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을 왜 외국 중계진이 자꾸 '킴연콩' '킴연쿵'으로 부르는 걸까
2021-07-2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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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Yeon Koung'… Kyeong 아닌 Koung
여권 신청상 실수 또는 특별한 이유 추측

HAI TAI. 이를 한때 국내 대표 제과업체였던 '해태'로 읽어주는 외국인이 얼마나 될까.
하긴 20세기 한국 재벌의 원톱이었던 현대그룹의 영문 명칭도 지금으로서는 납득이 안되는 HYUNDAI다.
영문 표기법이 정립되기 전이라 '대'자가 'DAE'로도 'DAI'로도 혼용돼 쓰였기 때문이다. '대'가 'DAI'로 된건 조립식 철자(다+ㅣ)로 비춰지기도 한다. 현대그룹은 영문 표기법이 이후 'DAE'로 결정된 뒤에도 이름을 바꾸기엔 리스크가 있기에 그대로 유지해야만 했다.
그 결과 외국인들은 초창기에 현대그룹을 '현다이'로 불렀다. 그런데 그룹 주력인 현대자동차가 1980년대 미국에 본격 진출하면서 '현다이' 발음은 문제가 생겼다. 영어의 'Die'(죽다)가 연상된 것. 자동차 마케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했다.
고심 끝에 현대차는 현지 TV 광고를 띄워 'DAI' 부분을 영어 'Day'(하루)로 발음하도록 유도했다. 현다이가 현대이로 된 것이다.
기업 영문명을 초반에 잘못 잡으면 훗날 부담 요소로 돌아온다.
개인 이름도 마찬가지다. 통상 사람 영문명은 여권을 처음 만들 때 선택하는데 철자를 착각해 신청하면 골치가 아파지는 수가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스포츠 스타들이다.

'배구여제'로 불리며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을 이끄는 김연경의 여권 영문명은 ‘Kim Yeon-Koung’이다.
대외적으로도 그렇게 쓰고 있다. 국제배구연맹(FIVA)과 전 세계 영문 매체뿐 아니라 국내 영자 매체들도 그렇게 표기하고 있다.
우리나라 영문 표기법에 따르면, ‘경’은 ‘Kyeong’으로 표기하도록 돼 있다. 아니면 ‘Kyung’ 또는 ‘Kyoung’으로도 쓸 수 있다.
‘Koung’은 원어민들도 읽기가 어렵다. ‘공' 또는 ‘고웅’으로 들린다. ‘경’으로 발음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때문에 외국의 중계진들은 김연경을 킴, 킴연콩, 또는 킴연쿵이라고 부른다.
김연경이 왜 ‘Koung’으로 쓴 것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다.
배구협회가 “왜 그렇게 쓰느냐”고 물어봤더니, 김연경은 “그냥 그렇게 정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Young’이라는 단어의 발음이 ‘영’이어서 ‘Y’를 ‘K’로만 바꾸면 ‘경’이 될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는 추측만 나돈다.
비슷한 케이스가 또 있다.

지난 주 미국 프로여구 메이저리그 무대에 첫 선을 보인 박효준(뉴욕 양키스)의 영문명은 ‘Hoy Jun Park’이다.
‘효’의 공식 영문 표기는 ‘Hyo’다. 'Hoy'의 발음은 '호이'다. 왜 이렇게 바꿔 달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철자를 착각했을 수도 있고, 미국인들에게 친근하게 먹히게 하려는 의도가 깔렸을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국내 스포츠 스타들의 이름 발음이 영문명과 엇박자가 나는 것은 실수가 있었거나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축구 선수 기성용의 '용' 영문 표기가 'Yeung', 박세리 도쿄올림픽 여자 골프 감독의 영문 성이 'Park'이 아닌 'Pak'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