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한 남양주시장 "옷만 벗기지 말아 주세요"

2021-07-07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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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를 대상으로 마구잡이 휘두르는 칼날
저와 우리 시 직원들은 가슴속에 흐르는
서러운 눈물을 참고 오늘도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조광한 남양주시장이 지난 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정책 표절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한 데 이어 경기도 관계자의 반박 기사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조광한 남양주시장 / 남양주시청
조광한 남양주시장 / 남양주시청

다음은 조광한 남양주시장의 입장문 전문이다.

경기도의 궤변에 대해 다시 한 번 입장을 밝힙니다

남양주시장 조광한입니다.

“옷만 벗기지 말아 주세요!”

지난해 11월 경기도 감사관실이 실시한 특별 조사 과정에서 우리 시 직원이 경기도 조사 담당자에게 한 말입니다.

조사를 받은 직원은 법적으로 보장된 공무원 신분에 위협과 공포심을 느꼈고 동료나 상사에게 조사 내용을 발설하지 말라고 조사 담당자가 압박해서 두려움과 괴로움에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저는 아직도 종종 이 말을 곱씹어 봅니다.

공무원 신분을 박탈 당할 것만 같은 절박했던 그 직원의 무거운 고통이 때로는 분노로, 때로는 서글픔으로 제게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이재명 경기도지사께서는 민주당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서 남양주시가 하천·계곡 정비를 먼저 시작한 것이 맞다고 마지못해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 누가 먼저 한 게 뭐가 중요하냐고..그런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했다고 발표하고 수백 건 이상 언론에 보도되었습니다.

지난해 우리 시 홍보기획관실 직원들이 하천·계곡 정비는 남양주시가 최초라고 댓글을 달았다는 이유로 보복 감사를 당했기 때문에 도지사의 발언은 결코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또한, 어제 경기도는 다수의 언론을 통해 경기도가 남양주시보다 먼저 했다는 것이 아니라 광역단체에서 최초라며 도지사의 치적으로 둔갑시켰다는 우리 시의 주장이 억지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늘 해왔던 말장난에 불과합니다.

경기도 조사 담당자는 우리 시 직원에게 불법 계곡 정비가 경기도 하천 정원화 공모 사업으로 이루어진 것인데 왜 남양주시가 최초라는 댓글을 달았냐고 추궁했기 때문입니다.

경기도는 특별 조사 기간 중 계곡 정비나 특별조정교부금 등의 정책 관련 보도 자료에 통상 2~3개월에 걸쳐 평균 3개 정도의 일회성 댓글을 작성한 직원들의 포털 사이트 아이디를 추적하고 사찰했습니다.

조사 담당자 앞에서 포털 사이트에 강제로 로그인시키고 본인의 아이디가 맞냐고 자필 서명을 강요한 건 한 번쯤 눈 감고 넘어갈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위직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혼자 뒤집어쓰지 말고 윗선을 대라” “댓글을 다는 건 현행법 위반이다.” 등의 말을 하며 수사 기관마냥 심문을 했습니다.

또한, 다른 직원이 이미 삭제했었던 댓글 내역을 보여주고 남 걱정이나 할 때가 아니라며 직원들 사이를 이간질하고 답변을 강요한 행위는 공직자로서의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도지사가 대권 후보 1위로 올라간 시점에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작성한 조직적인 댓글로 몰아갔습니다.

도지사 비판은 공무원 정치적 중립의 의무와 선거법을 위반한 범법 행위라고 협박하고 반대로 도지사 칭찬은 괜찮고 합법이라고 말한 경기도 감사관실의 태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이 어처구니없는 태도를 전해 듣는 순간 저는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당사자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아이디와 댓글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것은 개인의 사상과 행동을 감시하려는 명백한 불법 사찰입니다.

이는 헌법에서 보장한 개인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표현의 자유 등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당연한 기본권을 침해하는 심각한 범죄 행위입니다.

우리 시는 경기도 감사의 적법성 여부를 가리기 위해 헌법 재판소에 권한 쟁의 심판을 청구했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또한, 이재명 도지사와 경기도 감사관실의 담당자들을 직권 남용 및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고발한 상태입니다.

경기도 특별 조사가 종료된 지 반년이 지나도록 우리 시 직원들이 받은 고통과 상실감은 현재 진행형이지만 그래도 작은 희망을 가져 봅니다.

대한민국에 정의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약자를 대상으로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칼날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반드시 이루어지리라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어쨌든 저와 우리 시 직원들은 가슴속에 흐르는 서러운 눈물을 참고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 7. 7. 남양주시장 조광한

home 이상열 기자 sylee@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