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팬티 차림으로 있지 마세요” 경비실에서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다
2021-06-1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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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여고생이 경비실에 '내집안 노출' 신고
공연음란죄 성립 불가… 신고자가 처벌받을수도

남자들은 집에서 속옷 차림으로 지내는 건 다반사다. 그런데 이웃으로부터 노출 신고를 받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실제로 한 아파트단지에서 이런 시비가 벌어졌다.
과거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집에서 팬티만 입지 말라고 경비실서 연락왔어요'라는 제목의 글이 갑론을박을 낳았다.
아파트에 살고 있는 남성 A씨는 날씨가 더운 여름철이라 집 안에서 속옷만 입고 지냈다. 그러던 어느날 경비실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A씨가 속옷 차림으로 생활하는 모습을 본 이웃집 여고생이 경비실에 신고한 것.
A씨는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내 집에서 팬티만 입고 있는 게 잘못된 거냐"라고 따졌지만, 경비실 측은 자신들도 신고가 계속돼 어쩔 수 없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A씨는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 한 거실까지 잘 보이지도 않을 텐데 어떻게 보고 신고했는지 의아하다"며 누리꾼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 '내 집안 노출'도 공연음란죄?

형법상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진다. 여기서 '공연히'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네이버법률 등에 따르면 타인의 집은 모든 사람이 이용하는 탁 트인 공간이라고는 볼 수 없어 공연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적다. 대체로 자신 소유의 집에서 속옷만 입고 있는 행위에 공연음란죄가 적용되진 않는 셈이다.
예외적으로 실내공간이라도 발코니처럼 다른 사람들이 충분히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면 공연음란죄가 성립할 수도 있다. 실제 호텔 발코니에 알몸으로 서 있던 남성에게 공연음란죄를 선고한 대법원 판례도 있다.
아울러 공연음란죄가 되려면 타인의 성욕을 자극해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치는 이른바 '음란한 행위'라는 요건도 충족해야 한다.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기보단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주는 정도에 불과한 경우엔 공연음란죄가 부정된다.
A씨는 알몸 상태가 아니었을 뿐 아니라 타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A씨를 관리사무소에 신고한 이웃이 이를 경찰에 알려도 실제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 자꾸 우리집 훔쳐보는 옆집

되려 A씨의 모습을 훔쳐본 이웃집 사람에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누리꾼 의견도 있다.
현행법상 타인의 주거를 엿본 행위만으로는 형사처벌이 불가하다. 다만 남의 집을 훔쳐보기 위해 망원경 등의 도구를 사용한다면 경범죄처벌법에 걸린다.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가 내려질 수 있다.
A씨를 신고한 이웃집이 증거를 남기겠다며 A씨가 자신의 집에서 속옷만 입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사진으로 간직했다면 명백한 범죄다.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자는 성폭력처벌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