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1기 신도시와 비교 불가능한 수준… 분당 아파트 값이 정말 예사롭지 않은 이유

2021-06-0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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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새 평당 1000만원 ↑… 강남 상승률 제쳐
입주 30년 리모델링·재건축 호재, 집값 견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 단지 / 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 단지 / 연합뉴스
요즘 부동산 시장에서 1기 신도시가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과거 주택난 해결을 위해 조성된 1기 신도시가 벌써 입주 30년을 맞았기 때문. 이는 재건축 허용연한 기준을 충족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KB국민은행 부동산플랫폼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가장 주목해야 할 지역은 1기 신도시의 맏형인 분당이다.

뛰어난 주거 인프라에 대기업까지

분당은 과거 서울 강남으로 몰리는 수요자들을 흡수하기 위해 경기도 성남시에 조성된 1기 신도시다. 하지만 더 이상 강남을 대체하는 신도시가 아닌, 분당 그 자체로 프리미엄을 형성했다. 주거 인프라가 뛰어난 데다 굴지의 기업들이 분당으로 이주하면서 수도권을 대표하는 도시로 거듭난 것.

분당은 2000년대 초반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집값의 단기간 오름폭이 큰 '버블세븐'(강남·서초·송파·목동·분당·용인·평촌) 지역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정도였다. 2003년에는 아파트 가격이 평당(3.3㎡당) 1186만원으로 서울 평균(1155만원)을 처음으로 제쳤고, 2006년에는 2023만원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금융위기를 거치며 2014년까지는 꾸준하게 하락세를 보였다. 이후 꾸준하게 집값이 오르긴 했지만, 상승 폭은 높지 않았다. 서울에서는 2015년 하반기부터 재건축 열풍이 불면서 집값이 가파르게 증가했지만, 분당은 재건축 허용연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이를 따라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과거 영광 되찾나? 심상찮은 집값

리브부동산
리브부동산

그런 분당이 최근 입주 30년을 눈앞에 두고 다시금 날개를 펴고 있는 형국이다.

리브부동산이 발표한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상승한 곳이 바로 분당이었다. 지난해 3월 3.3㎡당 평균 3438만원이었던 집값이 올해 3월에는 4440만원이 되면서 1년 새 1000만원이 뛰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최고 부촌이라고 여겨지는 강남(6643만원→7560만원)보다도 많이 오른 것이다. 이 기간 전국에서 평당 매매가가 1000만원이 오른 지역은 분당이 유일했다.

집값 상승률이 아닌, 매매가를 따져봐도 분당의 위상은 서울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분당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0억2226만원이다.

함께 조성된 1기 신도시인 평촌(6억5400만원), 일산(4억9199만원), 산본(4억3385만원)과는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다른 1기 신도시는 베드타운으로 전락한 것과 달리, 분당은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한 IT기업들이 대거 입주해 자족도시로서의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 탓으로 분석된다.

서울에서 분당보다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높은 지역은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를 비롯해 마포, 광진, 용산, 종로밖에 없다. 사실상 서울 최상위 지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것이다.

분당 집값 고공행진 이유는

리브부동산
리브부동산

분당 집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것은 ‘리모델링’과 ‘재건축’ 호재다. 분당은 입주 30년을 맞이하게 된 만큼 노후화된 주거단지가 많다.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리모델링과 재건축 호재가 있는 대표 단지들의 실거래가 추이를 확인해 보면 분당의 열기를 체감할 수 있다.

1기 신도시 아파트 중 최초로 리모델링 사업계획이 승인된 정자동 '한솔마을5단지'의 전용 41㎡는 리모델링 사업승인 계획이 나기 전인 올해 1월 6억3500만원에 팔렸다. 그런데 최근 거래가는 7억9500만~8억8000만원이다. 단기간에 2억원이 넘게 올랐다.

재건축을 준비 중인 시범우성도 마찬가지다. 작년 2월 이 단지의 전용 84㎡는 8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올해 3월에는 12억5500만원에 팔린 사례가 있다. 재건축에 대한 수요자의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현재 분당에서 한솔마을5단지 외에 구미동 ‘무지개마을4단지’가 리모델링 사업계획 승인이 난 상태다. 1기 신도시를 통틀어 가장 먼저 조성된 서현동 삼성·한신, 우성, 한양, 현대 등 4개 단지는 재건축 추진 준비에 한창이다.

정자동 ‘한솔마을한일3단지’ 역시 재건축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단지는 대지지분이 높고 용적률이 150%로 사업성이 뛰어나 분당 재건축 1호가 될 가능성이 있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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