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아파트인데 휴대폰 신호가 안 잡힌다... 이유가 정말 황당하다

2021-06-23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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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중계기 설치 두고 입주민 간 갈등
전자파 우려로 반대…과학적 근거없어

언스플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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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의 한 신축 아파트에 사는 김모씨. 그는 초등학생 아들로부터 집에 있으면서 왜 휴대전화를 안 받냐는 말을 듣고 어안이 벙벙했다. 아들에게 따로 걸려온 전화가 없었기 때문. 직접 확인해보니 아들의 핸드폰에는 통화 신호가 갔지만, 김 씨 휴대폰에는 알람이 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일부 신축 아파트는 휴대폰 통화가 어렵다. 기술적 문제 탓이 아니다. 주민 이해관계가 얽힌 님비(Nimby) 현상 때문이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의외로 신축아파트에서 많이 겪는다는 고충'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주목받았다.

글쓴이는 "신축 고층아파트에서 의외로 자주 일어나는 문제는 무선 신호가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통화, 문자, 데이터 사용이 전부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유는 단 하나. 단지 내 이동통신 설비인 중계기가 설치되지 않았거나 미비하기 때문이다.

아파트 옥상에 설치된 중계기 / 온라인 커뮤니티
아파트 옥상에 설치된 중계기 / 온라인 커뮤니티

중계기는 통신사 기지국의 신호를 증폭해 개개인의 휴대전화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통신 설비다. 보통 아파트 옥상에 많이 설치한다.

그런데 새로 지은 아파트 단지에는 중계기가 없는 경우가 왕왕 있다. 전자파 유해성을 우려한 일부 주민들(특히 임산부)이 입주 초기 설치를 반대하는 탓이다. 중계기 설치는 신축 아파트 주민 회의의 단골 메뉴다.

글쓴이는 "해결 방법은 입주자대표회의가 입장을 바꿔 중계기를 설치해주거나, 가정용 중계기를 설치하는 것 뿐"이라고 지적했다.

2016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에 따라 500세대 이상의 주택단지의 경우 중계기와 같은 이동통신 설비의 설치가 의무화됐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휴대전화 등 이동통신을 이용한 상황전파·신고·구조요청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한 조치다.

그러나 2017년 5월 이전에 사업 계획 승인을 받았거나, 500세대 미만의 주택단지의 경우 설치 의무화 대상에서 제외됐다. 500세대 이상의 신축 아파트라도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중계기 설치가 지연되는 경우도 많았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사실 중계기가 내뿜는 전자파의 유해성은 과학적 근거가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모든 중계기는 전 세계의 생체 영향 연구 결과를 토대로 마련된 전자파 인체 보호 기준을 만족해야 사용할 수 있다. 서비스에 따라 적게는 40 V/m(미터당 볼트·전자파 측정 단위)에서 61V/m를 넘으면 안 되는데, 매년 실시하는 전자파 강도 측정 결과 전국 중계기의 98% 이상이 1/10 미만의 수치를 기록 중이다.

중계기 설치가 지연되면 그 피해는 입주민에게 돌아간다. 휴대폰 사용이 불편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사고 위험성도 커진다. 가령 가족 일원이 가정에서 위급 상황을 맞았을 때 119안전센터 구조대원은 도착하기 전까지 휴대폰 영상통화로 대처법을 알려주는 게 매우 중요하다. 유선전화로 말로 설명하다간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home 안준영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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