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래? '빨간 맛'만 있다고” 레드벨벳의 '여름 맛' [띵곡을 찾아서]

2021-07-1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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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 퀸' 레드벨벳의 본격 여름 노래 탐방
오리지널 트랙부터 선배 가수 노래 재해석한 리메이크 곡까지

차트 1위, 억대 조회수가 전부는 아니다. 시기를 잘못 만나서 혹은 너무 앞서가서, 컴백 타이밍이 좋지 않아서, 타이틀 곡이 아니라서 대중과 제대로 만날 기회를 갖지 못한 띵곡(명곡)들이 가요계에는 너무나 많다. K팝이 단순한 '한류' 바람을 넘어 전 세계 팝 시장의 새로운 스탠다드로 자리매김해가는 지금, 위키트리가 국경 불문, 나이 불문 누구에게 소개해도 후회 없을 보석 같은 K팝 노래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이하 레드벨벳 인스타그램
이하 레드벨벳 인스타그램

2017년 처음 발매된 후로 '빨간 맛'은 매 여름을 열 때마다 안 들으면 서운한 노래가 됐다. "빠빠빨간 맛 궁금해 허니"라는 경쾌한 후렴구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한 번 들으면 좀처럼 잊히지 않는 강한 중독성을 선사한다.

하지만 '빨간 맛'이 레드벨벳이 표현한 유일한 '여름의 맛'이라 생각하면 곤란하다. '아이스크림 케이크', '파워 업' 등 당장 떠오르는 유명한 타이틀 곡들 외에도 레드벨벳은 여름과 찰떡인 수록 곡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캠프파이어 (2015)

레드벨벳이 데뷔 이래 처음으로 발매했던 정규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헤이 에이 헤이 헤이 예 예"라는 멤버들의 경쾌한 목소리로 시작하는 이 곡은 단숨에 듣는 이를 해가 저무는 어떤 시점으로 데려다 놓는다.

해질녘을 배경으로 둘 만의 캠프파이어를 연 두 사람. 화자는 상대에게 "너를 알기 전에 나는 어떤 애였는지. 감명 깊게 읽은 책은 뭐였는지"를 설명하며 둘만의 비밀스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러면서 서서히 "그대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 "네 방 안의 보물 1호" 등을 묻다 "한 번쯤 상상한 머릿속의 난 어땠는지 다" 말해 달라며 관계를 한 단계 더 진전시킨다.

'캠프파이어'를 듣노라면 모닥불 피워놓고 마주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뜨겁던 그 여름밤이 떠오르지 않을 수가 없다.

주 (2017)

무더운 열대야에 지쳤다고? 그렇다면 노래로 떠나는 열대우림 여행은 어떨까. '주'는 사랑에 빠진 순간을 낯선 소리가 계속해서 들리는 푸른 밀림에 떨어진 순간에 빗대어 표현한 곡이다. 갖가지 동물들의 소리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슬기가 내는 타잔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

"발을 담그면 물이 올라 차 맘이 올라 차. 숨을 내쉬면 풀 향기가 스며와" 같은 감각적인 가사는 귀뿐 아니라 마치 온몸으로 밀림을 느끼는 것 같은 분위기를 전달한다.

유튜브, SMTOWN

환생 (2017)

소재가 여름이 아니면 어떠랴. 파도처럼 쌓여 밀려오는 멤버들의 목소리는 여름이 아니면 설명할 길이 없는 것을.

'환생'은 1996년 발표된 윤종신의 '환생'을 리메이크한 곡이다. "전철 안 예쁜 여자들"이 "전철 안 멋진 오빠들"로 바뀌었고, 아이린과 예리의 매력적인 랩도 추가됐다. 아마 원곡과 또 다른 매력에 듣자마자 빠질 것이다.

모스키토 (2018)

여름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모기다. 잠을 자려고만 하면 귓가에서 윙윙 거리는 소리를 내며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모기. 특히 열대야로 잠들기 어려운 밤이면 모기의 등장이 더욱 짜증나게 느껴진다.

이런 모기에 대한 생각이 레드벨벳의 '모스키토'를 들으면 조금 바뀔지도 모르겠다. 조금씩 신경쓰이기 시작한 상대를 불 꺼진 방에 들어와 평화로운 시간을 깨는 모기에 빗대어 "내 맘속 깊숙이 돌아다니다 찾을 땐 숨어버리지. 날 자꾸 맴도는 넌 모스키토"라 표현한다. 심지어 모기마저 노래의 소재가 되는, 이것이 레드벨벳 월드다.

유튜브, SM STATION

밀키 웨이 (2020)

원곡의 주인은 보아다. 보아의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레드벨벳의 목소리로 재탄생한 '밀키 웨이'는 원곡의 힘찬 분위기와 사뭇 다른 싱그러움을 리스너들에게 선사한다.

특히 다섯 멤버의 목소리가 겹쳐지며 나는 환상적인 도입부의 화음은 시작부터 듣는 이들을 끌어당긴다. 푸른 식물들을 배경으로 한 영상 역시 시각적 시원함을 선사하니 꼭 영상과 함께 즐기기를 권한다.

home 정진영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