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삶을 포기해야 하나요?...” 직장 내 성희롱 '구청'도 예외 없었다

2021-06-0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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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성희롱 및 괴롭힘 신고했으나 좋게 넘어 가자며 회유
피해자 전출 요청에 인사과는 직급 내려야 가능하다고 해

청와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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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성희롱 피해를 당하고 신고한 구청의 공무원이 구청 측의 소극적 대처와 가해자들의 사과 없는 태도에 전출을 요구했지만 "직급이 강등 당해야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어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4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00 광역시 00 구청 성희롱 및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입니다.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2020년 00 구청 남자 계장 2명과 남자 동료직원 1명으로부터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사건의 피해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청원인은 강제로 술 따르게 하기, 전 직원이 있는 사무실에서 외모 및 언행 비하, 성희롱적인 언행 및 방조 등의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그는 "2020년 7월 직장 내 성희롱과 지속적인 괴롭힘을 이기지 못하고 구청 감사실에 신고했지만 1차 신고 시에는 정식 접수가 되지 않았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좋은 게 좋은 거다. 그 직원들은 그럴 의도가 아니었을 거고 너를 예쁘게 봐줘서 그런 거다'라는 제 식구 감싸기식 회유적인 말만 들었다"라고 토로했다. 또 "변호사를 선임해 재진정을 넣었고 그때서야 구청은 정식 접수를 하고 조사를 진행했다"라고 말했다.

청원인은 "감사실에서 실명으로 진정서를 접수해 구청 모든 직원이 볼 수 있도록 했고 본 사건을 전혀 모르는 구청 직원들 사이에서도 이야기가 순식간에 퍼져 2차 피해를 봤다"라며 억울해했다.

그는 "구청에서는 이런 사건이 전례 없는 일이라 신고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에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랐다는 궤변만 하며 사건위원회 구성도, 사건처리 매뉴얼도 제대로 없는 상태로 조사를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사 과정에서도 가해자에게만 사실 여부를 확인할 뿐 가해자 조사 후 피해자에게 모든 사실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청원글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을 행한 직원 3명에게 징계가 내려진 것은 7개월 후다. 그러나 청원인은 "징계를 받은 가해자들은 모든 사과도 없었으며 오히려 자신들의 명예가 훼손되었다며 징계에 대해 불복했고 행정 소송을 걸었다"라며 "저는 직장도 나갈 수 없을 뿐더러 정상적인 삶까지 잃었는데 정작 가해자들은 반성은커녕 당시 사건들을 다시 이슈화시켜 저에게 또 다른 추가 피해를 주고 있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청원인은 구청 인사과에 다른 구청으로의 전출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대해 "'7급 직무 유지를 하면서는 다른 구청으로 갈 가능성이 없으니 8급으로 강등하면 타 구청으로 갈 수도 있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호소했다.

이어 "00 시청 인사과 담당자 또한 '현재 근무하고 있는 구청만 아니면 되는 거 아니냐? 어느 정도 포기할 부분은 포기해야 기존 근무하는 구청에서 다른 구청으로 옮길 수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 "(인사과로부터) '근무를 원하는 구청에 본인이 직접 전화를 해보는 건 어떠냐'라는 문자까지 받았다"라며 "'성희롱 피해자라고 해서 구청 간 이동을 해줄 수 있는 법이 없다'라는 말을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에 청원인은 "더이상 제가 무엇을 포기해야 하나. 제 삶을 포기해야 하는 거냐"라며 물음을 던졌다. 마지막으로 그는 "본인은 한 아이의 엄마다. 아이도 남편도 아픈 시간을 보냈다. 죽고 싶은 마음에 극단적 선택 시도도 했고 아이는 엄마가 무너지는 것을 보고 심리 치료도 받아야 했다.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home 윤수연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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