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최지우도 속았다…유명 연예인들마저 속인 희대의 가짜 명품시계 사건
2021-06-04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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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도 넘어간 '유럽왕실 명품시계'
공짜협찬 바라는 연예계 세태에 경종
그런데 판매 명품이 짝퉁도 아닌 지구상에 실존하지도 않는 허구 브랜드라면 어떻게 될까. 연예인 본인들의 망신살이 뻗치는 것은 물론 연예인을 믿고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도 줄피해를 본다. 실제로 대한민국 연예계를 뒤흔든 희대의 명품 사기 사건이 있었다.



2006년 6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라운지 바. `빈센트 앤 코'(Vincent & Co)라는 스위스 명품 손목시계 론칭 행사장에는 류승범, 이정재, 엄정화를 비롯한 당대 최고 톱스타들과 각종 패션잡지 편집장 등 유명 셀럽들이 총동원됐다. 론칭 행사에만 약 1억원 이상이 투입돼 화제몰이를 했다.
기세를 몰아 빈센트 앤 코는 명품의 메카인 서울 강남구 압구정에 1호점을 차렸다.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맞은편에 위치한 매장은 유럽의 한 매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육중한 나무대문과 고급스러운 내부 인테리어로 시선을 끌며 더욱 유명해졌다.
손목시계의 가격은 580만~9750만원이나 됐다. 시계의 모양과 종류도 가격대별로 다양했다. 주로 시계판이 크고 색상도 파랑, 주황, 초록 등 원색 계열로 화려하며 시곗줄 역시 뱀 가죽 무늬 등 독특한 디자인으로 된 것들이 많았다. 최고가 라인은 섬세하게 가공된 다이아몬드, 고급스러운 악어가죽 스트랩, 과감한 디자인으로 포장됐다.

하지만 인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브랜드 론칭 행사 몇달 뒤 업체의 어처구니없는 비밀이 드러났기 때문.
론칭 행사에서 스위스 현지 직원이 하나도 없는 걸 수상히 여긴 참가자가 스위스에 있는 지인에게 연락해 조사해보는 과정에서 낱낱이 범행 전모가 드러났다.
결국 빈센트 앤 코의 창업주(?)인 이모(당시 42)씨는 사기 등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는데, 경찰이 밝힌 이씨의 사기 수법은 혀를 내두를 만큼 치밀했다.
그는 우선 스위스와 한국, 홍콩에서 빈센트 앤 코 브랜드를 법인 및 상표 등록을 했다.
그리고 경기 시흥시의 한 시계제작회사에서 국산·중국산 부품으로 원가 8만~20만원의 싸구려 시계를 제작했다. 시계 완제품은 스위스로 반입한 뒤 현지 유령회사를 통해 정식 수입 절차를 거쳐 들여왔고 수입신고필증까지 받았다. 때론 부품을 스위스에 들여가 조립만 하고 국내로 수입하기도 했다. 품질보증서는 서울 을지로 인쇄소 거리에서 위조했다.
이씨가 더욱 몰두한 것은 명품 브랜드 이미지 조작이었다.
그는 "영국 엘리자베스여왕, 모나코의 그레이스 켈리 왕비 등 세계 왕실에 한정 판매해 온 100년 전통의 스위스 명품시계인데 대중화를 위해 한국 등 각국에서 판매를 개시했다" "세계 인구의 단 1%만이 이 시계를 착용할 수 있다"는 등의 문구로 선전했다. 이런 사기 영업으로 8만~20만원 짜리 시계에 580만~9750만원이란 터무니없는 가격표를 붙였다.
명품 이미지를 더 끌어 올리기 위해 스타들을 동원했다. 연예인들을 초청한 호화 론칭쇼를 개최하는가하면, 일부 연예인들에게 시계를 홍보용으로 제공한 뒤 사진을 찍어 TV, 명품 잡지 등에 내보냈다.
경찰조사 결과 부유층, 연예인을 포함한 전체 피해 규모는 30여명, 4억4600만원 규모였다. 이 중 시계를 직접 구입한 연예인은 5명 가량, 홍보용으로 협찬·대여받은 연예인들은 8~9명 선이었다.
서울중앙지검은 가짜 명품을 구입한 연예인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통보했으나, 이들은 "촬영 관계로 바쁘다"는 등의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명품을 찾는 허영심 많은 연예인으로 비쳐지거나, 시계 구입자금 출처 등에 대해 추궁받을 것을 걱정한 탓이었다.
류승범, 최지우, 이정재, 전지현 등 이 시계를 차고 각종 매스컴에 등장했던 연예인들은 한동안 웃음거리가 됐다. 공짜 협찬을 바라는 연예계 풍토와, 플렉스(과시소비)와 이름값에만 혹하는 세태에 경종을 울렸다.
반면 업체의 시계 협찬 제의에 여배우 김남주는 디자인이 촌스럽다고 거절했다는 소문이 돌아 온라인에서 일약 개념(?) 연예인으로 주목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