은 결혼정보회사 소개로 만나 혼인한 뒤 상대방이 학력과 연봉 등을 속인 사실이 드러난 것은 혼인취소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혼인의 성립을 위해 다소 과장하거나 불리한 사실을 감춘다고 해서 이를 사기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시 케이지의 사례로 돌아가보자. 우리나라에서도 혼인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경우 이를 되돌릴 수 있다. 하지만 술에 취해 혼인 신고를 했다고 이를 물릴 수는 없다.

최근에는 장난삼아 작성한 혼인신고가 일방적으로 접수되거나, 혼인신고부터 했다가 이를 후회해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혼인은 무효나 취소 사유가 없는 경우 이혼으로만 그 효력을 종료할 수 있는 만큼, 혼인신고는 최대한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