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 타계한 필리핀 전 대통령… 그와 염문설 뿌린 한국계 여성 방송인의 정체
2021-06-2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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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병원서 숨져… 사인은 미상
선친은 한국전 종군… 구 화폐에 등장

베니그노 노이노이 아키노 3세(61) 전 필리핀 대통령이 갑작스레 타계하면서 그의 한국과의 개인적인 인연에 관심이 쏠린다.
직전 대통령으로 2010년~2016년 임기를 보낸 아키노 전 대통령의 한국과의 사적인 접점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한국계 여성과의 염문설.
그는 2012년 한국계 필리핀 방송인 그레이스 리(한국명 이경희)씨와 열애설이 돌았다. 리씨는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필리핀에 이주해 필리핀 방송국 TV5의 메인 뉴스를 진행하는 등 현지에서 성공한 한국계 방송인으로 꼽혔다.
리씨는 2014년 방송된 한국 방송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으로 있을 때는 만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다시 만날 생각이 있다. 지금도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안부를 묻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현지에서는 사실관계에 의구심이 간다는 반응도 나왔다. 아키노 전 대통령이 평생 독신으로 지낸 데다 이성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 국민들에게 각인됐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그의 부친과 연관돼 있다.
선친인 아키노 전 상원의원(1983년 암살)은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때 불과 17세의 나이에 '마닐라타임스'의 종군기자로 활동한 적이 있다.

아키노 전 의원의 부인이자 아키노 전 대통령의 어머니 코라손 아키노(2009년 타계)는 1986년 대통령에 오른 후 500페소(약 11600원)를 발행했는데 남편인 아키노 전 의원의 언론인 시절 모습이 담겨 있다.
지폐 뒷면 왼쪽 하단에는 종군기자로 참가했던 아키노 전 의원 초상이 그려져 있다. 한 손에 카메라를 다른 손애는 펜을 들고 있는 아키노 전 의원 뒷 배경에는 자신이 본사로 타전한 신문기사가 소개돼 있다.
'필리핀 제1기갑부대가 38선을 넘어 진격했다'는 제목의 기사다. 'Korea' 'Seoul' 'Kaesong(개성)' 같은 한국 지명이 엿보인다. 코리아(Korea)란 단어가 화폐 속에 들어 있는 나라는 필리핀이 유일했다.
또 해당 화폐 뒷면 중앙에는 필리핀 군인들이 등장하고 이들에게 꽃을 팔려는 한인 소녀와 초콜릿을 구걸하는 듯한 한인 소년의 모습도 묘사돼 있다.
아키노 전 의원은 필리핀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야권 지도자였던 그는 1983년 3년간의 미국 망명 생활을 접고 수도 마닐라 국제공항에 내리는 순간 저격범이 쏜 총탄에 쓰러졌다. 아키노 암살은 '피플 파워'라 불린 민중 봉기의 도화선이 됐고 아내 코라손은 대통령에 올랐다. 마르코스의 21년 독재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국빈 내한한 아키노 대통령에게 필리핀의 한국전 파병을 사례하자, 아키노 대통령이 지갑에서 500페소 화폐를 꺼내 참전 종군기자 삽화가 자신의 아버지라고 소개한 일화가 전해진다.
아키노 전 대통령은 어머니 코라손 아키노와 함께 세계 유일의 모자(母子) 대통령이라는 진기록을 갖고 있다. 알려진 대로 박 전 대통령은 국내 최초의 부녀(父女) 대통령이다.

하지만 2016년부터 이 필리핀 500페소는 구권으로 폐기되고 신권이 대체한다. 이면에는 구권 뒷면 삽화에 나타난 한국의 모습이 지금과 국력 차이가 커 이를 반영해 달라는 우리의 외교적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아키노 전 대통령은 24일 오전 수도 마닐라 케손시티 소재 한 병원에 긴급 이송됐지만 숨을 거뒀다. 그의 사인 및 이송 사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