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성, 정일우 다음은 신현승이라고 봅니다 (인터뷰)

2021-07-1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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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에서 제이미 연기한 배우 신현승
폭 넓은 연기 기대하게 하는 충무로 신인

전성규 기자
전성규 기자

조인성, 조한선, 현빈, 장근석, 정일우, 최다니엘, 윤시윤, 고경표… 이 스타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시트콤 출신 스타들이란 점이다.

MBC '논스톱' 시리즈부터, '하이킥' 시리즈, tvN '감자별 2013QR3'까지 시청자들을 배꼽 빠질만큼 웃게 만들었던 시트콤들. 이제 시트콤은 대세 자리에서 한 발 내려와 있지만, 그 작품들에 출연했던 스타들은 여전히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포스터 속 신현승(맨앞 왼쪽) / 넷플릭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포스터 속 신현승(맨앞 왼쪽) / 넷플릭스

넷플릭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는 오랜만에 국내 시청자들과 만나는 시트콤이란 점에서 공개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여러 나라의 학생들이 부대끼며 생활하는 대학교 국제 기숙사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에서 유독 눈에 띄는 한 인물이 있다. 어느 인물에나 잘 녹을 법한 좋은 외모에 해사한 미소를 간직한 신현승이 그 주인공이다.

"오디션을 봤어요. PD 님이 제이미는 새롭고 신선한 이미지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셨대요. 나중에 PD 님이 '느낌이 좋아서 같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하셨어요. 제가 운이 좋았죠. 잘 봐주신 덕에 좋은 작품에서 함께할 수 있었어요."

어떤 매력으로 작품에 발탁됐을지 묻는 질문에 신현승은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했다. 어떤 한 주제에 빠지면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지고 잘 이야기하다가도 연기에 대한 질문이나 칭찬하는 말을 하면 순간 긴장한 듯 목소리가 낮아지는 게 흥미로웠다. 한참이나 말을 벼르며 고심하는 얼굴을 보며 "왠지 내가 괴롭히는 것 같아 미안하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

이하 전성규 기자
이하 전성규 기자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의 제이미는 다소 엉성해 보이지만 자신이 맡은 일엔 끝까지 책임을 다하는 진지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흔히 시트콤에 기대하는 과장된 웃음이 제이미에겐 거의 없다. 그래서 그런지 연기를 하면서도 신현승은 시트콤이란 의식을 크게 하지 않았다고 한다.

"PD 님이 '시트콤다운 연기를 하라'는 주문을 하지 않았어요. 최대한 캐릭터에 각자 배우의 매력을 녹여야 한다고 하셨고, 그걸 위해서 캐릭터 수정 작업이 좀 있었어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주문하신 게 출연하는 배우들끼리 친해져야 한다는 것. 그래서 친함을 연기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도 가까워질 수 있게 배우들끼리 많이 소통을 했어요. 연기를 자연스럽게 하면 그걸 시트콤처럼 살리는 건 PD 님이 하시겠다고 했고, 실제 현장에서도 배우들이 떠들고 놀고 장난치도록 편하게 놔두셨어요. 덕분에 저도 마음 편히 촬영할 수 있었어요."

놀랍게도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는 신현승의 첫 작품이다. 웹드라마 '오늘부터 계약연애'가 먼저 공개되긴 했지만, 시기상으론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를 먼저 촬영했다. 이 작품이 첫 작품이라는 걸 알고 나면 작위감이 없는 신현승의 연기를 다시 보게 된다. 연기하는 게 티나는 것만큼 연기자에게 안좋은 것도 없으니까.

부드러운 외모 역시 신현승이 가진 큰 무기다. 그에게선 언뜻 송중기의 처음을 보는 것 같은, 영화 '건축학개론'(2012)의 이제훈 같은 풋풋한 청년미가 느껴진다. 말랑말랑한 작품에 두루 출연할 젊은 남자 배우를 좀 찾았나 싶으면 금방 느와르 같은 인상 강한 작품에만 빠져드는 충무로의 어떤 기묘한 현상을 떠올렸을 때, 신현승에게선 확실히 다른 길이 보였다. 어떤 인물을 입혀도 이질감이 없을 것 같은 단정한 얼굴은 앞으로 어떤 작품에서 어떤 표정을 짓게 될까. 신현승의 희망은 일단 판타지다.

"배우라는 직업을 꿈꿨을 때부터 판타지는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배우라는 직업의 장점이 뭐든 될 수 있다는 거잖아요. 하늘을 날아다니고 미지의 존재를 만나고 마법을 쓰고 그런 것들은 연기를 할 때 아니면 할 수 없는 거니까 꼭 해 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신현승에게 '시트콤 불패 법칙'을 언급하며,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겠다는 덕담을 했다. 역시나 '해리포터' 이야기를 하며 신나게 판타지 이야기를 할 때와 다른 얼굴이 됐다. 어쩌면 그래서 "열심히 해서 선배들 얼굴에 먹칠을 안 해야겠다"는 조심스런 발언이 어쩐지 더 믿음직스러웠는지도 모른다.

home 정진영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