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스' 목숨값 협상 테이블에서 '공정'과 '인간성'을 묻다 (리뷰)

2021-07-2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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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 보상기금 협상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 '워스'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 부부가 선택한 작품

영화 '워스' 스틸 / 이하 미디어소프트필름
영화 '워스' 스틸 / 이하 미디어소프트필름

"우리 아들 목숨이 주식 사고파는 사람보다 못합니까?"

미국대폭발테러사건(9.11테러)으로 아들을 잃은 엄마는 공식에 기반해 피해 보상금을 책정하는 변호사에게 이렇게 물었다. 모두의 생명은 소중하단 걸 알지만 모두의 생명에 같은 값을 매길 수 없는 변호사는 이 질문에 어떤 답을 할 수 있을까.

영화 '워스' 포스터
영화 '워스' 포스터

영화 '워스'는 사상 초유의 테러였던 9.11테러 이후 미국 뉴욕에 있는 로펌의 협상 전문 변호사이자 로스쿨 교수인 케네스 파인버그(마이클 키튼)가 미국 보상기금 특별위원장이 돼 피해자들과 보상기금에 대해 협상하는 25개월 여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끔찍한 테러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미국 정부는 테러 피해자들이 항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지 않고 보상기금을 받기를 희망한다. 이들이 집단 소송을 걸 경우 자칫 나라의 경제가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목표는 80%의 유족들에게 동의를 받는 것. 케네스는 성공을 자신한다.

하지만 막상 협상이 시작되고, 케네스는 자신의 확신이 흔들리는 경험을 한다. 보험사들의 지급 기준을 참고해 만든 일명 '공식'에 피해자들이 강한 반발을 보였기 때문이다. 소송을 진행할 돈도, 시간적 여유도 충분치 않은 피해 유가족들에게 정부에서 제공하는 보상기금은 어쩌면 가장 좋은 선택지다. 케네스는 이 같은 판단 하에 이성적으로 유가족들을 설득하려 하지만 좀처럼 서명 목표치는 줄어들지 않는다.

영화의 전반부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끔찍한 테러를 마주한 사람들의 풍경과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명하는 케네스의 로펌 직원들, 그리고 계속해서 숫자에만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케네스 간의 간극을 조명한다. 비로소 케네스가 서류에서 눈을 떼 피해자들과 시선을 맞추기 시작할 때부터 본격적인 2막이 시작된다.

태어난 순간부터 인권을 보장 받고, 법적으로 동등한 지위를 부여 받는 사람들. 하지만 부양가족 유무, 연봉, 보험 가입 여부 등 사후 목숨값을 저울질하는 요소는 슬플 정도로 많다. 누구에겐 천금 같은 2억 원 여의 보상금이 누군가에겐 지나치게 헐값으로 느껴지기도 하니까. 어쩌면 가장 비인간적이라고 느껴지는 '목숨값 협상 테이블'에서 공정과 인간성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117분 동안 묵직하게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 것이다.

'나의 작은 시인에게'로 '선댄스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사라 코랑겔 감독의 연출작이자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 부부가 설립한 콘텐츠 제작사 하이어그라운드가 제작에 참여한 작품. 12세 관람가.

home 정진영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