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판에서 '두꺼비 점'으로만 30조원을 굴린 이 여자 때문에 일본에서 벌어진 일

2021-06-15 17:56

add remove print link

'거품 부인' 오노우에 누이 일화 재조명
누리꾼 “한국의 장영자 같은 사람이네”

'버블 레이디' 오노우에 누이. /유튜브
'버블 레이디' 오노우에 누이. /유튜브

1980년 일본 버블 경제 당시 두꺼비 점으로 30조원 규모의 주식 투자를 했던 한 여성의 일화가 재조명되고 있다.

최근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오사카의 흑녀, 거품 부인 오노우에 누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여기엔 1980년 일본 버블 경제 당시 일명 '오노우에 누이 사건'이라고 불리는 일화의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르면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레스토랑 웨이트리스를 시작한 이노우에는 유명 건설사 사장의 정부가 되면서 2개의 고급 술집을 운영하는 사장이 됐다.

그러던 중 한 은행 직원의 권유로 1987년부터 100억원어치의 채권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를 통해 큰 이득을 봤고, 곧 자신의 전 재산과 대출금 등을 합한 30조원을 모조리 주식에 투자했다. 이는 지금까지도 개인 주식 투자자 최대 금액이다.

/테레비도쿄, 위키미디어
/테레비도쿄, 위키미디어

오노우에는 토속신앙을 통해 투자 종목을 결정했다. 자신의 술집에 모셔둔 두꺼비상에 어떤 주식을 사야 할지 물은 다음, 즉흥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종목을 사들인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주요 금융회사들 역시 이처럼 황당한 투자 방식을 믿고 그에게 3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빌려줬다는 점이다.

심지어 일본산업은행, JP 모건 일본의 지사장 등 내로라 하는 금융계 인물들도 '두꺼비 의식'에 참여하기 위해 문턱이 닳도록 그의 술집을 드나들었다. 이렇게 두꺼비의 가호로 사고 팔린 주식만 11조원에 이른다.

사람들이 모이면 오노우에가 두꺼비상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정원에 있는 불상 앞에서 불경을 외웠다고 한다. 누이가 두꺼비 앞에 앉아서 신내림을 받으면, 그 순간 어떤 주식을 사고 팔지 신탁을 알려주는 의식이 진행됐다.

두꺼비상에 어떤 종목을 살지 묻는 방식은 비과학적이다. 하지만 아주 황당한 투자법은 아니다. 여러 사람이 해당 종목을 따라서 구입하면 두꺼비상이 점지한 종목의 가격이 오른다. 실제로 두꺼비상이 찍은 주식의 가격이 오르는 일이 벌어졌다. 내로라 하는 금융계 인물들이 두꺼비점 의식에 참석한 이유다.

하지만 주식시장 거품이 붕괴하자 오노우에는 파멸을 맞았다. 그는 가짜 예금증서로 첫 대출을 받은 것이 드러나면서 1991년 8월에 경찰에 체포돼 은행 후원자들과 함께 여러 해 징역살이를 했다.

그의 파산으로 대출 기관들 역시 2조7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봤으며 이로 인해 은행 2곳이 도산했고, 일본산업은행장은 사퇴했다.

이후 교도소에서 나온 오노우에는 2014년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년 84세 때였다.

해당 게시물을 접한 누리꾼들은 "30조원을 굴리던 사람도 익절을 못해서 망했구나" "여왕 개미네" "우리나라의 장영자 같은 사람인가 보네" "인간이란 진짜 별 짓을 다 하는구나" "버블 레이디라는 존재를 처음 알았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home 방정훈 기자 bluemoo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